정몽구 회장 "재해사고 재발시 엄중 문책"

[정기수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산업 현장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인명사고 등 산업재해에 대해 고강도 대책을 내놨다. 안전관리 체계를 전면적으로 바꾸고 관련 예산과 인원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7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를 불시 방문해 제철소의 안전관리시스템을 직접 점검했다. 정 회장은 이날 당진제철소 내 위험지역 등을 둘러보며, 안전 설비와 안전원칙 준수 여부 등을 주의깊게 살펴봤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당진제철소 안전관리체계를 원점에서부터 전면적으로 재점검하고 혁신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안전관리 혁신안의 조속한 실행과 근본적인 안전의식의 전환을 강조하면서 "안전관련 투자 예산과 전담인력도 대폭 확대하라"고 주문했다.

정 회장이 이날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직접 현장을 방문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최근 주력계열사인 현대제철에서 인명 사고 등이 발생한 데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성 행보로 풀이된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12월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당진공장에서 지난달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또 다시 발생했다. 당진제철소에서는 2012년 9월 이후 9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해 사망한 직원이 13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그룹 안팎에서 안전사고에 대한 대처가 안이하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정 회장은 이날 현대제철 임직원들에게 "안전은 소중한 생명의 문제이며 행복한 가정과 건강한 사회의 기본"이라면서 "기업 경영의 최우선 가치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또 "중대 재해사고 재발 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안전관련 투자예산을 지난해 12월 초 발표한 1천200억원에서 5천억원으로 4배가량 확대하고, 안전관리 인력도 분야별 외부전문가 영입 등을 통해 기존에 발표한 150명에서 200명으로 확대 충원할 예정이다.

현대제철은 빠른 시일 내에 외부 안전 전문기관과 함께 당진제철소에 대한 긴급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고, 안전작업 표준을 재·개정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 현장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제철소에 300명에 이르는 상설순회점검반도 편성 운영할 예정이다. 상설순회점검반은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관리공단 상설감독팀과는 별개로 운영되며 상설순회점검반의 점검결과는 주기적으로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관리공단, 협력사 및 외주사 등과 공유할 방침이다.

현대제철은 이와 함께 당진제철소에 가스, 전기, 기계, 소방 등 분야별 안전체험 교육장 운영을 획기적으로 개선, 안전교육 내실화에도 심혈을 기울일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의 이날 현장 불시 점검은 안전사고 재발에 대한 강한 경고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당진제철소가 전면적인 쇄신을 통해 글로벌 철강사의 위상에 걸맞은 최고 수준의 안전한 산업현장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제철은 지난 6일 임직원과 협력업체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당진제철소 내에서 안전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안전 최우선 확보를 다짐했다. 이에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해 말 안전사고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힌 부사장 2명과 전무 1명의 사표를 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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