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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슈퍼컴퓨팅, 지구과학·물리학 연구 성과에 일조


"계산과학, 학문적 영역으로 자리잡아…반세기만에 힉스입자 발견도"

[박계현기자] "이론, 실험이 불가능한 환경을 계산과학이 메워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인텔코리아(대표 이희성)가 27일 여의도 한국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고성능컴퓨팅(HPC) 국내 활용 사례 발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이상묵 교수와 서울시립대학교 물리학과 박인규 교수는 "계산과학이 학문적인 영역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며 "지난 20년간 가장 발전한 분야가 컴퓨터로, 이제는 컴퓨터가 우리가 하는 모든 분야에 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묵 교수는 서울대학교에 계산과학 연합전공을 신설했으며, 박인규 교수는 서울시립대에서 계산과학연구센터 센터장직을 맡고 있다.

◆이상묵 교수 "슈퍼컴퓨팅 활용, 산업계로 확장돼야"

한국의 '스티븐 호킹'으로 불리우는 이상묵 서울대 교수는 8년 전 교통사고로 목 이하를 움직일 수 없는 중도장애인이 된 이후 계산과학을 활용한 연구와 인력양성에 더욱 집중하게 됐다.

이 교수는 "과학에서 관측과 실험이 안되는 연구분야들이 있다. 100년 동안 관찰해야 움직이는 게 눈에 보이는 맨틀의 대류 등이 그렇다"며 "다치기 전엔 배를 타고 바다를 관측하는 일을 많이 했는데 다친 이후에는 데이터 시뮬레이션 등이 필요한 이런 분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고 싶은 일을 다할 수 있는 시절에 다쳐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을 연구하는 제가 바로 과학의 혜택을 보고 있다"며 "과학 뿐 아니라 산업 영역으로 슈퍼컴퓨터를 활용하는 분야가 확장돼야 하고 이를 위한 인력 양성 또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선진국의 경우, 과학·연구계와 산업계의 슈퍼컴퓨팅 사용처 비중이 3 대7 정도인데 비해 국내 산업계에서 슈퍼컴퓨터를 활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슈퍼컴퓨터는 통상적으로 성능순위 세계 500위권 안에 드는 컴퓨터를 지칭하며, 우리나라는 슈퍼컴퓨팅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지난 2011년 국가초고성능컴퓨터 활용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기도 했다.

이상묵 교수는 "과학과 연계된 슈퍼컴퓨팅 분야의 경우 오랜 기간 교육·투자가 필요하고 민간 산업 분야에선 소득이 높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기피하고 있다"며 "정부·연구소를 중심으로 장애인 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등 관련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인규 교수 "힉스 입자 연구, 슈퍼컴퓨팅 도움으로 연간 25 페타 처리"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CERN)의 한국CMS(Compact Muon Solenoid)실험사업팀을 이끌었던 서울시립대학교 박인규 교수는 계산과학을 이론, 실험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제3의 요소로 꼽았다.

박 교수는 "계산과학은 이론을 세울 수 있지만 실험이 불가능한 영역('지진이 났을 때 해일이 어떻게 닥칠 것인가', '지하철에 독가스가 살포됐을 경우 어떻게 확산될 것인가' 등), 이론을 세우는 것도 불가능하고 실험도 불가능한 영역(복잡계 경제학 등), 이론·실험 모두 가능하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영역(신약 제조 등) 등 전통적인 학문에서 다룰 수 없었던 영역을 과학에서 다룰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2년 7월 4일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고에너지학회 연합 세미나에서 존재가 규명된 '힉스입자' 역시 슈퍼컴퓨팅의 도움을 받았다.

현대물리학은 모든 물질을 6쌍의 구성입자와 힘을 전달하는 4개의 매개입자로 구성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중 16개 입자는 실험을 통해 표준모형이 검출됐지만 각 입자의 성질과 질량은 규명되지 않았다. 힉스 입자는 우주에 있는 모든 입자에 질량을 주고 사라지는 물질로, 이들 입자의 질량과 성질을 밝힐 실마리이자 가장 마지막까지 표준모델이 규명되지 않은 입자였다.

1964년 이미 '힉스입자'의 존재를 예견한 피터 힉스 영국 에든버러대 명예교수와 프랑수아 앙글레르 브뤼셀 자유대 명예교수는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반세기만에 '힉스입자'를 찾아낼 수 있었던 데는 세계최대 가속기인 '강입자충돌기(LHC)'와 충돌 입자를 검출할 수 있는 'CMS' 등의 검출기, LHC와 검출기에서 나온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서버 등을 연결한 그리드형 클라우드 데이터 분석 시스템 등의 역할이 컸다. 지난 2008년 건설된 LHC는 7조원이 투입된 구조물로, 둘레만 27km에 달하는 연구시설이다.

양성자가 높은 에너지로 충돌되는 현상이 검출기를 통해 관측하게 되며, 검출기에서 나온 정보들은 연구소 자체 컴퓨터에 저장되고 2차적으로는 한국을 포함한 12개의 그리드에, 3차적으로는 150개 그리드에 저장된다. 초당 300MB씩 생성되는 입자 데이터는 연간으로는 25PB(페타바이트) 분량의 방대한 정보로 쌓이고, 이는 전세계에서 분산 처리하게 된다.

박인규 교수는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데이터 연구는 'LHC 올림픽'이라도 불리우며 80개국, 8천여명의 과학자들이 참여해 이뤄졌다"며 "한국에 있는 제가 필요한 데이터와 분석코드를 지정하고 실행 명령을 내리면 세계 34개 국가의 데이터센터 중 한가한 CPU를 시스템이 찾아내서 분석을 구동시키고 결과는 경북대 스토리지센터 등에 갖다 놓게 된다. 대학간 고속망을 통해서 이 결과는 다시 제 데스크톱으로 전송된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정부 슈퍼컴퓨팅 양성, 콘텐츠부터 잡고 이끌어야"

두 과학자는 슈퍼컴퓨팅을 활용한 과학의 발전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는 한편, 슈퍼컴퓨팅의 일차적인 수요처이자 프로세싱 기술의 발전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는 것 역시 과학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상묵 서울대 교수는 "학생들에게 '과학이 엔지니어링을 가능하게 한다(Science drives engineering enable)'는 지론을 강조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엔 엔지니어링을 통해서 돈만 벌려고 하는 풍조가 있다. 이러한 풍조가 (국내에선 과학에 주로 사용되는) 슈퍼컴퓨팅 분야에 대한 투자나 인력양성까지 외면받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박인규 서울시립대 교수는 "미국·유럽 등에서 허블망원경(1.5조원), 큐리오시티(2.5조원), LHC(7조원) 프로젝트에 사용한 돈이 11조원으로 이들은 16년간 이 돈으로 세계를 들었다 놓는 결과를 냈는데 한국은 굉장히 짧은 기간에 조용히 22조원을 썼다"며 "정부 주도의 슈퍼컴퓨팅 정책이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이유는 (허블망원경·큐리오시티·LHC 등과 같은) '빅콘텐츠'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간의 정부 정책들은 (빅콘텐츠 없이) 학원 개설, 대학 협동과정 개설 등 인력 목표치를 두고 이뤄졌던 것이 문제"라며 "과학에는 반드시 콘텐츠가 있어야 하고 공적 자금을 어떻게 투여하느냐에 따라 인력이 양성되고 경제적 효과가 나타난다. 저반의 데이터만 가지고 접근할 것이 아니라 '국가가 어떤 콘텐츠를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인가'가 먼저 결정돼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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