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정기자] 중견 가전기업 위니아만도와 위닉스 사이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가전업계의 허리를 담당하는 두 회사는 공기청정기와 가습기가 결합된 '에어워셔' 관련 특허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제품 자체 뿐만 아니라 사명, 광고모델 등을 둘러싸고도 신경전을 벌였던 양사의 갈등이 특허전으로까지 확대됐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위니아만도와 위닉스가 에어워셔 관련 특허 소송을 진행중인 가운데 소송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양측 모두 한발도 물러설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

에어워셔는 '살균제' 파동 이후 각 업체들이 주력하고 있는 시장. 경쟁이 가열되면서 결국 두회사의 법정 싸움까지 비화된 양상이다.
먼저 소송을 제기한 곳은 위니아만도다. 지난 3월 대전지법 천안지원에 특허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위닉스도 이에 맞서 지난 6월 해당 특허를 인정할 수 없다며 특허심판원에 특허 무효 심판으로 맞불을 놨다.
현재 5건에 대한 특허심판원의 심결이 나온 가운데 3건은 위니아만도가 2건은 위닉스가 승소한 상태다. 나머지 1건의 결과는 이달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양사 모두 1심 결과를 받아들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소송의 장기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위니아 관계자는 "(위닉스가 승소한) 2건에 대해 수긍할 수 없다"며 "이번 소송은 에어워셔 선도 기업으로서 가진 기술에 대한 권리 침해를 예방하는 동시에 공정한 기술 경쟁으로 소비자의 편익을 제고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강경대응 방침을 고수했다.
◆조인성 두고도 신경전
업계는 이같은 특허전을 두고 "터질 게 터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두 업체가 사명부터 광고모델 기용까지 사사건건 갈등을 빚어왔기 때문.

위니아만도 관계자는 "'딤채' 모델로 활약하던 조인성은 위니아만도의 모델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며 "위니아만도 브랜드 인지도를 가져가기 위해 (위닉스가) 조인성을 모델로 발탁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위닉스 관계자는 "제품과 모델의 이미지를 고려해 조인성을 택했을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지난 2002년에는 위니아만도가 위닉스의 사명이 자사의 에어컨 브랜드였던 '위니아'와 유사해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며 사명 사용을 중지 시킬 수 있는지 법원에 제소했다. 법원은 위니아와 위닉스가 혼동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위니아만도의 전신 만도기계는 지난 93년 에어컨 브랜드 '위니아'를 론칭했다.98년 만도기계가 한라그룹 계열의 한라중공업과 동반 부도 처리된 뒤 이듬해 11월 에어컨과 김치냉장고 공장인 아산사업본부가 UBS캐피탈 컨소시엄에 매각되면서 만도공조라고 사명이 바뀌었다. 이어 지난 2003년 4월1일자로 회사명을 만도공조에서 위니아만도로 변경했다.
위니아만도는 1995년 '딤채'를 론칭하며 김치냉장고 열풍을 불러온 회사다. 올해는 대기업의 전유뮬로 여겨지던 대용량 냉장고 시장에 뛰어들어 940리터 냉장고 '프라우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1973년에 '유신기업'이란 사명으로 출발한 위닉스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의 에어컨, 냉장고에 들어가는 열교환기를 주로 생산하는 기업이었다. 2000년 사명을 위닉스로 변경하면서 제습기, 에어워셔, 정수기 등을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했다. 특히 올해 제습기 열풍을 주도한 기업으로 화제가 됐다.
업계는 위니아와 위닉스의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형가전 시장이 치열해지면서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 간 마찰도 심해지고 있다"며 "위니아와 위닉스의 경우 맞붙을 품목도 많아지고, 예전부터 감정의 골이 깊었던 업체들이라 이번 특허전으로 서로 승기를 잡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