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폰 로밍, 왜 번거로울까

[정미하기자] #서울 광진구에 사는 직장인 임모씨(30)는 회사에서 제공한 휴대폰(법인폰)으로 로밍하려다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요금제 일부를 지원받는 등 경제적 혜택이 있지만 무심코 법인폰을 가지고 해외여행을 떠나려다 '각종 구비서류'를 준비해야하는 것을 알았다.

올해 해외여행 인구는 우리나라 인구의 30% 정도인 1천500만명 정도가 될 정도로 해외 여행이 보편화하고 있다. 3G 휴대폰 이후 자동로밍이 지원되기 시작하면서 해외에서 자신의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 역시 편리해졌다.

하지만 법인 명의 휴대폰 일부는 해외 로밍 자체가 불가능하다. 법인이 휴대폰 가입시 해외 자동로밍 자체를 막아놓은 것이다. 해외로밍시 발생하는 '요금 폭탄' 가능성을 사전에 막아놓은 것으로, 해외 출장이나 개인 사정상 해외로 떠날 경우 차단된 로밍을 풀고, 로밍 전용 요금제에 가입하는 절차를 거쳐야한다.

문제는 이 과정이 개인 명의의 휴대폰에 비해 복잡하다는 것.

통신서비스 특성상 휴대폰 개통부터 요금제 등록과 변경, 각종 부가서비스를 가입하고 변경하려면 휴대폰 명의자의 신분을 입증하는 절차를 거쳐야한다. 개인 명의의 휴대폰 사용자일 경우 자신의 신분 증명을 위해 주민등록증을 보여주는 것이 과정의 전부이지만 법인 명의 휴대폰은 다소 복잡하다. 휴대폰 명의자인 법인과 실사용자인 개인의 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각종 서류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114고객센터를 통한 로밍 무제한데이터 등 유료 부가서비스 신청시 법인 또는 사업자등록번호와 요청자명을 확인하고 있다.

직영점이나 대리점 등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 로밍 무제한데이터 서비스를 신청하는 경우에는 법인고객일 경우 사업자등록증 사본과 대리인 신분증은 물론 법인번호 혹은 사업자번호를 준비해야 한다. KT와 LG유플러스는 위임장이 추가로 필요하다.

홈페이지를 통한 가입은 그나마 쉬운 편이다. 법인 명의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해 로그인하면 로밍 관련 부가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다. KT는 법인고객을 대상으로 한 '마스터회원' 등록이 완료된 경우에만 신청을 받아주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법인명의 휴대폰은 가입당사자가 법인이라 개인이 휴대폰 실사용자임을 증명하는 과정이 조금 복잡한 측면이 있다"며 "통신사는 요금을 납부하는 법인과 사용자인 개인과의 관계를 확인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법인명의 휴대폰은 명의자와 실사용자가 상이하기 때문에 본인인증 절차가 복잡한 것이다. 게다가 각종 증명서 발급을 위한 본인인증이나 소액결제, NFC(무선근접통신) 티머니 등의 사용은 불가능한 경우가 적지 않다. 휴대폰 명의자가 법인이기 때문으로, 법인폰 사용자는 신용카드나 은행계좌 등을 통한 본인인증을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