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하기자]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내 사생활과 솔직한 글이 노출될까 걱정된다."
트위터·페이스북·싸이월드·카카오스토리 등 네트워크를 따라 인맥을 늘려나가는 개방형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서비스에 피로감을 느낀 이들을 겨냥한 일명 폐쇄형SNS 출시가 늘고 있다. 폐쇄형SNS는 소규모 특정 인맥과의 깊은 관계 관리를 지향하는 것으로 넓고 얕은 개방형SNS의 반대격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지난달 말 싸이월드·페이스북·카카오스토리 등 1개 이상의 SNS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SNS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SNS 이용 중 불만 사항은 콘텐츠 피드(88%), 사생활 노출(85%) 등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친하지 않는 사람에게 자신의 사생활이 노출되거나(51.8%), 친하지 않은 사람의 친구 신청(39.1%)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간 사람들은 그닥 알고싶지 않은 타인의 글이나 사진을 보는 것도 지치거니와, 자신이 올린 글이 그리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공개되는 것에 대한 피로감이 쌓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네이버는 커뮤니티형 SNS '밴드'를, SK커뮤니케이션즈는 친구를 50명으로 한정하는 '데이비', 카카오는 소규모 그룹 채팅방 '카카오그룹'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들은 모두 소규모 그룹이나 지인과의 관계망을 구축하는 폐쇄형SNS다. 친구의 친구라는 이유로, 모르는 사람이라도 친구 신청을 승락하면 온라인상 친구관계가 맺어지거나, 휴대폰 번호가 등록돼 있다고 해서 친구가 되는 개방형 SNS에 지친 이들에게 새로운 소통의 창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네이버의 '밴드'다. 지난해 8월 출시된 '밴드'는 지인들끼지 네이버 카페나 싸이월드 클럽과 같이 동창회·동창회·직장·스터디별로 모바일 커뮤니티 모임을 만들어, 해당 모임에 소속된 이들끼리 글과 사진을 공유한다. 초대를 받은 친구들만 참여가 가능하고, 해당 모임은 검색조차 되지 않는다.
9월 미국의 모바일 분석기관 플러리(Flurry)에 따르면 '밴드'의 8월 한 달간 앱 구동수는 15억회로 최근 7개월 사이에 980% 성장했다. 앱 다운수 역시 출시 9개월만인 지난 5월 1천만을 돌파한 이후, 지난 9일에는 1천600만이 다운했다. 결성된 밴드(모임)만도 약 69만개다. 지난 9일 기준으로 '밴드'는 10개국 언어를 지원하고 있으며, 300만 이상의 글로벌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진 것은 카카오가 지난 5일 내놓은 '카카오그룹'이다. '카카오그룹'은 기존 카카오톡의 채팅방과 결합된 형태로, 최대 500명까지 그룹으로 초대할 수 있다. 소규모 모임을 만들어 관리할 수 있기에 형태는 '밴드'와 유사하다.
대신 '국민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과 연계된 서비스라 이용자 접근성이 높아 사용자 확보가 좀 더 유리해 보인다. 실제로 '카카오그룹'은 출시 당일에만 100만명, 출시 6일만에 500만, 출시 7일만에 55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며 놀라운 인기를 보이고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지난 8월 친구를 50명으로 한정해 맺는 '데이비'를 출시했다. 기존 SNS와 유사하지만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친구수를 제한한 점이 특징이다. 50명 이상의 친구가 생기면, 오래된 친구를 자동으로 걸러 관리해준다. 불필요한 정보까지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이다.
또한 중요한 사람을 기준으로 게시물을 정리 한 화면에 보여주는 기능이 들어있다. 필요한 정보는 날짜와 친구별로 검색도 가능하다. 또한 자신의 하루를 관리해주는 '마이 데이' 등 기록형SNS용으로 꾸미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데이비는 출시 한 달만에 50만명이 다운해 사용 중이다.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 학부 류철균 교수는 "무분별한 네트워크 연결과 정보 과부하로 인한 SNS피로감이 더욱 심화 될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양적 확장이 중심이 됐던 SNS에서 ‘내’가 중심이 되어 인맥과 정보를 선택적(selective)으로 활용하고 소중한 사람들과의 진정한 소통을 위한 방향으로 SNS의 새 흐름이 형성 될 것"이라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사생활의 영역까지 사회·회사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느끼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통계조사가 나오고 있다"며 "이를 반영한 폐쇄형SNS 사용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미하기자 lot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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