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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강에 빠진 전통 언론


요즘 전통언론들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무관의 제왕'이란 자존심은 사라진 지 오래됐다. 언제부터인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바뀌었다. 더 큰 문제는 이게 지방 중소언론사만의 문제가 아니란 점이다. 세계 언론계를 좌우하는 신문들도 너나할 것 없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보스턴 글로브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 이 신문 인수자인 존 헨리는 미국 프로야구 구단인 보스턴 레드삭스 구단주다. 존 헨리가 보스턴 글로브를 인수하기 위해 지불한 돈은 고작 7천만 달러. 그가 보유하고 있는 보스턴 레드삭스 선수들 연봉 총액인 1억5천만 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상위 5명의 연봉 합계가 정확하게 7천만 달러다. 미국 프로야구 구단주가 특급선수 5명 연봉으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신문 자산을 인수한 셈이다.

베조스나 헨리가 왜 거대 언론사를 인수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딱 부러지게 밝힌 적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론은 해 볼 수 있다. 일단 언론사 가격이 엄청나게 하락했다. 니먼저널리즘랩에 따르면 미국 언론사의 자산 가치는 2000년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보스턴 글로브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경우 20년 전 타임스 컴퍼니가 매입할 때의 4% 수준에 불과했다고 한다. 돈 많은 억만장자들이 신문사 인수를 노릴만한 상황인 셈이다.

왜 이 지경까지 몰렸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언론사들이 기술이나 사회 변화에 눈과 귀를 닫고 있었던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요즘 잘 쓰는 말로 '혁신의 실종' 때문이란 얘기다. 제프 베조스가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사람들이 기대감을 나타낸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언론사 내부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은 도저히 해내지 못할 혁신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일찍이 윈스턴 처칠은 "전통이 없는 예술은 목자 없는 양떼와 같고, 혁신이 없는 예술을 시체와 같다"고 말했다. 지당한 말이다. 그런데 저 말에서 '예술'을 '언론'으로 바꿔도 되지 않을까? 그 동안 언론은 다른 조직에 비해 혁신보다는 전통 쪽에 좀 더 가까운 편이었다. 이는 사회 비판을 주로 하는 업의 성격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남을 비판하기 위해선 자기를 먼저 돌아봐야 하고, 그러다 보면 전통적인 가치를 중시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마지막까지 세로쓰기를 고집한 것이 성경(혹은 불경)과 신문이란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혁신을 외면한 전통은 결코 살아남을 수가 없다. 그건 언론도 마찬가지다. 그게 우리가 워싱턴포스트와 보스턴 글로브의 연이은 매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이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엠톡 편집진도 늘 이 말을 가슴 속 깊이 새기려 한다. "전통이 없는 언론은 목자 없는 양떼와 같고 혁신이 없는 언론은 시체와 같다"고.

김익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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