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 '방송 올인'에 과학계 소외감 커져


"과학 업무 지난 정부보다 더 뿔뿔이 흩어져"

[백나영기자]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운영을 위해 미래부를 신설했는데 정작 국회에서는 정부조직법 협상을 두고 '과학'이 아닌 '방송' 문제로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방송기능이 없는 미래부를 '껍데기'라고 표현해 많은 과학인들이 실망했다. 과학인들의 사기가 떨어진지 이미 오래다."

한 과학계 인사의 하소연이다. 2개월 전 분위기와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 1월 인수위에서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겠다는 내용의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 했을 때만 해도 과학계는 지난 정부에서 위축돼 있었던 과학기술분야를 되살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하지만 미래부 내에서도 과학기술보다는 방송통신기술(ICT)에 관심이 쏠리고 있고, 교육부와 산업자원통상부와의 밥그릇 싸움에서도 밀려 과학기술 업무 중 일부를 다른 부처에 뺏기게 되면서 과학계의 기대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과학계는 특히 방송기능의 미래부 이관에만 쟁점을 두고 청와대와 야당이 대치하고 있는 모습에 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현재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여야 간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40일 가량 국회에서 표류중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방송기능의 미래부 이관이다. 여당의 경우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는 원안대로 미래부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야당은 방통위에 남겨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과학계 관계자는 "미래부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을 하나로 묶어 R&D의 성과물을 신속하게 산업화해 미래의 먹거리를 만들어내고 일자리 창출하는 것이 목표인데 현재 대립 중인 방송이슈는 미래부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문제가 아니다"며 "달은 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고 있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창조 경제 수행에 걸림돌이 되는 근원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는 것이다. 당초 박근혜 정부가 그린 창조 경제의 엔진은 '과학기술'이었다. 과학기술 R&D가 뒷받침된 상태에서 산업과 융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작 과학기술 업무 이관에는 관심도 떨어지고 실제 다른 부처에서 과학기술 핵심 업무를 되찾아오지 못하고 되레 뺏기고 있는 모양새다.

지식경제부가 담당하던 산업기술 R&D는 과학기술과 산업을 잇는 핵심 분야로 미래부로 넘어와야 한다는 과학계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지경부가 이관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산업기술 R&D기능은 미래부로 거의 넘어오지 않는다. 산업융합촉진법, 기술이전과 사업화를 위한 기술이전 및 사업화촉진법도 지경부에 그대로 남았다.

기초과학 연구의 상당 부분도 교육부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관련부처에 따르면 교과부의 기초연구사업 중 '일반연구자지원사업'은 교육부로 이관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연구자지원사업은 과학자들이 기초과학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개인연구지원사업'의 1단계에 해당하는 사업으로 신진 연구자와 여성 과학자들을 지원한다.

개인연구지원사업의 첫 시작에 해당하는 일반연구자지원사업이 교육부로 넘어가게 되면 미래부로 이관되는 2단계 '중견연구자지원사업', 3단계 리더연구자지원사업'과의 원활한 흐름이 끊길 수밖에 없다. 일반연구자지원사업 외에도 연구기반구축사업, 중전연구소지원사업도 모두 교육부로 이관될 것으로 보인다.

산학협력 기능도 대부분 교육부에 남게 된다. 당초 계획은 산학협력도 미래부로 이관한다는 것이었다. 과학기술분야 전문지식과 기술을 생산현장의 수요와 연계하고 인력 간 협업을 통해 창조경제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교육부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산학협력을 내줄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국립대의 한 교수는 "지난 정부에서 흩어져 있었던 과학기술 업무를 되찾아와 과학기술 R&D의 컨트롤 타워역할을 하겠다던 정부의 포부와는 달리 오히려 지난 정부보다 더 뿔뿔이 흩어지고 있는 형국"이라며 "빈 껍데기 뿐인 지금의 상태로 미래부가 신설된다면 창조 경제를 위한 어떤 역할을 수행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백나영기자 100n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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