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주파수 '난도질', 방통위가 먼저 제안해 파문


여야 합의 위해 '나눠먹기' 아이디어 나온듯

[강은성기자] 주파수 정책을 방송통신위원회와 신설 미래창조과학부, 그리고 국무총리실까지 3개 부처에서 나눠 맡자는 여야 합의안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주파수 관련 학회들이 일제히 '주파수 나눠먹기'의 부당함을 비판하고 나선가운데 이 방안의 아이디어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향후 파문이 예상된다.

8일 국회 등에 따르면 주파수 정책 분리안을 처음 제시한 곳은 다름아닌 방통위로 나타났다.

국회 여야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초 야당은 주파수 정책을 방통위에 일괄 존치하자고 주장했고 여당은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로 일괄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는 그러다가 방송 정책 이관에 대한 대립각이 첨예해지면서 주파수 부분은 상호 '합의할 수 있는 사안'으로, 결국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합의를 위한 방안으로 '방송용 주파수는 방통위, 통신용 주파수는 미래부'라는 식으로 분리하자는 안을 제안한 것이 바로 현 방통위 상임위원이라고 국회 관계자들은 확인했다.

한 국회 관계자는 "합의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아이디어가 많지 않았다"면서 "그러다 방통위 상임위원이 야당쪽에 이같은 분리안을 제시했고, 그 안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와 여야가 합의를 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제안의 이유를 묻기 위해 해당 상임위원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그는 비서진을 통해 "당분간 기자를 만나고 싶지 않다"고 거절했다.

◆디지털영토 주파수, 분리하면 '생명'잃어

전문가들은 주파수를 '디지털 영토'로 바라볼 정도로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촉발돼 현재 전세계 산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모바일 태풍'은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주파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세계 주요 강대국들은 이미 주파수를 국가 중장기 발전을 위한 중대 정책으로 분류하고 주도권 확보를 위해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체신부 시절부터 국내 전파정책에 깊숙히 관여해 온 윤현보 한국전자파학회 전파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동국대 명예교수)은 "미국과 일본, 중국 등 강대국들은 주파수 정책의 중요성을 알고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고 있다"고 말한다.

국내 정보통신기술(ICT)관련 12개 학회는 지난 7일 성명을 발표하고 "(야권이 주장하는)방송의 공정성과 주파수는 아무 상관이 없다"면서 "전파 정책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모르고 정책 기능을 용도별로 3개 부처에 흩어놓겠다는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됐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힐난했다.

미국은 부시대통령 시절이던 지난 2003년 주파수 정책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오바마 대통령 시절이던 2008년에 성명을 발표 한 후 2010년에 '내셔널 브로드밴드 플랜'을 발표했다.

미국은 이 플랜에서 "이동통신의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선 현재 확보한 주파수만 가지고는 부족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1.7㎓에서 2.6㎓ 대역까지 '스펙트럼 수퍼하이웨이', 즉 전파의 아우토반을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미국의 경우 20세기 산업 주도권이 석유, 철강이었다면 21세기는 전파가 국가경쟁력의 최대 무기가 될 것이라는 것을 인식한 것으로, 각국은 주파수를 당리당략이나 특정세력의 이해득실을 따지는 사안으로 간주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권은 정부조직법의 국회 통과과정에서 여야간 합의를 통해 주파수를 방통위와 미래부, 국무총리실로 세조각 내겠다는 정책 결정을 내린 것이다.

◆비난 여론에 여야 당황…합의안 건드리기 쉽지 않아

전문가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여론도 심상치 않자 여야는 당황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8일 여야 주요 의원실 관계자들은 "현재 여야 대치 정국이 너무 길어지면서 국정공백이 커 양보할 수 있는 것은 양보하자는 분위기에서 그같은 주파수 정책안에 상호 합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주파수 정책 분리가 어떻게 '합의'로 이뤄질 결정사안이냐. 한 생명체를 몸 따로 손발 따로 잘라내 그 생명을 그냥 죽이자는 것 외엔 다름 아닌 얘기"라고 꼬집으며 문제제기를 하자 여야 의원들은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여당측 관계자는 "본래 우리가 주장했던 것이 미래부에서 주파수를 일괄 관할하는 것이었다"면서 "전문가들의 의견이 그렇다면 여야가 이 문제도 다시 머리를 맞대야 하는데 이미 합의한 사항에 대해 다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야당측은 의견이 더 분분하다. A의원실 관계자는 "(주파수분리합의안을)손 댈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방송관련 이슈로 여야가 팽팽하게 대치한지도 오래됐다. 이미 합의된 사안을 또 건드리자고 하면 그야말로 처음부터 다 다시해야된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의 B의원실 관계자는 "사실 주파수는 한 부처에서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정책을)분리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은 맞다"고 언급했다.

그는 "(여론이 시끄럽다면) 방송의 공정성을 위협할 수도 있으니 방통위에 온전히 존치시키거나, 아니면 여당이 MBC 김재철 사장을 과감히 해고해 공정성에 대한 의지만 보여준다면 주파수를 미래부에서 관할해도 야당이 우려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의견을 나타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주파수 '난도질', 방통위가 먼저 제안해 파문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