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올해도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도서출판몰 다산몰(www.dasanmall.co.kr)에서 각 분야마다 ‘'올해의 책'을 선정, 총 결산했다. 다음은 철학 분야 '올해의 책'이다.
◆죽음에 대한 철학적 고찰-죽음이란 무엇인가

모든 인간은 사후세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죽음에 대한 인류의 공포와 경외감은 시대를 불문하고 수많은 종교와 토속신앙을 낳게 했다. 또한 인류는 영생과 불멸을 원하기도 한다.
죽음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더 이상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고 무섭다. 무(無)에 대한 두려움은 삶의 마지막을 지탱하는 순간까지도 계속된다.
그래서일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죽음 이후의 삶'이라는 기대와 믿음을 낳았다. 죽음에 관한 모든 문제는 바로 "죽은 다음에도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으로부터 셸리 케이건 교수는 죽음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화두를 던졌다.
예일대 17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 'DEATH'-'죽음이란 무엇인가'(엘도라도)는 종교적 믿음과 심리 현상 등을 철저히 배제하고 오직 논리와 이성의 측면에서 죽음의 본질과 삶의 의미를 고찰한 책이다.
그는 죽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왜 경험하지도 못한 죽음을 두려워하는가"라며 묻는다.
미국을 대표하는 현대 철학자로 불리는 셸리 케이건 교수는 죽음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토크쇼의 사회자처럼 특유의 유머감각과 입담으로 흥미롭게 풀어낸다.
이 책은 죽는다는 것은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나는 무엇이며 어떤 존재인지, 삶이 끝난 후에도 삶은 계속되는지, 자살은 누구에게 어떤 순간 허락되는지 풀릴 듯 풀리지 않았던 과제들을 논리적으로 풀어낸다.
컬럼비아대학교 앤드류 스타크 교수는 "심리적·종교적 해석을 완전히 배제하고 오직 이성과 논리로 죽음에 관한 모든 것을 파헤치는 책"이라며 이 책을 추천했다.
◆진중권, 익숙한 낯섦에 다가서기-생각의 지도

'생각의 지도'(천년의 상상)는 진중권의 에세이다. 이 책은 학자 진중권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게 한 책이다. 진중권은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언어구조이론을 공부했다.
학자 진중권은 그동안 미학오디세이, 춤추는 죽음, 호모 코레아니쿠스 등의 저서를 출간하며 사회활동 못지않은 학문 활동에도 정진했다. 이 책은 진중권 교수가 1년간 씨네 21에 연재한 에세이를 묶은 것이다. 논문도 아니고 수필도 아닌 논문과 수필을 엮은 인문학 사상서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유사성과 연관성에 따라 크게 10개의 주제로 나눠 묶었다.
"철학이란 세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글쓰기로 표현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세계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파편들의 몽타주로 이뤄진다면 그것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라기 보다는 한 장의 지도 그것도 기억해야 할 부분만 표현한 한 장의 약도에 가까울 것이다. 한마디로 철학적 글쓰기는 생각의 기술보다는 매핑에 가깝다. 에세이 쓰기는 일종의 지도학이다."
발문처럼 이 책은 몽타주 같은 파편들을 이은 책이다. 이 책에서 진중권은 델포이 신탁, 창조의 개새끼, 토탈 신파, 트루맛쇼, 오컴의 면도날, 고르기아스와 소크라테스 등 묵직한 명제부터 존재의 가벼움을 아우르며 상하를 자유롭게 종횡무진 누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진중권에 대한 익숙한 낯섦에 다가설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종장인 10부 디지털 테크놀로지편에서는 컴퓨터 그래픽의 정치학 등 최신의 이론을 맛볼 수도 있을 것이다.
◆채식 의미와 육식의 문제-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

철학자가 음식에 시비를 걸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고기를 먹는 방식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사월의 책)는 채식주의, 정확하게 말해서 채식의 윤리적 측면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고기를 먹지 않는 식습관, 즉 '채식'이 왜 윤리적인가?
철학교수인 저자는 이 질문을 심각한 철학적 난제로 다루지 않는다. 독자로 하여금 웃음을 참을 수 없게 하는 자신의 체험담에서 시작하여 채식의 윤리적 의미를 친절하게 이끌어낸다.
인간이 고기를 먹기 위해 동물들에게 가하는 엄청난 고통 때문에 육식은 비윤리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저자는 잔인한 공장식 축산을 지적하고 육식이 전 세계 굶는 사람들에게 끼치는 해악을 설파한다.
이 책은 채식의 윤리적 의미를 깨닫게 해준다. 저자는 동물에 대한 차별이 인종차별이나 여성차별과 본질적으로 하나도 다름이 없다는 주장을 편다.
저자 최훈 교수는 현재 강원대학교에서 재직하고 있다. 강 교수는 논리학, 과학철학, 윤리학 등 철학의 응용 분야에서 왕성한 연구 활동과 함께, 철학이 얼마나 재미있고 유익한 것인지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내가 고통 받는 것을 싫어한다면 남에게도 고통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단순한 명제로 육식주의자들을 질타하기도 한다. 윤리학의 기본명제들을 들춰내며 저자는 맛있게 고기 먹는 사람들을 미안하게 만든다.
◆노동자가 선택할 권리를 가진다면?-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삼성을 생각한다'라는 책이 몇 년전 큰 화제를 모으며 베스트셀러가 된 바 있다. 삼성이란 거대기업은 국가권력을 압도하는 영향력을 갖고 있다.
재벌은 과거 한국 경제를 고성장시키는 주역으로 꼽혔으나 이제는 재벌 권력의 폐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문어발식 확장으로 인한 골목상권 붕괴, 중소협력업체 납품단가 후려치기, 소수 지분을 가지고도 다수의 계열사를 지배하는 모순된 구조 등 수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전남대 철학과 김상봉 교수는 우리에게 "왜 기업의 사장은 노동자가 뽑으면 안 되는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지난 20년 동안 고민해 왔다고 한다. 소유와 경영의 문제에서 시작한 이 질문은, 현대 자본주의의 지배적 원리인 주식회사를 사유의 중심으로 삼아 자본주의와 삶에 대해서 '코페르니쿠스의 전환'을 요구한다.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꾸리에)는 경제학자들은 결코 말하지 않는 기업의 소유와 경영에 관한 진실에 대해 언급한다. 많은 진보학자들 역시 출자총액제한 등의 재벌체제 구조 개선은 언급하지만 재벌체제의 뇌관이라고 할 수 있는 재벌의 경영권에 대해서 눈을 감는다.
이 책은 자본주의 경제학은 물론이고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도 정면으로 묻지 못했던 자본주의 내부로부터 자본주의의 극복의 길을 모색한다.
저자 김상봉은 민주주의는 정치와 경제 영역으로 따로 나누어서는 안 되며 삶의 총체성이라는 측면에서 하나로 사고될 수 있을 때 죽은 민주주의는 다시 그 실체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생활 속에서 직면하는 딜레마를 지혜롭게 해결하려면?-윤리지능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딜레마에 놓이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예컨대 절친한 친구가 빚에 쫓겨 돈을 빌려달라고 하거나, 사업 자금 마련을 위해 보증을 서달라고 부탁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게다가 사내에서 가정이 있는 동료 혹은 직장 상사와 사랑에 빠졌을 때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 이처럼 사람들은 매순간 크고 작은 선택의 기로에서 늘 갈등하게 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말과 행동, 중요한 선택을 하게 된다. 그 선택과 행동이 곧 자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주며 타인이 나를 '상식 있는 사람', '합리적인 사람', '몰지각한 사람' 등으로 평가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과 직면했을 때 조금 더 현명하고 덜 후회스러운 선택을 하게 해주는 가치의 길잡이가 바로 '윤리지능(Ethical Intelligence)'이다.
책 '윤리지능'(다산라이프)은 언뜻 보면 지능지수(IQ)나 감성지수(EQ)에서 파생된 '윤리지수' 개념쯤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리지능이 높은 사람은 나를 지키면서도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다. 이 책은 상황에 휩쓸리지 않고 나답게 행복해지는 길을 제시한다.
헷갈렸던 직장과 생활 속 문제 시원하게 해결해주는 5가지 원칙이 있다.
1.남에게 해를 끼치지 마라. 2.상황을 개선하라. 3.다른 사람을 존중하라. 4.공정하라. 5.사랑하라.
책은 이 외에도 윤리지능이 적용되는 범위를 크게 '직장'과 '사생활'로 나눠 그에 알맞은 윤리지능의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한다.
이 책은 시대가 복잡하고 불안할수록 상식과 가치기준이 흔들리기 쉽다며, 혼돈을 바로잡아주고 최선의 선택을 하는 데 적극적으로 '윤리지능'의 원칙들을 적용해보길 권한다.
좋은 책의 발견-북스커버리 CBC뉴스 유수환 press@cb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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