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개발자' 송재경을 주목하는 이유


600억 대작 프로젝트 아키에이지, 1월2일 출격…송재경의 네번째 도전

[허준기자] 온라인게임 '천재 개발자'로 불리우는 송재경의 네번째 도전이 시작된다.

리니지와 바람의나라로 온라인게임의 거장으로 우뚝선 송재경의 신작게임 '아키에이지'가 오는 1월2일 정식 론칭을 앞두고 있다. 아키에이지는 송재경이 개발하는 게임이라는 점 만으로 단숨에 최고 기대작 반열에 오른 대작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중국 최대 게임업체 텐센트는 지난 2010년 무려 5천만달러(약 600억원)의 계약금을 지불하고 아키에이지 중국 판권을 확보했다. 이 계약금은 국내 온라인게임의 최고 수출금액으로 이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1차 테스트 단계였던 아키에이지를 5천만달러라는 거금을 주고 확보했다는 점에서 업계는 텐센트가 너무나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텐센트는 '송재경'이란 이름은 그만한 베팅을 할만한 인물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도 국내 게임 개발자의 실력을 알아봤던 것이다.

송재경이 개발한 바람의나라와 리니지는 10만명의 동시 접속자를 이끌 정도로 국내에서 크게 흥행했다. 동시 접속자 수보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가 만든 게임으로 한국의 온라인게임 스타일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최초와 최고의 수식어가 따라붙는 송재경의 도전들

송재경은 아키에이지를 개발하기 이전에 바람의나라와 리니지, 그리고 XL레이싱까지 총 3종의 게임을 개발했다.

지금도 넥슨코리아에서 서비스중인 바람의나라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MMORPG다. 1996년 2월에 첫선을 보인 바람의나라는 최고 13만 명의 동시 접속자 수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바람의나라가 등장한 1996년, 한국은 텍스트 머드게임 단군의땅이나 쥬라기공원 등이 인기를 끌고 있었다. 텍스트가 주를 이루던 게임시장에 비주얼게임의 등장은 충격적이었다. 바람의나라 흥행으로 넥슨은 국내 뿐만 아니라 일본 최대 온라인게임 퍼블리셔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바람의나라가 그래픽을 보여줬다면 리니지는 가상 사회를 열었다.

1998년에 등장한 리니지는 MMORPG라는 장르의 특성을 제대로 살린 최초의 게임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영화 '매트릭스'로 유행했던 '가상 사회' 열풍을 구체화시켰다는 평가다. 리니지가 가상 사회라 불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온라인게임 사상 처음으로 권력 요소를 게임 내에서 구현해냈기 때문이다.

리니지는 군주와 기사의 주종관계를 구조로 한 집단인 '혈맹'(다른 온라인 게임의 '길드')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권력다툼을 그렸다. 그리고 본토에 존재하는 성을 점령할 수 있는 '공성전 시스템'을 도입하고 승리자는 '성주'가 되어 게임 내 운영 권한 일부를 받을 수 있었다.

리니지는 권력을 원하는 사용자들과 그 주변인들, 그리고 순수한 게임 마니아들까지 얽힌 사회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냈다. 그 결과 매년 1천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둘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캐릭터 레벨 업 외엔 별다른 콘텐츠가 없었지만 게임 내에서 이용자들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유저 내러티브'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의 세번째 시도는 지난 2006년에 선보인 정통 레이싱게임 'XL레이싱'이었다. 콘솔게임에서 짜릿한 손맛을 건네주던 레이싱게임을 PC 온라인에서도 구현하겠다는 도전이었다. 송재경은 엄청난 굉응과 함께 포뮬러 레이싱을 XL레이싱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 게임은 높은 PC사양과 불안정한 네트워크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XL레이싱은 PC 온라인게임이 비디오게임에 비해 조악하다는 편견에 반기를 들었던 게임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후 국산 온라인게임은 그래픽과 조작을 향상시켜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MMORPG 14년만의 후속작 그리고 가상 사회의 진화

송재경의 네번째 도전은 오는 1월 2일 론칭될 아키에이지다. 아키에이지는 송재경이 XL레이싱 이후 6년, 리니지 이후 14년 만의 후속작이다. 아키에이지가 송재경의 14년 만의 후속작이라 불릴 수 있는 이유는 리니지의 가장 큰 특징인 '가상 사회'를 보다 진화시켜 구현해냈기 때문이다.

리니지 이후 온라인 게임은 '가상 사회'라기 보다는 '온라인 테마 파크'이라는 말이 어울리고 있다. 게임 개발사가 제공하는 콘텐츠를 다른 사람과 함께 이용하는 것을 게임 내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테마파크형 게임의 대표작은 블리자드가 개발한 월드오브워크래프트다.

14년 전 '가상 사회'를 만들어낸 송재경 대표는 이런 테마파크형 게임에 반기를 들었다. 다시금 정통 MMORPG로 회귀를 선언한 것. 그는 아키에이지로 보다 진화된 가상 사회를 만들어냈다. 넓은 대륙에서 사용자들은 직접 농사를 짓고, 광석을 캐고, 나무를 베어 집을 지을 수 있다.

사용자들이 지은 집들이 모여 마을이 되고 그 마을을 둘러 성벽이 쌓아 '성'을 만든다. 이로 인해 아키에이지는 지극히 현실적인 '중세 판타지 가상 사회'를 만들어낸다. 권력 하나만으로 가상 사회를 만들어낸 것이 리니지라면 아키에이지는 권력은 물론, 그에 따른 '생활'까지 게임 내에서 구현해 냈다.

송재경 스타일의 게임은 모래 사장에서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모양의 모래성을 쌓으며 노는 '샌드 박스'에 가깝다. 게임 개발사가 제공하는 것은 사용자들이 놀 수 있도록 모래 사장과 함께 모래성을 쌓을 수 있는 도구들이다. 물론 다른 사용자가 만든 모래성을 부숴버리는 것도 가능하다.

최근 온라인게임, 특히 MMORPG에서 송재경 스타일의 게임들이 줄이어 개발소식을 전하고 있다. 최근 네오위즈게임즈의 중흥을 책임진 블레스를 비롯해 C9 개발자 김대일PD가 진두지휘하고 있는 '검은사막' 등이 송재경 스타일의 새로운 경향을 증명이라도 하듯 게임 내 소셜과 상호작용을 강조하고 있다.

기존 국내 MMORPG시장을 주름잡았던 테마파크식으로는 더 이상 게이머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렵다는 판단이 힘을 얻고 있다는 증거다.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는 "게임은 즐거워야 한다. 그런데 개발사가 제공하는 즐거움만 맛볼 수 있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며 "즐거움은 필연적으로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아키에이지가 개인의 가치를 강조하고 선택권을 확장시킨 것은 더 다양한 재미를 구현하기 위함이다. 개인의 자유를 존중할 때, 게임의 흥행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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