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야동 재밌냐고?"…유해정보를 심의하는 사람들


유해정보심의팀장 "매일 음란물 노출 고충, 누군간 해야할 일"

[강현주기자] 상상을 초월하는 선정적인 장면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동행한 사진기자도 선뜻 셔터를 누르지 못했다.

적나라한 변태 성행위 영상들, 난도질된 시체들, 극도로 손상된 신체 일부분들. 재미는 커녕 비위가 뒤틀렸다. 하필 점심 직전이었다.

아주 잠깐 접한 음란물들에도 속이 안 좋을 정도인데, 하루에도 수십 건, 많게는 수백 건씩 이런 유해물을 접해야 하는 이 팀. 고충이 많을 것 같다.

정보 홍수 시대인 만큼 유해정보도 넘쳐나고 있다. 국민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미디어인인터넷의 유해정보는 어떤 과정을 거쳐 정화되는지 알아보고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유해정보심의팀 사무실을 방문했다.

◆음란물과 함께하는 일상…'힐링' 필요할 듯

유해정보심의팀원들은 종일 모니터를 들여다본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음란물이 돌아다니는지, 19금 콘텐츠가 미성년자에게 노출되고 있는지, 성매매 정보 등 불법 정보가 유통되고 있는지 꼼꼼하게 살핀다.

유해정보심의팀 정희영 팀장은 "자체 모니터링이나 민원을 통해 특정 사이트의 유해성이 제기되면 자세히 살펴 증거수집 작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 수집 과정에서 팀원들은 웹사이트나 파일공유 사이트 등에서 유통되는 정보들을 일일이 살펴본다.

이 정보들이 음란물로 판단되면 심의위원들에게 심의 안건으로 보낸다. 심의 과정을 거쳐 사업자들에게 해당정보 삭제, 이용해지 등의 시정요구를 내린다.

유통 자체가 불법인 '음란물'이 아니더라도 19금 영상 등 '청소년 유해매체물'이 성인인증 없이 유통된다면 이 역시 시정조치를 할 수 있다.

정 팀장은 "우리팀에서 일한다 하면 재밌는 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가끔 있는데, 지속적으로 유해정보에 노출돼야 하는 건 가장 큰 고충"이라며 "혐오스런 장면을 접한 후 악몽을 꾸는 팀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더 큰 문제는 처음엔 심한 거부감이 들다가도 계속 보다 보면 무감각해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무 내용을 설명해준 팀원도 "이런 영상들이 있는지 일일이 살펴보구요…"라며 극도로 선정적인 영상들을 태연하게 넘겼다.

팀원들의 정서적 손상에 대해 회사차원의 보상이 있냐는 질문에 정 팀장은 "피폐해진 정서를 순화하라고 연말에 회사가 문화비 일부를 지원해주기도 한다"고 했다.

기자가 들은 바에 따르면 유사업무를 하는 직종 중엔 사측으로부터 심리치료 지원을 받는 곳도 있다고 한다. 이들의 일상을 살펴보니 충분히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통심의위는 늘어만가는 유해정보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이 팀의 인원을 보강했다. 실제로 방통심의위가 심의한 인터넷 유해정보는 지난 2010년 4만6천여건에서 올해 6만8천500여건으로 2년만에 50% 가량 증가했다. 이 때문에 인원을 보강해도 힘에 부친다고.

팀원 선정 시 직원들의 비위나 담력 테스트 같은걸 하느냐는 질문에 정팀장은 "딱히 그런건 없지만 정신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업무인 만큼 직원들을 장기적으로 이 팀에 머물게 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 팀장이 유해정보심의팀장을 맡은지는 1년 정도라고 한다.

◆"음란물 유통하게 해달라" 항의도

이 팀이 겪고 있는 또 하나의 고충은 "그냥 음란물 유통되게 해달라"는 민원전화다. "안그래도 적적한데 이런 동영상도 못보면 무슨재미로 사나"라며 항의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

이에 유해정보심의팀은 "사회통념상 보편적 성인이 수치심과 혐오감을 느끼는 콘텐츠가 음란물에 대한 법적인 정의"라고 설명한다.

노출과 폭력성이 국민 정서에 영향을 주는 수위는 시대적 통념에 따라 변하지만 동시대의 보편적인 사람들이 기준이 돼야 한다는 것.

음란물 외에도 요즘들어 부쩍 늘어난 유해정보는 성매매·도박 등의 불법정보라고 한다. 게시물 댓글에 '조건만남' 등의 키워드로 성매매 정보를 제공하거나 아예 블로그나 카페를 개설해 알선하는 것도 이 팀의 관리대상이다.

정 팀장은 "우리팀도 앞으로 역량을 더 쏟을 계획이지만 불법정보들이 주로 게릴라성으로 나오기 때문에 행정적 단속은 한계가 있다"며 "각 사이트들의 자율 규제 역시 더 활성화 돼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방통심의위 유해정보심의팀은 '유해정보와의 전쟁'을 위해 매일 유해정보에 노출돼 방어막 역할을 하고 있다.

정 팀장은 "누군가는 사명감을 가지고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강현주기자 jjoo@inews24.com 사진=조성우기자 xconfind@inews24.com




주요뉴스



alert

댓글 쓰기 제목 "야동 재밌냐고?"…유해정보를 심의하는 사람들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