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5년, 한국 '게임규제공화국' 됐다


셧다운제부터 웹보드게임 규제안까지… 규제 칼날 '번뜩'

우리의 성장동력으로 손꼽히는 게임산업에 위기에 빠졌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ICT 산업이 결합한 게임산업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각종 규제에 몸살을 앓고 있다. 게임의 긍정적인 면을 도외시한 채 게임이 학생들의 학업을 방해하고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단순논리로 게임산업에 규제의 칼날만 들이대고 있다. 아이뉴스24는 MB 정부의 지난 5년, 게임산업에 드리운 규제만능 정책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이를 통해 건강한 게임 산업의 길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허준기자] 게임업계는 지난 2008년부터 5년간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 2008년 게임시장 규모는 약 5조6천여억원에서 지난 2011년 8조8천여억원으로 성장했다. 2012년에는 10조원 까까이 성장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거의 2배 가까운 성장일 일궈냈다.

이같은 눈부신 성장과는 반대로 게임에 대한 인식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패륜 범죄의 원인이 게임으로 지목되고 게임 때문에 청소년들이 잠을 못 잔다거나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비 합리적인 주장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게임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 결정적인 원인을 지난 2009년 이후 정부 주도로 시작된 각종 게임 규제안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청소년들의 게임 접속을 원천 차단하는 셧다운제나 웹보드게임 규제안, 아이템 현금거래 규제안 등은 모두 '게임=나쁜 것'이라는 편견에서 시작된 규제들이다.

◆정부 "게임만 없으면 된다", 셧다운제 강행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게임 규제안은 바로 셧다운제다. 셧다운제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심야시간(자정부터 오전 6시) 게임 접속을 원천 차단하는 강력한 규제안이다.

셧다운제는 지난 2008년 7월 당시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 및 의원 30명이 발의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에 처음 등장했다. 이 개정안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청소년들의 온라인게임 접속을 차단한다는 내용이 처음 등장했다.

이후 2009년 최영희 의원이 다시 셧다운제가 포함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 개정안은 여성가족위를 통해 국회 법사위로 회부됐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셧다운제 논의가 시작됐다.

게임 주무부처였던 문화부는 셧다운제를 막기 위해 나섰고 여성가족부는 '청소년 보호'를 내세우며 셧다운제 시행을 강력히 주장했다.

셧다운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자 각계각층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실효성 없는 정책이라는 비판, 청소년들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비판, 중복규제라는 비판들이 끊이지 않았다. 국회에서도 셧다운제를 비판하는 토론회가 열렸고 한국입법학회도 셧다운제의 실효성을 지적했다.

국회의원들도 셧다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당시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은 국회에서 셧다운제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말해 많은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은 셧다운제가 처음 부상했을때부터 현재까지도 계속 셧다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셧다운제는 결국 국회를 통과,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제도가 시행된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모바일게임까지 셧다운제에 포함시키자는 논의가 시작됐다.

◆규제 3종 세트 폭탄, 셧다운제-게임시간선택제-쿨링오프제

청소년들에게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정부의 노력은 비단 셧다운제 뿐만이 아니었다.

문화부가 셧다운제를 막겠다고 들고 나왔던 게임시간선택제(선택적 셧다운제)도 현재 시행중이다. 게임시간선택제는 부모가 자녀의 게임 시간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게임업체는 부모가 자녀의 게임접속 차단 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하고 부모가 정한 시간에는 자녀의 접속을 차단해야 한다.

셧다운제와 함께 게임시간선택제가 시행되면서 두 제도는 중복규제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게임시간 선택제는 부모가 자정부터 6시까지를 차단시간으로 설정하면 셧다운제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원한다면 부모는 24시간 자녀의 게임 접속을 원천 차단할 수도 있다.

업계는 셧다운제와 게임시간선택제가 겹치는 만큼 더 효율적이고 부모의 자녀 교육을 유도하는 게임시간선택제 하나로 제도가 합쳐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교육과학부는 왕따를 막겠다고 2시간 연속 게임을 하면 강제적으로 10분을 쉬게 만드는 쿨링오프제를 내놨다. 쿨링오프제는 18대 국회가 마무리되면서 자동폐기 됐지만 언제 다시 고개를 내밀지 게임업계는 불안에 떨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초유의 규제 3종세트가 게임강국인 한국에서 있었다는 것이 어이없는 사실"이라며 "셧다운제와 게임시간선택제, 쿨링오프제까지 MB정부는 게임을 규제하지 못해서 안달이었다"고 지적했다.

◆'게임=도박?', 사행성 규제 수위 높았다

앞서 살펴본 셧다운제를 비롯한 게임 규제안은 청소년 보호와 게임 과몰입을 막겠다는 취지로 진행됐다. 이와는 별개로 게임의 사행화를 막겠다는 규제안들도 앞다퉈 등장, 게임산업을 옥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웹보드게임 규제안이다. 웹보드게임은 일명 고스톱, 포커류 게임을 일컫는 말로 매년 국정감사 시즌마다 웹보드게임의 사행성이 너무 심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매년 정부는 웹보드게임에 대한 규제를 높이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럴때면 게임업체들은 자율적으로 규제하겠다고 규제안을 내놓으면서 사행화를 막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정부는 올해 말 강도 높은 웹보드게임 규제안을 내놨다.

웹보드게임이 고스톱과 포커라는 도박을 모사한 게임이라는 태생적인 한계로 사행성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도 문제지만 무조건 적으로 이 게임을 서비스하는 게임 회사들에게 웹보드게임 사행화의 책임을 물으려고만 하는 정부의 태도도 문제다.

올해 말 발표된 웹보드게임 규제안을 살펴보면 웹보드게임을 도박으로 즐기는 사람 뿐만 아니라 단순히 게임으로 즐기는 이용자들도 피해를 보는 규제안이 상당 부분 담겨있다. 특히 웹보드게임을 이용할때마다 공인인증서나 아이핀을 이용해 본인인증을 하라는 것은 과잉규제라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불법환전상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불법환전을 막으려는 노력보다는 게임에 대한 규제를 늘려서 웹보드게임 자체를 옥죄는 편한 방법을 찾은 셈이다.

◆정부 규제안, 게임업계 인력난으로 경쟁력 약화 초래

이같은 정부의 규제안은 아직 게임업체에 직접적으로 매출 타격을 주고 있지는 않다. 셧다운제 시행 이후에도 게임업체들의 매출은 시행 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업계 관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게임에 대한 시각은 많이 바뀌었다. 매년 정부는 게임산업에 대해 미래 먹거리 산업, 수출효자 산업이라고 추켜세우지만 정작 게임산업에 종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줄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메이저 게임업체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고급인력의 유입이 중단됐다는 점"이라며 "게임에 대한 규제가 많아지면서 게임산업이 나쁜 산업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형성됐다. 과거와 달리 명문대 출신 고급인력들의 지원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게임 규제안에 지속적으로 반대 의견을 냈던 전병헌 의원실 관계자도 "정부가 게임을 계속 규제하면서 게임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나빠졌다"며 "진흥에도 모자랄판에 규제만 하니 고급 인력들이 게임업체로 오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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