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을 해 본 분들은 유럽 주요 도시의 중심부에 성인용 극장이나 성인용품점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TV 등 방송 매체들이 늦은 시간대에 성인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것은 유럽에선 그리 낯선 문화는 아니다. 오히려 그런 면에서 미국은 생각보다 훨씬 보수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국도 사회적으로 인터넷 성인 프로그램이 봇물 터지듯 등장해 이제는 온라인 성인용 프로그램은 더 이상 새로운 뉴스거리가 되지는 못한 듯하다. 심지어는 외국 사이트에 한국 프로그램이 접속되어 당당히 국제 경쟁력(?)을 갖추어 가고 있는 것 같다.
◆ 유럽의 온라인 성인물 시장 현황
지난해말 유럽 광고 조사 기관인 ‘르몽 애드’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유럽 인터넷 검색 엔진의 키워드와 관련해 흥미있는 사실을 발표한 적이 있다. 영국을 제외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등 주요 국가의 인터넷 유저들의 1순위 키워드는 ‘sex’였다고 한다.
영국에서 인터넷 검색 키워드 1위는 자동차 그랑프리 대회인 ‘Formula1’이었다. 그 다음으로 건강과 여행 이었으며 예상외로 ‘sex’는 날씨, 향수, 유로 등에 이은 37위에 랭크되었다고 조사됐다. 또한 자동차, MP3, 여성, 고용 등은 전반적으로 유럽 지역에서 상위 랭크된 키워드이었다.
유럽의 개방적인 성인용 제품이나 서비스 오프라인 시장과 함께 온라인 시장은 어떤 양상을 띠고 있을까?
인터넷 조사기관인 ‘넷 밸류’가 지난해 유럽 주요 5개국 인터넷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점잖을 것 같은 독일인들이 성인 사이트 접속 시간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인 사람들 역시 성인 사이트 방문률이 높았다.
그러나 이런 결과는 이들 나라의 심야 TV 방송 프로그램을 접한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고개를 끄떡일 수 있다. 공중파 방송에서도 성인물이 많이 노출돼 있다는 이야기이다.
독일 인터넷 유저 한명당 한달 평균 70분 정도 성인 사이트를 방문하였으며 그 다음이 스페인 63분, 프랑스와 덴마크는 각각 46분과 45분, 영국인들은 37분으로 기록되었다. 접속 빈도수로는 스페인 인터넷 유저 10명 중 4명, 독일과 영국이 3.3명, 덴마크와 프랑스가 2.8명과 2.7명으로 조사되었다. 성 비율로는 남성이 평균 7.2-8.2명 선으로 절대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다. 연령층은 15-34세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 부부 성생활 연구소와 MSNBC가 펼친 공동 연구에서 남성 인터넷 유저의 6.5% 정도가 사이버섹스에 중독되어 있어 이제 사이버섹스는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보이고 있는 것으로 발표한 적이 있다.
동 연구에 의하면 사이버섹스 중독 현상을 보인 남성들은 다른 남성 인터넷 유저들에 비해 2배가 넘은 일주일 5.7 시간정도 성인용 사이트에 접속하고 있으며 아울러 대부분 중독자들은 엔터테인먼트나 성생활 정보 검색보다는 스트레스 해소 목적으로 성인 사이트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대다수의 사이버섹스 중독자들은 실제 파트너들과의 성생활에서 상당히 불만족스럽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연구는 99년부터 2001년까지 성인용 온라인 사이트는 평균 30%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일 것이며 2002년 미국 3천만, 유럽 2천500만의 인터넷 유저가 성인 사이트를 방문 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금년 초 인터넷 조사기관 쥬피터는 영국의 온라인 상위 10개 사이트 중 성인용 프로그램은 고객 선호도 에서 12위로 밀려나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약 400만의 인터넷 유저가 성인 사이트에 접속하고 있지만 이중 40%는 자기 의지와 관계 없이 우연히 접속하게 되었다고 분석하였다.
이런 가운데 금년 초 라이코스 유럽은 선정적이지 않은 성인용 영화를 제공하는 VOD 채널 서비스를 위해 성인물 제작 전문가팀을 구성했다. 우선 본 서비스는 라이코스의 독일어 사이트인 ‘화이어볼’ 에서 시작되었으며 미디어 회사인 ‘넷콤’과 ‘캠 포인트’라는 회사와 공동 제작으로 이루어진다.
스페인의 성인물 제작 회사인 ‘프라이뱃 미디어’는 독일의 T-온라인 포털인 ‘ya.com’에 성인물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하였다. 즉 ‘ya.com’의 유저들은 ‘프라이뱃 미디어’의 스페인과 포르투갈 사이트를 포함한 방대한 성인물 콘텐츠를 접하게 될 것이라는 회사의 설명이다.
독일의 제 3위 ISP인 freenet.de은 ‘풘도라도(Fundorado)’라는 인터넷 성인 포털 사이트를 위해 독일 최대 성인용품 유통 업체의 하나인 ‘오리온’과 함께 지난해 공동 사업을 시작하였다. ‘프리넷’ 측에서는 독일 최대 오프라인 성인용품 유통 업체들과의 제휴를 통해 성인용 인터넷 비즈니스의 리더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유럽 최대의 에로 영화 배급 업체인 스위스의 ‘에로틱 미디어’는 인터넷과 케이블을 통해 성인용 영화를 제공하고 있는 ‘미디어넷닷컴’과 전략적 제휴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런 일련의 후속 조치로 최근 ‘미디어넷닷컴’은 빌링 솔루션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는 통신 서비스 회사인 ‘오디폰’을 인수하였다.
◆ 모바일폰의 성인용 콘텐츠
최근 한국에서 온라인 성인용 프로그램의 붐이 모바일폰으로 옮겨 가는 징조가 보이고 있다. 유럽에서도 독일의 이동통신 사업자인 E-플러스는 4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i-모드를 위해 각종 뉴미디어 기술력에 바탕을 둔 콘텐츠를 2003년 2/4분기까지 미국 성인 잡지 ‘플레이보이’로부터 제공 받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네덜란드 KPN의 i-모드 서비스에는 성인 콘텐츠 제공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영국의 ISP인 ‘버진 모바일’은 최근 플레이보이와 협의를 갖은 후 유료 성인용 콘텐츠를 제공할 것이라 발표하였다. 파이넨셜 타임즈에 의하면 ‘버진 모바일’의 네트웍을 통해 플레이보이의 칼러 사진과 스트립 포커 같은 성인용 게임을 모바일 폰을 통해 유료화하겠다는 전략이라고 한다.
또한 영국 3세대 이동 통신 사업 선정 업체인 ‘보다폰’과 ‘허치슨’은 3세대 이동 통신 사업의 막대한 소요 자금을 위해 성인용 모바일 콘텐츠를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K 통신의 자회사에서도 플레이보이 온라인 사업에 이어 금년 하반기 모바일폰 성인용 콘텐츠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IT 조사 기관 ‘비젼게인’은 2006년까지 모바일폰 성인용 콘텐츠 시장은 750억 유로 규모의 세계 성인물 콘텐츠 시장 규모의 5%가 넘는 40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였다.
◆ 성인용 사이트에 대한 유럽 각국의 대응
지난 4월 유럽 연합은 최근 유럽에서 일고 있는 어린이들을 유해 성인 사이트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해당 사이트의 폐쇄 관련 발의안을 460대0으로 부결했다. 즉, 성인 사이트의 피해는 인정하지만 특정 사이트에 대한 폐쇄 조치보다는 불법 유해 콘텐츠에 대한 신고를 전담할 핫라인을 설치하고 디지털 방송의 등급제와 제도적 여과 조치에 근간을 둔 산업 자체적인 규제를 결정하였다.
인터넷 매니지먼트 회사인 ‘웹센스’의 조사에 의하면 영국에서 인터넷 오용에 대한 생산성 손실은 한해 150억 유로에 해당된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자료에서 해고된 고용인 중 23%가 근무시 성인 사이트 접속이 원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업들은 이들 사이트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금년 초 영국 포털 사이트 ‘티스칼리’는 수입 증가를 위해 고객들의 요구와 현실적인 시장 환경의 변화에 따라 성인용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도입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사회의 부정적인 시각을 감안해 성인 프로그램을 오후 11시부터 오전 5시에 국한시키기로 하였다.
지난해 말 독일 연방 정부와 지방 정부는 인터넷 성인 유해 사이트로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 낮 시간에는 성인 사이트 서비스를 제한하는 조치에 합의했다. 즉 저녁 11시부터 아침 6시까지만 성인 사이트 서비스를 운영한다는 합의안이었다.
그러나 독일의 멀티미디어 기업 협의회인 DMMV는 이런 합의가 인터넷 기술의 발전 장애와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야기할 것이라 경고하였다. 서비스 제한 시간에 대해서는 외국 성인 사이트에 같은 조처를 강요할 수 있겠는가 하는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또한 집권당과 야당은 이번 조치가 매우 엄격하다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어 성인 사이트 규제에 대해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찬반 논의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몇주 전 필자의 칼럼 중 인터넷 관련 바티칸의 입장에 대해 인터넷 대중화로 인해 사회 전반에 걸쳐 범람하고 있는 포르노물, 상대방 비방 등 각종 유해성 사이트로부터 인류를 보호하여야 하며 이와 관련한 인터넷 산업의 자율적인 규제와 산업 윤리 지침 제정이 필요하다고 적은 바 있다. 바로 이것이 유럽 사회가 갖고 있는 그들 사고 범위 내에서 유해 사이트에 대한 가장 적절한 대응 방안일 것이다.
/하워드 리 시멘텍 부사장 howard@siem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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