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C와 애플이 어떤 조건으로 합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건에 대해 국내 일부 언론들은 HTC가 백기를 들었다고 평가하고 있네요. 그런데 제 생각으론, 그건 다소 성급한 판단이라고 봅니다. 어느 정도 조건에 어떻게 계약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백기를 들었다'고 표현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요?
아스테크니카 기사를 한번 볼까요? 아스테크니카는 HTC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했던 계약과 같은 수준의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HTC는 MS에 안드로이드 기기 한 대당 5달러 가량의 로열티를 지급하기로 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아스테크니카는 이번 계약이 삼성에 꼭 유리한 것만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네요. 그 부분은 아예 원문 그대로 옮겨다 놓겠습니다.
"Ending its litigation against HTC isn't necessarily a sign Apple is ready to end its much larger crusade against Samsung. That company is the leading US smartphone seller and a major rival. But Apple has the edge in court right now, and it is likely to push that advantage. Apple is also sparring with Google-owned Motorola over patents."
HTC와 애플은 왜 화해를 했을까요? 실제로 두 회사는 최근까지도 한 치 양보 없는 특허 전쟁을 계속해 왔습니다. 지난 8월 삼성이 애플과의 소송에 완패했을 때도 HTC 회장은 "애플과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정도입니다.
아스테크니카가 몇 가지 분석을 했네요. 우선 애플 입장에선 삼성과의 소송에서 승리했다고 해서 다른 소송에서도 승리한다는 보장은 없다는 겁니다. 게다가 HTC는 애플이 온 정열을 쏟아서 상대할만한 대상이 아니란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하네요. 애플 입장에선 전력을 다해 싸워야 할 대상은 HTC가 아니라 구글이나 삼성이란 겁니다.
HTC 입장은 더 절박합니다. 계속 소송 비용을 지불하느니 차라리 애플에 로열티를 주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네요. 적절한 분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협상이 진짜로 관심을 끄는 건 다른 부분입니다. 팀 쿡 체제로 바뀐 이후 특허 전쟁에 대한 애플의 태도가 누그러졌느냐는 점이 더 궁금한 부분입니다. 앞에서 소개했듯이, 스티브 잡스는 안드로이드 진영에 대해 엄청난 악감정을 갖고 있었습니다. '결사항전' 자세로 임했을 정도이니까요.
올싱스디지털을 비롯한 많은 매체들이 이런 부분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테크크런치는 HTC가 다소 애플과 계속 소송을 하기가 버거웠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로열티 조건 역시 HTC 쪽에 유리한 건 아닐 것 같다는 겁니다.
반면 애플 역시 그 동안 '퇴치 대상'으로 생각했던 안드로이드 업체를 경쟁자 중 하나로 간주했다고 보고 있네요. 특허 분쟁에 대한 인식이 조금 부드러워졌다는 겁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삼성과의 소송도 협상의 여지가 좀 더 있을 것이란 분석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테크크런치의 입장입니다. 그 부분을 옮기면 이렇습니다.
"This settlement with HTC is essentially a sign that Apple considers it a competitor neutralized, and that’s far from the case with Samsung."
올싱스디지털, 가디언, 리드라이트 역시 비슷한 논조입니다. 포스테이턴츠는 좀 더 꼼꼼하게 분석해주고 있습니다. 단 포스페이턴츠는 다른 언론사 기사를 읽는 것보다는 조금 어렵습니다. 대중적인 글쓰기와 전문가 글쓰기의 차이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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