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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와 비틀스가 어우러진 멋진 공연


런던올림픽 개막식, 영국적 문화코드로 세계인 사로잡아

영국을 대표하는 코드는 셰익스피어와 비틀스다. 그들은 셰익스피어로 세계인의 감성을 자극했고, 비틀스의 팝을 앞세워 세계인의 귀와 입을 사로잡았다.

28일 새벽 5시(한국시간) 영국 런던 리벨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올림픽 개막식에선 이 두 가지 코드가 멋드러지게 어우러졌다. 규모는 웅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속에 영국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내면서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보는 듯한 감동을 선사해줬다.

연출을 맡은 대니 보일 감독은 개막식 주제로 '경이로운 영국'(Isles of Wonder)'을 택했다. '경이로운 영국'이란 말 속엔 영국과, 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에 대한 오마주가 동시에 담겨 있다. '위대한 영국'은 바로 셰익스피어의 희곡 '더 템페스트'에 나오는 대사이기 때문. 영국의 위대함을 자랑하면서 동시에 셰익스피어를 연상케하는 멋진 선택이었다.

보일 감독은 1시간 20분 가량 진행된 식전 공연에서 위대했던 영국의 역사를 완벽하게 담아냈다. 그 속에서 찾아낼 수 있는 코드가 바로 셰익스피어와 비틀스였다.

식전 행사의 전체적인 얼개가 웅장한 셰익스피어 희곡을 연상케 했다면, 그 희곡을 화려하게 만들어준 것은 '비틀스'로 대표되는 영국의 화려한 대중음악이었다.

잘 아는 것처럼 영국은 비틀스 뿐 아니라 롤링 스톤스, 에릭 클랩턴, 레드 제플린, 퀸 등 기라성 같은 팝 문화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다. 보일 감독은 이런 영국의 장점을 식전 행사에 잘 녹여 냈다. 영국을 대표하는 대중음악을 잘 버무리면서 자신들의 위대했던 근-현대사를 멋지게 그려낸 것이다.

비틀스의 '쉬 러브즈 유'를 비롯해 레드 재플린의 '트렘플레드 언더 풋', 에릭 클랩턴의 '원더플 투나잇', 롤링 스톤스의 '새티스팩션',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 같은 명곡들을 쏟아냈다. 마치 "가장 영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듯했다.

셰익스피어 희곡 속 대사를 딴 식전 행사에 판타지 문학의 대표 아이콘으로 떠오른 조앤 롤링을 등장시킨 것도 인상적이었다. 롤링이 대형 판타지 동화책을 읽을 때 '해리포터'의 볼드모트 뿐 아니라 '피터 팬'의 후크 선장, '101마리 달마시안'의 크루넬라 같은 악당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하지만 곧이어 영국의 또 다른 아이콘인 메리 포핀스가 이들을 모두 퇴치시키는 장면을 연출하면서 많은 박수 갈채를 받았다.

월드와이드웹(www)을 발명한 팀 버너스 리 경을 등장시킨 점도 눈에 띄었다. 팀 버너스 리는 www을 발명하면서 인터넷 대중화의 불씨를 지핀 인물이다. 특히 그는 자신의 위대한 발명품인 www을 무료로 공급하면서 전 세계인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 인터넷의 발상지는 미국이지만, 그 인터넷을 세계인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것은 바로 자신들이라는 점을 은연 중에 과시하는 듯했다.

3시간 가량 진행된 개막식은 비틀스 멤버였던 폴 매카트니가 직접 '헤이 주드'를 부르면서 화려한 막을 내렸다. 셰익스피어로 시작한 공연이 비틀스로 끝난 셈이었다.

런던올림픽 개막식은 웅장한 편은 아니었다. 베이징을 비롯해 이전 올림픽 개막식 행사에서 볼 수 있던 규모에는 못 미쳤다. 하지만 역사와 전통,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영국의 장점을 아기자기하게 버무려낸 멋진 공연이었다.

이런 공연이 가능했던 건 셰익스피어와 비틀스란 두 개의 코드 덕분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셰익스피어와 비틀스 열병을 앓은 경험이 있던 수 많은 세계인들에게 '가장 영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었던 것 같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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