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와이브로, " KT마저···"


표현명 KT "TD LTE 전환할 수 있도록 정책 결정해야"

[강은성기자] 국내에서 와이브로의 선구자 역할을 했던 KT가 결국 와이브로를 포기하는 듯한 발언을 해 주목된다.

표현명 KT 개인고객부문 사장은 17일 서울 광화문사옥에서 KT의 네트워크 전략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통해 와이브로 정책방향의 변화를 촉구했다.

표 사장은 "세계적으로 와이브로를 하던 통신사들이 대부분 TD LTE와 와이브로를 통합하거나 아예 전환하는 분위기"라면서 "(와이브로)서비스를 지속하고 싶어도 장비를 만들어내는 제조회사조차 없다"고 설명했다.

와이브로는 해외에서 '모바일와이맥스'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가 기술의 상당부분을 주도하며 상용화한 통신표준이다. 한때 미국의 스프린트, 클리어와이어, 인도의 바티 등 글로벌 통신사업자들이 앞다퉈 와이맥스를 채택하면서 CDMA와 같은 한국발 통신기술 표준이 되지 않을까 기대를 모았었다.

그러나 WCDMA와 LTE 등 GSM 계열의 통신기술에 밀리면서 그 종국 역시 CDMA처럼 암울한 미래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재할당 받은 와이브로 주파수, TD LTE로 쓸 수 있어야"

이미 와이맥스 진영의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해 왔던 인텔과 삼성전자는 해당 기술 개발 및 장비개발을 상당부분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는 "인텔도 지난해부터 와이맥스 포럼 의장직을 사퇴하고 관련 조직을 축소하는 등 와이맥스 개발에서 발을 빼고 있다. 삼성전자도 일본 유큐 등에서 주문하는 와이맥스 장비를 제조할 뿐, 주도적으로 차세대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라면서 "이대로라면 와이맥스와 국내 와이브로의 미래가 상당히 불투명하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활발히 와이브로 망을 구축하고 상품화 했던 KT마저 "결국 세계적 기술흐름을 쫒아야 한다"는 판단을 내부적으로 내린 것이다.

표현명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얼마전 와이브로 주파수도 새롭게 할당받아 고객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해도 막상 망을 확충하기 위해 필요한 장비 자체를 제조사가 만들어내질 않는다"면서 "뿐만 아니라 현재 소비자가 와이브로를 이용할 수 있는 단말은 에그(와이파이신호변환기)와 와이브로내장 노트북 뿐"이라고 설명했다.

즉 KT가 아무리 와이브로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려고 해도 망을 구축할 장비가 없고 소비자에게 판매할 단말기가 없다는 얘기다.

표 사장은 "KT는 와이브로를 글로벌 표준인 10M 채널로 변경하면서 전국 84개시 망을 구축하는 등 어느 통신사보다 와이브로 활성화에 앞장서왔지만, 세계 통신기술의 흐름 자체가 와이브로가 아닌 TD LTE로 전환되는 시점이다보니 '고립'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고 강조했다.

인텔과 삼성전자에 이어 KT마저도 와이브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품게 됐다면 정책 당국이 와이브로 활성화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부터 다시 해야 한다.

방통위는 지난 2월 KT와 SK텔레콤에 대해 와이브로용 2.5GHz 주파수를 재할당한 상태. KT와 SK텔레콤은 와이브로 용도로 주파수를 할당받았기 때문에 할당조건을 충족하는 투자계획을 이행해야 한다.

KT는 이같은 와이브로 투자가 결국 국제 기술흐름 추세와 맞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 정책의 유연성을 발휘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표 사장은 "사우디아라비아의 통신사 모빌리는 와이브로를 서비스하다가 같은 대역에서 TD LTE로 전환했다. 클리어와이어도 마찬가지이며 일본도 그렇다"면서 "우리 역시 와이브로와 TD LTE를 합쳐나가던가 전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와이브로에 대한 글로벌 추세를 감안해 좀더 합리적인 정책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 됐다"면서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이같은 점을 고려해 정책을 고민했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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