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웅서기자] 일반 가정용 냉장고가 김치냉장고를 안으로 품고 있다. 생활가전 대형화 트렌드로 냉장고도 양문형, 프렌치도어(FDR) 등의 형식으로 용량이 늘어남에 따라 더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해진 것.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가전업체들은 2012년형 냉장고 신모델을 새로 선보이며 김치 보관용 공간을 냉장고 내부에 따로 마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일 세계 최초로 900리터 한계를 넘어선 대형 냉장고 '지펠 T9000'을 선보였다. 지펠 T9000은 기존 양문형 냉장고와는 달리 자주 쓰는 냉장실은 위로, 무거운 음식을 주로 보관하는 냉동실은 아래로 배치하는 프렌치도어(FDR) 형식의 냉장고다.

특히 우측 아래 위치한 '참맛 냉동실'은 -23℃~2℃내에서 냉동, 냉장, 특선, 살얼음 등 4단계로 온도 조절이 가능한데, 이중 '특실'(-1℃)로 설정하면 174.5리터의 공간을 김치 보관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삼성 지펠 T9000은 독자적인 '트리플 독립냉각' 기술로 냉장실과 두개의 냉동실에 냉각기가 각각 채용돼 각 실별로 최적의 온도를 유지시켜준다. 냉기의 흐름도 미세하게 조절해 식품을 항상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으며 냉장실과 냉동실간 냄새 섞임도 없다.
대우일렉이 지난 4월 출시한 양문형 냉장고 신제품 '클라쎄 큐브'는 기존 냉동실, 냉장실과 함께 일종의 김치냉장고가 내장돼 있는 3도어 냉장고다.
전용 김치냉장공간은 오른쪽 아래 '스페셜 큐브'에 있다. 3도어 '클라쎄 큐브'의 전체 용량은 830~855리터. 이중 스페셜 큐브 용량은 약 180~210리터로 내부의 세 칸 중 첫번째 서랍이 김치보관공간이다. 이 공간에는 약 10포기 가량의 김치를 보관할 수 있다.

이 공간을 이용하면 김치를 6개월 이상 싱싱하게 보관할 수 있으며, 고습도 냉각기를 채용해 습도를 최대 80%까지 유지해주기 때문에 신선한 야채 보관도 가능하다. 특히 김치를 동일한 온도에서 보관하기 위해 별도의 2중 단열구조와 센서를 적용했으며 스페셜 큐브 안에 문을 또 하나 따로 갖췄다는 게 업체측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냉장고에 김치를 보관하는 별도의 공간을 따로 마련해도 냉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문을 자주 열었다 닫으면 냉기가 빠져나가 결국 아무런 소용이 없다"며 "최근 나온 제품들은 냉장실과 문이 별개로 있어 실제 김치냉장고 수준의 온도 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냉장고 속 김치냉장고, 진짜 김치냉장고 판매에 영향 없나? 냉장고에 김치를 보관하는 공간에 따로 있으면 진짜 김치냉장고는 사라지는 게 아닐까? 일단 가능성는 농후하다. ▲1~2인 가구 증가 ▲맞벌이 부부 증가 ▲김치 소비량 감소 ▲김장량 감소 등 요인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먼저 1~2인 소형 가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통계청의 '2010~2035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에는 1인 가구(25.3%)가 가장 많이 살고 있다. 그 다음은 2인 가구(24.2%)로 합쳐보면 1~2인 가구가 국내 가정 절반에 육박하는 셈이다. 가족 수가 줄었다는 것은 냉장고를 굳이 두대나 구입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또, 1~2명의 인원이 사는 집에는 냉장고를 두대나 둘만큼 공간적인 여유가 부족하기도 하다. 사람들의 김장량 및 김치 소비량이 줄고 있는 것도 부정적인 요인이다. 특히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한꺼번에 김치를 많이 담궈 오랫동안 보관하기보다는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만 사먹는 경우가 많아졌다. 실제 농촌경제연구원에서 출간한 '2011년 김장시장 분석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1년에는 전체 가구수의 68.5%가 김치를 담갔지만 2010년엔 54.5%로 14%p 떨어졌다. 여기에 1인당 연간 김치 소비량도 2000년 전후 36kg에서 2010년 28kg까지 약 20% 가량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 김치를 대신 보관할 수 있는 대용량의 다용도 냉장고들이 등장해 김치냉장고 수요가 점차 줄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그러나 가전 업계에선 김치냉장고 시장 침체가 다용도 냉장고와는 별 상관이 없다고 말한다. 국내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최신 냉장고들에 채용되고 있는 김치 보관 기능은 김치냉장고에 보관 중인 많은 양의 김치 중 먹을 만큼만 따로 보관하기 위한 것"이라며 "김치냉장고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서브용으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 역시 "그래도 아직은 김치 보관에 대한 수요가 꽤 남아 있다"며 "일반 냉장고에 아무리 별도의 공간이 있어도 수백리터대의 김치냉장고를 대체하긴 어렵다"고 일축했다. 아직 다용도 냉장고가 시장에 주류로 자리잡은 것도 아니다. 김치를 많이 먹지 않는 1~2인 소형 가구라면 다용도 냉장고로 김치냉장고를 대체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제품들이 나온지 얼마 안 돼 보급률이 낮다는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국내 김치냉장고 시장은 다용도 냉장고 출시와는 상관없이 몇년 전부터 일정한 형태고 유지되고 있다"며 "이미 신규 수요보다는 교체 수요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을 만큼 (필수 가전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덧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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