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찾기 외면한채 '게임=마약' 선고


[게임 죽이기의 진실-2]중독 뒤에는 '가족갈등-스트레스' 존재

청소년 게임중독 방지를 목적으로 청소년의 총 게임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법률이 연달아 입법되고 있다. 여기에는 게임에 빠지면 마약의 중독처럼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다는 검증되지 않은 인식이 깔려 있다.

과연 우리 청소년들은 게임에 중독된 위험한 상황에 빠져 있는 것일까.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게임문화재단이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2011 게임 이용자 종합 실태조사' 결과 과몰입군은 2.5%, 과몰입 위험군은 4.0%로 전체 청소년의 6.5%가 게임으로 인한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 과몰입군은 게임을 여가생활로 이용하는 성향을 보이지 않는, 이른바 문제 가능성이 있는 집단을 의미한다.

반면 게임을 여가활동으로 즐기고 있는 '선용군'은 10.3%였으며, 긍정적 영향도 부정적 영향도 미치지 않는 일반사용자군은 83.2%로 조사됐다.

과몰입군과 과몰입 위험군에선 하루 평균 2시간 이상 게임을 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3시간 이상이라고 응답한 경우도 전체 사례의 3분의 1에 달했다. 반면, 일반사용자군은 절반이 넘는 응답자들이 1시간 미만이라고 답했다. 선용군의 경우 1시간 미만은 25.6%로 과몰입군이나 과몰입 위험군보다 많았고, 1시간~2시간이라는 응답은 39.2%였다.

이 조사는 전국 초·중·고등학생 10만5천여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것으로, 종합적으로 볼 때 전체 청소년의 83.2%는 게임에 영향을 받지 않는 선에서 게임을 즐기며, 게임영향이 있다 하더라도 중독과 상관없는 10.3%까지 더하면 총 93.5%가 게임중독과 멀다는 결과를 말하고 있다.

◆중독 뒤에는 가족갈등-스트레스 존재

게임이 문제라며 본질을 외면하는 이들이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게임중독'의 밑바탕에 깔린 중독 원인이다.

'2011 게임 이용자 종합 실태조사'를 수행한 최훈석 성균관대 교수팀은 "전체 청소년의 6.5%가 게임행동종합진단척도에 따라 문제적 게임이용을 하는 군으로 분류됐지만, 이 조사를 통해 얻은 4개 유형별 진단비율이 곧 게임중독자 유병률을 의미하는 것으로 단순화해 해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특히 눈여겨 볼 것은 이 조사에서 과몰입군으로 확인된 청소년 게임 이용자들에게선 개인특성과 생활환경 특성의 다양한 위험요인이 발견됐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증후군)·불안·우울 등의 공존 장애, 부모와의 민주적 의사소통 결여, 가족갈등, 학업 및 교우관계 스트레스, 낮은 사회적 지지, 낮은 수준의 자결성과 자존감, 통제력 결여, 게임과 관련된 비합리적 신념과 인지, 대안 여가활동의 부재 등 다양한 위험요인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중독될 정도로 게임에 빠져드는 청소년들의 모습 이면에는 대화부족의 가정, 학업중심의 학교 및 교우관계, 과도한 스트레스 등 우리 사회문제의 어두운 현실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많은 정신의학 전문가들, 뇌 과학자들이 이 같은 의견에 동조한다. 게임중독자들은 우울증, ADHD 등 공존질환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온다. 따라서 지금까지 나온 연구로는 게임과 게임중독을 인과관계로 규정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생각이다.

한덕현 중앙대 의대 정신과 교수와 페리 렌쇼 유타대 교수는 지난 2011년 12월호 '네이처 리뷰 뉴로사이언스'에 게재된 '비디오게임과 뇌'라는 논문을 통해 "인터넷 중독에 걸린 사람들에서 주요우울장애, 조울증, ADHD와 불안 장애를 포함한 여러 공존 정신 질환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 발표됐으며, 비정상적인 가족 구조가 인터넷과 온라인 게임중독의 중요한 위험 요인을 구성한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유희정 분당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교수 역시 "게임중독자의 뇌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런 사실이 게임중독의 결과인지 개인이 갖고 있는 원인적인 취약성인지는 아직 확실하게 알 수 없는 단계"라고 선을 그었다.

같은 시간 게임을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게임중독에 빠지는 반면, 어떤 사람은 중독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 등 개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개인차 중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 공존질환"이라며 "ADHD를 갖고 있는 경우 빨리 움직이고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자극을 추구하다 보니 멈춰야 할 때 멈추지를 못한다. 또 게임중독에 빠진 아이들의 80%가 우울증, 조울증 등 감정 조절에 문제적인 경향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가족의 결집성이 얼마나 건전한가'도 게임중독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있다. 한덕현 중앙대 정신과 교수는 "아이가 의지할 수 있는 시기에 의지할 수 있게 해주고, 독립할 수 있는 시기에 독립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왜 사람들은 게임을 할까

청소년 외에도 29.9%의 성인들이 여가시간에 즐겨 하는 활동 1위로 게임을 꼽고 있다(한국콘텐츠진흥원 2011 대한민국 게임백서 참조). 30대 미만의 경우 연령층이 낮아질수록 '게임'을 선호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특히 만 15~19세 청소년들의 경우, 여가시간에 즐겨하는 활동으로 '게임'을 선택한 경우가 44.1%로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았다.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를 가리키는 단어 중 하나로 흔히 '게임성'이라는 단어를 쓴다. 겉으로 보기엔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게임에 사람들이 몰두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구나 게임을 한다'의 저자 제인 맥고니걸은 힘든 일을 스스로 도전할 때, 순전히 재미있어서 도전적인 활동에 몰두할 때 행복 유발 능력이 강화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게임은 게이머들에게 이러한 행복을 유발하고 만족감을 준다.

정신과 전문의들 가운데는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의 뇌를 분석해 기쁨, 보상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되고 뇌의 보상 중추가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게임을 통해 자신이 많은 노력을 기울인 노력의 결과를 직접 볼 수 있으며, 자신이 계속 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이러한 성취를 다른 사람과 나누며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찾는다. 중요한 것은 이런 게임성의 원리가 컴퓨터게임 외에도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중독 대보, 서울대 가다'의 저자 이대보 씨는 저서를 통해 "게임에서 즐겼던 요소들을 그대로 공부에 끌어와서 '퀘스트'를 부여하듯이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스스로 '퀘스트(목표)'를 부여하고 이를 달성하면서 성취감을 맛보는 방식, 말하자면 공부를 게임하듯 한 것이다.

뉴욕 시는 게임의 자발성과 자기주도성이라는 특징에서 착안해 지난 2009년 6~12학년 공립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세계 최초의 게임 기반 학교 '퀘스트 투 런'을 설립하기도 했다.

게임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아니지만, 게임 이용자들의 집중을 이끌어내는 멀티 플레이 게임 기제를 이용해 모든 수업과 과제를 운영한다. 성적 또한 A나 F 같은 평가제가 아니라 학생들이 달성하는 '업적'에 따라 레벨제로 운영한다.

지금까지의 전문가 연구결과들은 '게임=마약'과 같은 책임회피성 단순논리로 청소년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지나치게 게임에 빠져드는 것이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는 점에서, 붕괴된 가정과 학교의 정상화에 정책적인 노력을 더 쏟아야 할 것이다.

특별취재팀 강호성 팀장, 허준 기자 gam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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