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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전문가들 "게임 중독 원인 아직 모른다"


교과부 '쿨링오프제' 도입 추진

[박계현기자] 뇌과학자들이 모여 '게임 중독의 원인이 개인의 취약성에 있는지 게임을 하는 행동 때문인지 아직까지 명확히 규명할 수 없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는 26일 게임중독 관련 뇌과학자 간담회를 열고 게임 중독의 원인과 처방에 대해 8명의 뇌과학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간담회를 주관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게임시간을 규제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많이 주고 있다"며 "2시간 게임을 이용할 경우 10분간 게임 이용을 중단하는 방식의 '쿨링오프제' 도입을 정책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호 장관은 "게임업체들도 아이가 몇 시간씩 잠을 자지 않고 게임을 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같은 방식의 '쿨링오프제'는 산업에 큰 피해를 주지 않고도 도입해 볼만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날 발제자로 참석한 김대진 서울성모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게임 중독은 다른 중독 증상과 마찬가지로 금단·내성·갈망 증상을 동반한다"며 "게임 중독에 빠질 경우 폭력성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대인관계의 형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에 PC 없앤다고 학교폭력 사라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

전문가들은 게임 중독이 학교 폭력으로 가는 관문이 될 수는 있지만 게임 중독이 학교폭력의 원인이라고 규명할 수는 없다는 의견을 냈다.

서유헌 서울대 교수는 "학교 내 컴퓨터를 전부 사용 못하게 한다고 해서 학교폭력이 사라지진 않는다"며 "국내 초중고생의 48%가 우울증 증상을 보이고 있으며 20%는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의 중증 우울증이다.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으면 게임 중독도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사회가 청소년들을 감정과 본능은 충족시키지 않고도 공부만 하면 살아갈 수 있는 인간으로 착각하고 있다"며 "대학 입시 교육만을 강요하다보니 인터넷 중독, 학교 폭력, 왕따 등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감정과 본능의 뇌를 충족시키는 교육을 함께 동반해야 하는데 강제적으로 지적인 교육만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에 청소년들의 감정과 행동이 폭발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유희정 분당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감성과 본능을 깨우는 교육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한다"며 "게임중독자의 뇌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런 사실이 게임중독의 결과인지 개인이 갖고 있는 원인적인 취약성인지는 아직 확실하게 알 수 없는 단계"라고 선을 그었다.

같은 시간 게임을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게임중독에 빠지는 반면, 어떤 사람은 중독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 등 개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게임중독자들은 우울증, 주의력결핍장애 등 공존질환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인과관계로 규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생각이다.

유희정 교수는 "개인차 중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 공존질환"이라며 "게임중독에 빠지는 아이들의 경우 주의력결핍장애(ADHD)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주의력결핍장애를 갖고 있는 경우 빨리 움직이고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자극을 추구하다 보니 멈춰야 할 때 멈추지를 못한다. 또 게임중독에 빠진 아이들의 80%가 우울증, 조울증 등 감정 조절 경향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유희정 교수는 "공존질환의 원인을 찾아서 치료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일 수 있으며 학교폭력도 같은 출발점을 가지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게임업계, 연구 지원 등 사회 공헌 나서야"

전문가들은 향후 실증적인 연구를 위해 게임산업계의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 했다. 게임과 게임중독의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1, 2년 정도의 단기간 연구가 아니라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문제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교수는 "MSG(글루타민산나트륨)을 생산하는 일본 아지노모드 사의 경우 MSG의 장단점에 대해 균등하게 연구비를 지원한다"며 "장기적으로는 회사 입장에서도 MSG의 대체제를 찾아 나갈 수 있는 방향이다. 게임회사들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역할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상은 분당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약물중독은 약물 자체가 도파민, 세로토닌 시스템을 망가트리는 등 뇌 손상을 일으킨다. 그러나 비물질중독이 뇌에 손상을 일으키느냐 여부는 아직까지 확실히 밝혀져 있지 않다"며 "게임산업계에서 리서치 펀드를 조성하는 등 학문 연구를 지원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뇌과학 전문가들은 "부모 자신의 시간과 관심이 아이들이 게임중독에 빠지지 않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서유헌 서울대 신경약리학과 교수는 "아이들을 컴퓨터에서 떼어놓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들에게 더 좋은 것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더 좋은 것이 바로 부모"라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부모를 제쳐놓고 게임중독에 대한 정책을 수행하는 것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부모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서 아이들의 중독 증상을 조기에 발견하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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