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읽기의 행복]명분과 실리의 끝없는 갈등…이정명 <뿌리깊은 나무>


이주의 추천 전자책

[정종오기자] 조선은 '명분 사회'였다. 불행하게도 명분은 백성으로부터 오지 않았다. 중화사상의 성리학에서 찾았다. 성리학에 근거하지 않는 그 어떤 명분도 설 자리가 없었다. 아무리 백성을 위한다는 조건이 붙더라도 성리학에 위배된다면 명분이 아니었다.

이정명의 <뿌리깊은 나무>는 조선시대 '명분'과 '실리'의 입체적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소설이다.

◆실리↔명분의 갈등

<뿌리깊은 나무>의 주제를 흐르는 한 대목을 먼저 짚어보자.

장원서의 김정겸은 집현전 학사이다. 그의 업무는 온실을 돌보는 일이다. 살인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겸사복 채윤이 이곳에 까지 이른다. 김정겸과 채윤이 나누는 대화 속에 소설의 주제가 흐른다.

김정겸이 채윤에게 말한다. <동절양채>(겨울에 채소 키우기)라는 책이 출간됐지만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비서고(금지 서적을 보관하는 곳)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설명하고 있다.

"조선의 백성 열 중 아홉이 농사를 짓고 있다. 한 방울의 땀이라도 아껴주고 한 톨의 소출이라고 늘려 주는 것이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김정겸은 <동절양채>가 백성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책에 대한 사대부의 생각은 달랐다. 온실에서 키운 영산홍을 대제학 최만리에게 갖다 준 적이 있는데 최만리의 반응은 이렇다.

"동월개화출어인위자(冬月開花出於人爲子)."

이를 해석하면 "천지의 기운을 받는 초목의 꽃과 열매는 그 시기가 있는데 제때에 피지 않은 꽃은 인위적인 것으로서 좋은 일이 아니다."라는 것.

◆집현전↔성리학의 갈등

태조, 정종, 태종에 이르는 조선 초기는 극도의 혼란한 시기였다. 죽고 죽이는 권력의 쟁탈전이었다. 태종 시대가 가고 세종이 들어섰을 때 조선은 조금씩 안정을 찾아간다. 세종은 새로운 세상의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집현전을 설립한다.

집현전은 어떤 곳이었을까.

비서고에서 일을 하고 있는 윤후명이 채윤에게 되뇌이는 말 속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성균관 장서고에서 가장 많은 책을 빌린 사람이 충녕대군이셨다. 유가의 경전뿐만 아니라 산술과 천문, 그리고 풍수지리와 악서, 수학과 의학 등 두루두루 읽으셨다."

세종은 성리학 만으로는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데 한계가 있음을 스스로 알았다. 그래서 성균관이 아닌 집현전을 통해 유학 뿐만 아니라 각 영역의 다양한 장르의 영역을 아우르는 책을 스스로 읽었고 이를 실천할 집행기구가 필요했다. 집현전은 새로운 시대, 개혁의 최전선에 위치했다.

집현전의 성격이 이렇다 보니 출신 배경 또한 다양했다. 대호군 장영실이 종3품에 임명되는 것은 세종의 철학에서 보면 당연했다. 그러나 성리학을 기본으로 하는 기존 권력자들에게는 인정될 수 없는 현실이었다. <뿌리깊은 나무>는 집현전을 중심으로 하는 '실리추구의 세력'과 이를 저지하려는 성리학 기본의 '기득권 새력'의 갈등이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민중↔권력의 갈등

소설은 궁궐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 사건으로 시작된다. 살해 대상은 모두 집현전 학사였다. 살해된 학사들은 자세히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모종의 비밀스런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이들이었다.

집현전 학사의 죽음을 수사하는 책임자가 한갓 겸사복 채윤이라는 사실은 의미가 크다. 민중의 입장에서 이들의 죽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겸사복 채윤은 수사관이라기 보다는 조선 초기 깨어있지 않은 민중으로 읽어야 한다.

그런 채윤이 수사를 하면서 스스로 깨우쳐 나가는 과정이 의미심장하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뿌리깊은 나무>의 주된 주제는 실리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민중과 조선 초기 명분에 빠져있는 권력자의 갈등이 큰 흐름이다.

채윤이 수사를 해 나가는 과정에서 큰 실마리를 얻는 곳들도 민중들 속이었다. 검안을 하는 가리온과 같은 민중들이다. 가리온은 채윤에게 "맹랑한 친구야. 어둠은 밤에만 있는 것이 아니야."라는 선문답 등을 통해 깨달음을 준다.

또 집현전 학사 이순지를 통해서는 중국과 우리나라의 정치적 지형과 그 불공형한 현실에 대해 학습한다. 이순지는 채윤에게 "아악은 중국 천자만의 것이며 악기 또한 천자의 허락이 없으면 얻을 수 없었다. 주상전하께서 그 점을 통찰하시고 예조에 악기도감을 설치했다."는 등의 전후 사정에 대해 설명해 준다.

물(水)로 죽은 장성수, 화(火)로 죽은 윤필, 금(金)으로 죽은 허담…조금씩 진실에 접근해 가는 채윤의 눈을 통해 조선 세종때 무슨 일이 일어났고 그 갈등이 어떻게 전개됐는지 <뿌리깊은 나무>는 헤쳐나가고 있다.

장르: 소설

저자: 이정명

출판사: 밀리언하우스

가격: 7천500원

◆이주의 추천 전자책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장르: 소설

저자: 파울로 코엘료

출판사: 문학동네

가격: 5천700원

젊은 시절 수차례 정신병원에 격리 수용된 적이 있는 작가의 경험이 모티프가 된 이 책은 죽음 앞에 선 인간의 광기와 생에 대한 열정을 다룬 작품이다. 1997년 11월 21일, 베로니카는 드디어 목숨을 끊을 순간이 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하나 깨어난 곳은 정신병원 '빌레트'. 이곳에서 광기어린 사람들을 만나고 아름다운 청년 에뒤아르와 만나 사랑을 나눈다. 그러나 예정된 죽음의 시간이 다가오는데…… .

<봉주르, 뚜르>

장르: 어린이

저자: 한윤섭

출판사: 문학동네

가격: 5천880원

프랑스 뚜르를 배경으로 한국인 소년 봉주가 비밀을 추적해가는 이야기다. 봉주는 새로 이사한 집 책상에서 한글로 쓴 '사랑하는 나의 조국, 사랑하는 나의 가족', 그리고 '살아야 한다'라는 글자를 찾아낸다. 낯선 이국땅에서 의미심장한 한글 낙서를 발견한 봉주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들을 토대로 낙서의 주인공을 찾아 나선다. 그 과정에서 비밀에 싸인 소년 토시를 만나고, 더 나아가 우리의 비극적 현실인 분단 문제 속에 놓이게 된다.

<국화와 칼-일본 문화의 틀>

장르: 역사/신화/문화

저자: 루스 베네딕트

출판사: 을유문화사

가격: 6천원

인류학의 가장 기본서로 알려진 책이다. 일본 국민의 이중적·모순적 특성이다. 극도로 섬세한 미감을 지녔음과 동시에 칼의 냉혹함을 숭배하는 것이 베네딕트가 간파한 일본 국민이었다. "그러한 모순은 모두가 진실이다. 일본인은 최고도로 싸움을 좋아하면서도 동시에 얌전하며, 군국주의적이면서도 동시에 탐미적이며, 불손하면서도 예의 바르고, 완고하면서도 적응성이 풍부하며, 충실하면서도 불충실하며, 용감하면서도 겁쟁이이며, 보수적이면서도 새로운 것을 즐겨 받아들인다."

<인간연습>

장르: 소설

저자: 조정래

출판사: 실천문학사

가격: 5천700원

우리 시대 진정한 작가 조정래의 본격문학의 대장정! 무려 23년 만에 출간하는 이 장편소설 <인간 연습>에서 작가는 한 개인의 시각을 통해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이념형 인간의 종말과 거듭나기, 사회주의의 몰락, 그리고 새로운 인간관계의 가능성까지 매우 폭넓은 의미론적 지평을 거느리며, 새로운 인간의 조건을 탐색하는 문학세계로 성큼 한 걸음을 내딛는다.

<나의 영어는 영화관에서 시작됐다>

장르: 시/에세이/기행

저자: 이미도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가격: 5천750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흥행리스트를 소유하고 있는 12년차 번역가 이미도의 삶은 언제나, 24시간 영화 속에 푹 젖어있다. 영화를, 그리고 영어를 빼놓고선 도저히 이야기할 수가 없는 이미도의 원더풀 라이프, 뷰티풀 시네마! 명실공히 영화 번역의 1인자로 불리는 남자, 이미도가 들려주는 영화, 영어, 인생의 매력을 이 책 한 권으로 만나보자.

<아Q정전-열린책들 세계문학 162>

장르: 소설

저자: 루쉰

출판사: 열린책들

가격: 6천원

이 책에는 루쉰의 소설집 <외침>과 <방황>에서 뽑은 <광인 일기>와 <아Q정전>을 비롯하여 중국 현대 문학의 출발점이 되는 루쉰의 주요 중단편소설 열다섯 편이 수록되어 있다. 주제와 서사, 수사 등이 가장 뛰어나고 진정으로 루쉰 정신을 대표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작품들이다.

<조선 왕 독살사건 1>

장르: 역사/신화/문화

저자: 이덕일

출판사: 다산북스

저자는 문종에서 고종까지의 왕조사를 독살사건이라는 프리즘으로 통찰하면서 충의의 명분 뒤에 가려진 살아 있는 조선사를 펼쳐 보인다. 이는 단순히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역사 속에서 사라져 버린 가능성들을 통해 오늘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이다. 특히 풍부한 사료에 근거한 역사적 고증과 치밀한 추론은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공부의 기쁨이란 무엇인가-30년간 공부한 어느 지식인의 자기 성찰>

장르: 인문

저자: 김병완

출판사: 다산북스

가격: 7천800원

세상의 공부법들이 일시적으로 공부에 취미를 붙일 수 있도록 해주고 당장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줄지는 모르나 좋은 동기, 결과 위주의 목표나 꿈을 가지고 실천한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마지막까지 이르게 하지 못한다. 오히려 무한정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나무를 정형화된 틀 속에 가둬놓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그것이 세상 공부의 한계다.

<팝콘을 먹는 동안 일어나는 일-영화와 광고로 본 문화의 두 얼굴>

장르: 예술/대중문화

저자: 김선희

출판사: 풀빛

가격: 1만500원

일상적으로 뇌에 잔상을 남기는 강력한 권력의 화신, ‘대중문화’에 쉽게 휩쓸려 가지 않으려는 소박한 저항의 시도들을 담은 결과물이다. 소박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이런 식의 시도가 강력한 전복이 될 수도, 집단적 문제 제기가 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영화와 드라마, 광고를 소재로 그 이면에 드러난 우리 사회, 우리 자신의 자화상을 끌어내 이를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고 판단할지 두더지처럼 더듬어 가는 과정을 보여 주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정종오 엠톡 편집장 ikokid@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읽기의 행복]명분과 실리의 끝없는 갈등…이정명 <뿌리깊은 나무>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
미야오 엘라, 풍성한 머리숱까지 다 가졌네
미야오 엘라, 풍성한 머리숱까지 다 가졌네
미야오 안나, 인형이 걸어오네
미야오 안나, 인형이 걸어오네
미야오, 급이 다른 고급미
미야오, 급이 다른 고급미
아이브 레이, 어른 된 콩순이
아이브 레이, 어른 된 콩순이
NCT WISH 유우시X리쿠, 심쿵 애교 대결
NCT WISH 유우시X리쿠, 심쿵 애교 대결
엔믹스 설윤, 4세대 걸그룹 3대장 미모
엔믹스 설윤, 4세대 걸그룹 3대장 미모
투바투 연준, 금발의 왕자님
투바투 연준, 금발의 왕자님
도영X안유진X연준, 은혜로운 비주얼합
도영X안유진X연준, 은혜로운 비주얼합
아이브 안유진, 아이돌 안했으면 미스코리아진
아이브 안유진, 아이돌 안했으면 미스코리아진
NCT 127, 4명이어도 꽉 채우는 존재감
NCT 127, 4명이어도 꽉 채우는 존재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