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없는 애플, '최고' 자리 지킬까


당장은 "이상 무"…차세대 성장동력 발굴이 관건

[김익현기자] '꿈의 공장' 디즈니는 오랜 기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세계 최대 양판점 월마트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의 심장으로 통했던 소니는 결국 세계 최고 전자업체 자리에서 밀려났다. 한 때 정보기술(IT) 업계의 상징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위세도 확연하게 꺾였다.

창업자가 떠난 뒤 세계 최고 기업들이 걸었던 행보는 이처럼 비슷했다. 현재 세계 최고 기업으로 군림하고 있는 애플은 과연 이들과 다른 행보를 보여줄 수 있을까?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겸 전 최고경영자(CEO)가 5일(현지 시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남은 자'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애플에서 스티브 잡스가 차지했던 비중이 엄청났던 만큼 그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반면 팀 쿡을 중심으로 한 집단지도 체제가 자리를 잡은 만큼 당분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란 분석도 만만치 않다.

◆'잡스 치하' 14년의 화려한 성장, 앞으론 어떻게?

애플의 역사는 '잡스 복귀 이전'과 '복귀 이후'로 나눌 수 있을 정도로 확연히 구분된다. 한 차례 쫓겨났던 잡스가 1997년 다시 복귀할 무렵 애플은 모든 면에서 바닥을 기고 있었다.

잡스가 애플에 복귀한 건 1997년 초. 그 해 6월말 끝난 분기에 애플이 기록한 매출은 17억3천만달러였다. 그로부터 꼭 14년이 지난 올 6월말 분기에 애플은 286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14년 사이에 매출이 17배 가량으로 늘어난 셈이다. 내실 정도를 알 수 있는 분기 순익으로 눈을 돌리면 더 굉장하다. 지난 1997년 6월말 애플은 5천600만달러 분기 손실을 기록했다. 적자 기업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지난 분기 애플은 73억달러의 분기 순익을 기록했다. 분기 순익 규모가 잡스가 다시 복귀하던 무렵 분기 매출의 4배를 넘는다.

당연히 주가 면에서도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포브스에 따르면 1997년 9월12일 애플 주가는 5.52달러 수준이었다. 이 수치는 잡스 사임 시점인 2011년 8월24일엔 376.18달러를 기록했다. 잡스 재임 기간 중 주가가 무려 68배 이상 껑충 뛴 셈이다.

◆팀 쿡, 차세대 성장동력 보여줄 수 있을까?

잡스의 부재가 크게 다가오는 것은 이런 부분 때문이다. 당연히 잡스의 뒤를 이어 CEO 자리를 지키고 있는 팀 쿡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다.

쿡은 2002년부터 매킨토시 컴퓨터 부문을 맡았으며, 2004년 잡스가 췌장암 수술을 받을 때는 두 달 동안 회사를 이끌기도 했다. 3년 뒤인 2007년부터는 COO로 애플의 내부 살림을 책임져 왔다.

이처럼 팀 쿡은 오랜 기간 잡스 밑에서 2인자 역할을 해 왔다. 특히 지난 해 잡스의 건강이 악화된 이후엔 대부분의 일상 업무를 사실상 지휘해 오다시피 했기 때문에 CEO 교체에 따른 단기 공백은 없을 전망이다.

전문가들 역시 비슷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1998년에 리쿠루팅 회사에 근무하면서 잡스에게 팀 쿡을 소개해줬던 릭 데빈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쿡은 성공을 계속 유지하는 덴 최적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가트너의 연구 책임자인 마이클 가텐버그 역시 지난 8월 잡스 퇴임 당시 허핑턴포스트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애플엔 스티브 잡스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이폰, 아이패드 같은 제품 판매는 여전히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조만간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애플TV 역시 기대되는 제품 중 하나다. 게다가 열성적인 팬들로 넘쳐나는 애플 생태계 역시 탄탄하다.

하지만 이들의 뒤를 이을 또 다른 혁신이 가능할 것이냐는 부분으로 눈을 돌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팀 쿡이 '드림팀'으로 불리는 애플 경영진의 능력을 극대화하면서 혁신을 주도할 수 있을 지에도 의문부호가 달려 있다. 팀 쿡이 애플호 선장으로 탄탄한 입지를 확보하려면 그 시험을 잘 통과해야 한다.

잡스 사망 하루 전 열린 아이폰4S 출시 행사에서 많은 사람들은 '잡스의 부재'를 얘기했다. 팀 쿡이 무난하게 잘 이끌긴 했지만 다이나믹한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에 익숙했던 많은 사람들은 허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찰스 골빈은 "1년 반에서 2년 정도는 잡스 퇴진의 공백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면서 "결국 관건은 최종 결정을 해줬던 (잡스란) 한 인물이 없는 상태에서 공동 작업을 통해 얼마나 효과적으로 운영하느냐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데이비드 요피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잡스가 남긴 그림자가 힘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스티브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란 말은 모든 문제들에 대한 해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요피 교수는 특히 팀 쿡이 '잡스 이후 시대'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팀 쿡이 직원들에게 애플의 심장은 변치 않을 것이란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해야만 한다"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엔 재능 있는 직원들을 잃게 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빌 게이츠-마이클 조던…스티브 잡스는?

거장의 은퇴란 면에서 애플과 가장 잘 비교되는 기업이 마이크로소프트(MS)다. 33년 동안 MS를 이끌었던 빌 게이츠가 지난 2008년 경영 일선에서 손을 뗄 당시 '잡스의 은퇴'만큼이나 많은 시선을 모았던 것.

물론 빌 게이츠에겐 하버드대학 재학시절부터 손발을 맞췄던 스티브 발머가 있었다. 빌 게이츠는 반독점 소송이 극에 달했던 2000년 CEO 자리를 스티브 발머에게 물려주고 2선으로 물러났다. 200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무렵엔 이미 '발머 체제'가 어느 정도 구축돼 있었다.

하지만 빌 게이츠가 떠난 이후 MS는 최고 기업 자리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음악, 휴대폰, 태블릿 분야에서 애플의 혁신 공세에 정신 못차린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분야가 다르긴 농구 역사상 최고 드림팀으로 꼽히는 시카고 불스 사례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마이클 조던이 활약하던 당시에도 많은 농구 전문가들은 팀 공헌도 면에선 스카티 피펜이 한 수 위란 평가를 내렸다. 그만큼 피펜은 뛰어난 안방 살림꾼 역할을 해줬다.

하지만 조던이 떠난 이후 2인자였던 스카티 피펜은 제대로 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데니스 로드맨을 비롯한 개성 강한 스타들을 하나로 묶어내지 못했던 것. 결국 '불스 왕조'는 조던이 떠난 지 3년도 채 되기 전에 완전히 와해되고 말았다.

과연 잡스 이후 시대를 이끌게 된 팀 쿡은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까? 조너선 아이스너를 비롯한 뛰어난 인재들을 제대로 껴안으면서 애플호를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을까? 아니면 '조던 은퇴 이후' 처참하게 무너지는 불스 왕조를 무기력하게 바라봤던 피펜 같은 인물이 될까?

거장의 죽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눈시울을 적시고 있는 지금 애플의 미래를 논하는 것은 다소 잔인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 사람들의 눈물샘이 마르고 나면 당장 잡스 이후 애플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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