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기자] 삼성전자가 세계 반도체 역사에 또 하나의 '최초' 기록을 올리며 역사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세계 최초로 20나노급 D램 반도체 양산을 시작한 것.
나노공정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반도체 업계에서 20나노급 D램을 양산함으로써, 삼성전자는 후발업체에 비해 적게는 6개월, 많게는 1년6개월 이상의 기술 격차를 벌려놓을 수 있게 됐다.
경쟁사들은 아직 30나노~50나노급 제품 위주다. 7월에 20나노급 제품을 양산하겠다던 일본 엘피다도 제대로 된 양산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당초 연말 쯤 양산하려던 계획을 앞당겨 기술 우위를 보여준 셈이다.
특히 최근처럼 반도체 불황의 시기에 과감한 투자와 기술개발로 위기를 역이용하는 모습에는 '경쟁사와의 비교 자체를 불허한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앞서가는 미세공정…원가경쟁력 확보
반도체는 웨이퍼(반도체를 만드는 재료가 되는 동그란 원형의 판)에 회로 선폭을 얼마나 가늘게 그려넣느냐가 중요하다. 회로 선폭이 줄어들수록 동일한 웨이퍼에서 생산해 낼 수 있는 반도체는 훨씬 많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나노대 공정은 기존 30나노대 공정에 비해 30~40% 가량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 그만큼 삼성전자의 가격 경쟁력이 경쟁사에 비해 좋아지게 됐다는 뜻이다.
특히 최근처럼 D램 가격이 원가를 밑돌 정도로 추락하는 와중에 삼성전자가 20나노급 D램을 양산한다는 것은 불황을 이겨낼 기초 체력을 더 키우게 됐다는 의미와도 통한다.
기초 체력(원가 경쟁력)이 없는 후발 업체들은 감산을 하거나 퇴출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향후 반도체 업계 치킨게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으로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끝나지 않은 차세대 메모리 경쟁
세계 D램 시장에서 국내 업체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막강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D램 시장 점유율은 41.6%로 하이닉스(23.4%)와 함께 굳건한 시장 1·2위다. 하이닉스 역시 올해 안으로 20나노급 제품 개발을 마무리하고 양산할 계획이다.

물론 삼성전자가 기술 격차를 벌렸다고는 하지만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은 여전히 피를 말리는 치열한 싸움이다.
이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이건희 회장은 이날 가동식에서 임직원들에게 분발할 것을 당부했다.
이건희 회장은 나노시티 화성캠퍼스에서 열린 메모리 16라인 가동식 및 20나노 D램·플래시 양산 기념 행사에서 "많은 직원들의 노력으로 기술 리더십을 지킬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더욱 거세질 반도체 업계발 태풍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 달 반도체 사장단 오찬에서는 "D램의 뒤를 이을 차세대 메모리 개발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M램, P램, R램 등 차세대 메모리 개발을 위한 삼성전자의 발걸음도 더욱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김지연기자 hiim2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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