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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성]누구도 맞춰주지 못한 '맞춤요금제'


[강은성기자] SK텔레콤과 KT가 11일 모듈형 요금제를 발표했다. 맞춤형(SKT), 선택형(KT) 요금제로도 불린다.

SK텔레콤이 발표한 맞춤형 요금제는 다소 실망스럽다. KT는 아직 세부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요금인하 방안을 SK텔레콤과 복사본처럼 똑같이 내 놓은 점에 비춰볼 때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실망스러운 것은 모듈형 요금제가 소비자와 통신사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모듈형 요금제에 대한 요구는 소비자 편의를 위해 필요하다는 시각에서 출발했다. 55요금제 이상, 즉 65, 75 요금제 이용자들은 무제한데이터를 사용하기 위해 이 요금제를 선택한 게 아니다. 음성을 더 많이 사용하니까 더 높은 정액요금을 선택했다.

이들에게 65, 75요금제에서 제공되는 수백개 문자나 무제한데이터는 '남는' 것처럼 여겨진다. 이 때문에 통신사가 일방적으로 정해준 정액요금 대신, 이용자가 직접 선택해서 사용하는 쪽이 합리적이라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었다.

여기엔 중요한 전제가 있다. 소비자에게는 정액요금제보다 '선택'해서 사용했을 때 더 저렴하게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존재한다.

즉 현행 정액요금제보다 더 싸거나 아니면 최소한 같은 요금을 낼 때 모듈형 요금제를 원한다는 얘기지, 모듈형으로 바꿀 경우 요금이 더 비싸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모듈형을 요구한 의미가 없다.

그런데 11일 발표된 내용은 정액제와 같은 용량을 선택할 경우 모듈형이 오히려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리저리 복잡하게 계산하고 많은 경우의 수를 따져야 '요금이 싼 경우'가 도출된다. 소비자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소비자가 정말로 무엇을 원한 것인 지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은 듯하다.

그렇다고 통신사가 모듈형 요금제로 '한 몫' 챙기려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기왕 내놓은거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활용할 수도 있지만, 요금제를 가만 보면 오히려 시장과 정부의 강한 요구에 어쩔 수 없이 내놓은 상품처럼 보인다.

일례로 통신 3사는 지금 폭증하는 데이터 트래픽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중 SK텔레콤과 KT는 통화품질과 무선인터넷 접속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올 상반기에만 각각 8천억원이 넘는 돈을 무선 네트워크에 쏟아부었다. 지난 2010년 상반기 대비 130% 이상 치솟은 투자비용이다.

앓는 소리도 한다. KT는 이석채 회장이 전면에 나서서 이 모든 현상은 결국 무제한데이터요금제 때문이라며 요금제 폐지를 원하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SK텔레콤은 '경쟁사 대비 여유가 있다'며 애써 태연한 척하고 있지만 이 회사의 3G망 역시 상당히 힘겨운 상태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모듈형 요금제는 무제한요금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지나친 '애정(?)'을 자연스럽게 전향시킬 수 있는 통신3사의 새로운 전략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SK텔레콤의 맞춤형 요금제에서는 데이터이용량이 최대 2GB로 제한된다. 한마디로 '무제한'은 없어진 것이다. KT도 마찬가지로 모듈형 요금제에서 데이터무제한은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이 요금제를 더 많이 선택할수록 통신사가 골머리를 앓는 무제한요금제 가입자가 줄어들 수 있다. 데이터 트래픽 폭발로 겪고 있는 그들의 '고민거리' 역시 줄어들 것이다.

소비자가 많이 선택하도록 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조금이라도 더 싸게 제공하면 된다. 최소한 같은 용량을 선택했을 때 정액요금제와 같은 값이면 된다.

설비 투자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는 수천억원의 비용과,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운영비, 기회비용 등을 줄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면, 모듈형 요금제를 굳이 비싸게 정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통신사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신도 해소할 수 있는 기회였다.

통신사들은 살을 베어내는 어려움 속에서 요금인하를 결정했다고 하겠지만, 이용자는 '겨우 1천원 내렸다'며 평가절하한다.

결국 모듈형 요금제가 소비자나 통신사 스스로를 모두 만족시키지 못하는 요금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과연 소비자들은 어떤 평가를 내릴까.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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