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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혁명 주역' IBM PC, 30돌 맞았다


1981년 8월12일 첫 등장…"디지털 빅뱅 핵심"

[김익현기자]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1983년 신년호 표지를 개인용 컴퓨터 그림으로 장식했다. 매년 '올해의 인물'을 선정해 왔던 '타임'이 관행을 깨고 1982년엔 PC를 낙점한 때문이다.

'타임'은 매년 써 왔던 '올해의 인물' 대신 '올해의 기계(Machine of the year)'란 문구를 집어넣었다.

1982년엔 스티브 잡스가 애플 돌풍을 주도하면서 '1차 전성기'를 구가하던 때였다. 하지만 '타임'은 'PC혁명'의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스티브 잡스 개인보다는 PC란 일반명사의 가능성을 더 높게 평가했다.

당시 '타임'은 "PC는 빛의 속도로 편지를 전송할 수 있고, 병을 진단할 수 있고, 수 분내에 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고, 맥주 처리 공정을 테스트할 수 있다"면서 PC를 선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출시되자 마자 컴퓨터산업 표준 자리잡아

탄생과 함께 '타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PC가 12일로 30번째 생일을 맞는다. 1981년 8월12일 첫 등장한 IBM PC는 이후 수 많은 디지털 혁명의 뿌리 역할을 하면서 인류의 삶에 큰 족적을 남겼다.

그 이전까지 메인프레임 사업에 주력했던 IBM이 PC의 가능성에 처음 주목한 것은 1980년이었다. 당시 애플 등을 중심으로 막 커가던 PC산업의 성장세가 예사롭지 않다는 사실을 간파한 IBM은 '맨해튼 프로젝트'란 극비 프로젝트를 띄웠다.

그후 1년 여 간의 치밀한 준비 끝에 1981년 8월12일 IBM PC 5150으로 명명된 최초의 PC를 내놓는데 성공했다.

IBM PC는 출시와 동시에 선풍적인 인기 몰이에 성공했다. 불과 2년 만에 50만대 가량 판매되면서 애플, 코모도어 등 당시 컴퓨터 시장을 지배하던 경쟁업체들을 제치고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는 데 성공했다.

'MS DOS' 운영 체제 기반으로 구동됐던 IBM PC 5150의 당시 출시 가격은 1천565 달러였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초기 구매 비용에 900만 달러에 달했던 컴퓨터 가격을 순식간에 일반인의 눈높이까지 끌어내린 셈이다.

PC는 IBM 덕분에 '안방 혁명'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타임'이 1981년을 빛낸 수 많은 인물 대신 PC에 주목한 것도 바로 이런 점 때문이었다.

지난 30년 동안 PC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출시 당시 몇 킬로바이트급에 불과했던 메모리 용량은 이제 기가를 넘어 테라바이트 급으로 증가했다. 각 가정의 책상 위에 놓여 있는 PC의 성능이 처음 IBM PC 출시 당시 대형 연구소의 처리 용량을 가볍게 뛰어넘을 정도다. 현란한 동영상과 화려한 그래픽 역시 IBM이 처음 PC를 내놓을 땐 상상도 못할 수준으로 발전했다.

한국 IBM 이휘성 사장은 "1950년대 컴퓨터 개발에서부터 1970년대 ATM과 바코드 발명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패러다임을 잉태시킨 발명품들이 많지만 오늘날 어디서 볼 수 있는 PC는 디지털 빅뱅을 일으킨 핵심"이라고 말했다.

◆'포스트 PC 시대' 열리면서 위기 맞기도

IBM PC의 30년 세월은 디지털 혁명의 젖줄이나 다름 없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이란 또 다른 강자를 비롯해 수 많은 IT 기업들이 IBM PC란 거대한 강물에서 생명수를 공급받았다.

하지만 정작 'PC 혁명의 주역'이었던 IBM에게 PC는 마냥 즐거운 물건만은 아니었다. PC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타지 못하면서 '주역'에서 '조연'으로 밀려난 것이다.

IBM은 PC를 개발하면서 운영체제인 DOS 배포권을 마이크로소프트(MS)에 넘겨주는 실수를 범했다. 게다가 마이크로프로세서 역시 인텔에 넘겨주고 말았다.

결국 IBM은 PC 혁명의 불을 지피고서도 MS란 '트로이 목마'에 주도권을 넘겨주는 아픔을 맛봤다. 1980년대와 1990년대 PC 열풍의 과실을 '윈텔 듀오'로 통했던 MS와 인텔에 고스란히 넘겨준 것이다.

PC는 애당초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가 주도권을 잡게 돼 있었다. 당연히 '하드웨어'에 주력했던 IBM에게 PC사업은 '골치 덩이'로 전락했다. 결국 IBM은 2005년 상징이나 다름 없던 PC사업을 중국 업체 레노버에 넘기고 말았다.

IBM의 품을 떠난 PC의 앞길도 그다지 순탄치는 않았다. 2000년대 들어 모바일 혁명에다 태블릿 바람이 연이어 불어오면서 'PC 시대의 종언'을 외치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는 것.

초기 IBM PC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마크 딘은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PC 시대는 끝이 났다"면서 "이제 PC는 진공관, 타자기, CRT 같은 기술들이 걸었던 길을 따라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IBM이 2005년 PC 부문을 레노버에 넘기기로 결정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고 강조했다.

물론 여전히 PC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MS는 이런 진단에 선뜻 동의하지 않고 있다. MS의 PR 책임자인 프랭크 쇼는 "여전히 올 한해만 4억 대 가량의 PC가 출하될 예정이다"면서 "포스트PC 시대란 용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PC의 앞날에 대한 진단은 보는 관점에 따라 상당히 엇갈린다. 하지만 지난 30년 동안 IBM PC가 IT 혁명에 기여한 공로에 대해선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부모의 품을 떠나 쓸쓸하게 30번째 생일을 맞는 IBM PC가 위축될 필요가 없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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