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PC 시대 눈 앞에 보인다


애플, "태블릿이 대세" 입증…MS-인텔도 변신 모색

[김익현기자] 본격적으로 '포스트 PC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것일까?

애플이 19일(현지 시간) '순익 125% 증가'라는 무지막지한 분기 성적표를 공개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이처럼 애플이 '나홀로 성장' 가도를 구가하면서 PC업체들도 '포스트 PC' 전략으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애플은 6월 마감된 2011 회계년도 3분기에 73억1천만 달러의 순익(주당 7.79 달러)을 기록했다. 매출 역시 286억 달러로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82% 증가했다. 덕분에 애플 주가는 장외 거래에서 400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애플이 엄청난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판매 호조가 결정적이었다. 지난 분기 아이폰은 2천30만대, 아이패드는 930만대가 판매됐다. 26년 동안 '애플'이란 선산을 지켜왔던 맥은 395만대가 팔렸다.

◆"아이패드가 맥 수요 상당부분 잠식"

애플의 이번 실적 발표에서 성장률 못지 않게 눈길을 끈 부분이 있다. 출시된 지 1년 남짓된 아이패드가 맥 매출 규모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애플은 3분기에 총 920만대의 아이패드를 판매해 60억달러 매출을 올렸다. 반면 같은 기간 맥은 390만대가 판매돼 매출 규모가 51억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 해 4월 아이패드가 처음 출시된 이래 매킨토시 매출 규모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휴렛패커드(HP), 델 등 주요 PC업체들과의 비교 역시 흥미롭다.

역시 애플 발표에 따르면 아이패드, 아이폰, 아이팟 터치 등 iOS 기반 모바일 기기 판매량은 3천300만대로 집계됐다. 이 같은 iOS 기반 모바일 기기 판매량은 HP와 델의 PC 판매량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지난 분기 HP의 PC판매량은 1천480만대며, 델은 1천60만대 수준이었다. 두 회사 PC 판매량을 합쳐봐야 2천500만대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결국 아아패드가 강세를 보이면서 PC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가능한 부분이다.

실제로 팀 쿡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날 실적 발표후 컨퍼런스 콜에서 "일부 고객들이 맥 대신 아이패드 구매를 선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윈도PC 대신 아이패드를 선택한 고객이 훨씬 더 많다"고 강조했다.

물론 팀 쿡의 발언은 "아이패드 때문에 맥 판매량이 줄었다"는 측면보다는 "윈도PC가 훨씬 더 많이 잠식됐다"는 쪽에 무게 중심이 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패드'로 대표되는 태블릿이 PC업체의 변신을 강요하고 있다는 해석은 가능할 것 같다.

◆애플-MS, 터치기능 PC에 관심

PC의 변화는 운영체제에서부터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애플의 맥 OS X 새 버전인 '라이언'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차기 버전인 윈도8이 모바일과 태블릿 기능을 대거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언과 윈도8은 각각 '터치 기능'과 '풀 스크린 앱' 기능을 갖고 있다. '풀 스크린 앱'은 멀티태스킹에 익숙했던 PC 이용자들에겐 다소 낯설지만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익숙한 신세대들에겐 익숙한 기능이다.

게다가 라이언은 파일 관리도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와 비슷한 방식으로 하도록 했다. 윈도8에서는 시작화면을 개인 맞춤형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프로그래머이자 유저빌러티 전문가인 루카스 매티스는 테크놀로지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PC를 조작하는 모습을 보면 마우스 이용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걸 알 수 있다"면서 "(라이언과 윈도8의) 손가락 친화적인 인터페이스 채용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이젠 PC의 개념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사라 노트만 앱스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변화는 컴퓨팅 행위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을 것"이라면서 "이젠 컴퓨터 장치보다는 사람들의 '컴퓨팅 행위'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런 변화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디자인 회사인 어댑티브 패스의 피터 머홀츠 사장은 테크놀로지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아이패드를 필두로 한 태블릿이 부상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컴퓨팅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PC가 태블릿 쪽으로 진화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PC와 태블릿은 분명 다른 기기인데 최근 OS들은 PC를 큼지막한 아이패드로 만들려 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긍정적인 쪽이든, 부정적인 쪽이든 앞으로 PC의 기본 인터페이스가 태블릿이나 모바일기기와 유사한 형태로 진화할 것이란 점엔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 아이패드가 몰고 온 바람이 그만큼 거셌단 얘기다.

이쯤 되면 매킨토시로 'PC시대'를 열었던 스티브 잡스가 '포스트 PC'로의 변신도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게 된다.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올해 노트북PC 대신 태블릿을 구매할 고객이 2천100만 명 가량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수치는 또 내년에는 2천65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골드만삭스는 예상했다.

◆PC의 변신, 머지 않았다

'PC의 변신'과 '포스트PC 시대의 서막'이 주목받는 것은 최근의 시장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들어 세계 PC시장은 정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IDC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세계 PC 출하량은 2% 남짓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당연히 당초 예상치를 밑도는 수준이다.

PC용 프로세서의 대명사였던 인텔의 최근 행보도 심상치 않다. 최근 인텔은 트라이게이트(Tri-gate)라 불리는 3차원 (3D) 트랜지스터 개발에 성공하면서 변신을 괴하고 있다. 이 제품은 태블릿이나 모바일 쪽 공략을 위해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런 전략 덕분에 인텔 측은 35개 태블릿 제조업체에 칩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AMD 역시 모바일 시장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모바일 전략 부재'를 이유로 더크 마이어 최고경영자(CEO)를 해고했다. 그 뒤 AMD는 모바일시대를 선도할 새로운 CEO 영입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PC시장의 전통 강자들인 HP, 델, 레노버 등도 최근 태블릿 쪽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HP는 터치패드를 내놓으면서 새로운 시장 개척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에 대해 사라 노트만 앱스는 "지금은 격변의 시기"라면서 "PC 시장에선 수익을 내는 것이 정말로 어렵다"고 강조했다.

물론 PC 시장은 아직까지 규모 면에선 태블릿을 압도한다. 당장 시장 규모만 봐도 PC가 2천500억달러 시장인 반면 태블릿은 350억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하루에도 100만대 이상의 PC가 여전히 팔려나가고 있다.

'생산기기' 역할도 무시 못한다. 많은 사람들은 문서 작성이나 각종 프레젠테이션 작업을 할 때는 여전히 마우스와 키보드로 상징되는 'PC 인터페이스'를 편안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과 MS 두 강자의 움직임을 보면 '포스트 PC'가 일상 생활 기기로 자리잡기까지는 그리 먼 시간이 남아 있진 않다는 느낌이다. PC업체들이 서둘러 태블릿 쪽에 눈을 돌리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애플의 이번 분기 실적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런 점과 무관하지 않다.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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