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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중립성, 미국이냐 유럽이냐"…우리의 길은?


[망중립성, 해법을 찾아라]②미국-EU 접근법 다소 차이

[강은성기자] 유무선 인터넷 트래픽 증가에 따른 국내 '망중립성' 정책 방향에 대한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해외 국가의 정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해외 국가들도 아직 망중립성의 정책방향에 대해 명확한 태도를 취하지 않은데다 국내 현황과 비슷한 ▲모바일 데이터 폭발 현상 ▲전혀 새로운 서비스 사업의 출현 ▲전통 통신사업자들의 입지 약화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해외 국가의 정책 방향을 참고해 보조를 맞춰 보다 슬기로운 정책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美 "인터넷 자유이용, 무엇보다 중요"

인터넷 강국이자 통신강국인 미국은 아직까지 망중립적 원칙을 최대한 존중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는 불과 6개월여 전인 지난 2010년 12월 21일, '오픈인터넷 규칙'을 채택한 바 있다. 이 규칙을 FCC가 채택하자마자 미국 거대 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과 메트로PCS가 즉각 규칙 무효화 소송을 제기하고 미국 하원이 규칙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공동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실제로 실행하기까지 많은 난관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FCC의 이 오픈인터넷 규칙은 통신사업자와 인터넷서비스 사업자간의 수많은 이해관계 대립에도 불구, '인터넷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 진정한 '망중립성'의 원칙을 보다 가깝게 구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FCC가 명시한 오픈인터넷 규칙의 목적은 "인터넷이 소비자 선택, 표현의 자유, 최종 사용자의 통제, 경쟁, 혁신의 자유를 가능하게 하는 개방된 플랫폼으로서 유지되는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여기에 투명성, 차단 금지, 불합리한 차별 금지 등을 3대 핵심원칙으로 삼았다.

이 원칙을 국내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현재 SK텔레콤이나 KT, LG유플러스가 5만5천원 미만 요금제에서 마이피플이나 바이버, 올리브폰 등의 스마트폰 무료통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차단하고 있는 것은 망중립성 규칙을 훼손하는 것이 된다.

소비자가 데이터 이용에 대한 정당한 요금을 지불했다면 어떠한 콘텐츠나 서비스를 이용하든 통신사업자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얘기다.

이는 스마트폰 무료통화 앱 같은 서비스가 망을 제공하는 통신사업자의 수익에 악영향을 끼치더라도 이용자의 혜택이 크다면 사회적 효용이 더 크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버라이즌이나 AT&T와 같은 통신사업자가 스카이프나 유튜브 등과 같은 특정 서비스를 '합리적 관리'라는 명분으로 제한할 경우 자사 이익에 따라 경쟁서비스를 제한한다던가 이용자에 따라 네트워크 품질을 다르게 제공하는 등 불합리한 차별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차별은 결국 이용자에게 돌아간다는 것이 FCC의 철학적 관점이다.

다만 FCC는 투명성과 차단금지, 불합리한 차별 금지 등을 철저히 지키는 것을 전제로 통신사들이 '합리적인 네트워크 관리'는 할 수 있다고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FCC는 합리적인 네트워크 관리방식은 초고속 인터넷 접속 서비스의 특정 네트워크 아키텍처와 기술을 고려해 합법적인 네트워크 관리 목적을 달성하는데 적절하게 조정됐다면 합리적"이라고 규정했다. 인터넷의 구조가 복잡하고 트래픽 관리에 대한 사전적인 정책결정이 어려워 '합리적 관리'라는 것을 대원칙으로 명문화하기 어려우므로 '사례별'로 접근토록 했다.

◆EU "합리적 트래픽관리에 '방점'"

미국과 함께 통신 양강을 이루는 EU의 망중립성 원칙은 나라마다 다른 입장을 종합한다는 측면에서 그 입장정리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EU 역시 인터넷의 자유로운 이용이 이용자의 기본적인 권리로 보호될 필요가 있고, 정보 투명성이 인터넷 자유이용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미국과 비슷한 입장을 취하던 EU의 경우 망중립성에 대한 입장이 다소 변화하는 모습을 나태내고 있다.

EU는 통신사업자의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행위'에 대해 미국보다 관대한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EU는 지난 2009년 규제개혁에 따라 통신사들의 네트워크 관리 행위를 금지할 수 있는 규제기관의 권한 확보 등을 명기한 망중립성 원칙을 채택했다.

이의 후속조치로 2010년 6월에 오픈인터넷과 망중성 정책에 관한 자문서를 발표하고 EU 각국 규제기관 및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수렴을 시작했다.

그런데 의견 수렴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2010년 11월9일, 각계 의견수렴 결과에 대한 요약서를 발표하면서도 추가 구제조치를 추가하는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EU 각국의 망중립성 정책에 관한 기조가 각각 달랐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의 경우 오픈인터넷 정책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고, 프랑스는 망중립성 원칙에 기본적으로 공감하는 '촉진 권고안'을 발표했다. 영국 규제기관인 오프콤은 통신사들의 합리적 관리기능에 조금 더 손을 들어준 형국이다.

◇해외 주요 통신사들의 네트워크 관리 현황

통신사 네트워크 관리 내용
BT(영국) -피크타임(오후5시~12시)동안 헤비유저 속도 제한
SingTel(싱가폴) -피크타임 기준 용량의 1/10 제공-그 외 시간대 기준 용량의 2배 허용
NTT(일본) -일일 업로드 30GB로 제한-08년부터 헤비유저 제한
Comcast(미국) -망 혼잡시(트래픽 70% 초과) 이용자 속도 지연

현재 EU는 각국 규제기관의 의견을 종합, '현대적 의미의 망중립성'을 재정의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는 상황이다. 현대적 망중립성이란 '통신사업자와 인터넷사업자 간에 발생한 통신망 기반의 수익을 분배하거나 혹은 향후 투자비용 분담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을 포함한 것으로 풀이된다.

EU 각국은 도매규제 및 후발 사업자에 대한 유효경쟁정책 등을 비교적 적극적으로 시행하면서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미국과 같은 원칙적인 망중립성 보다 관리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전제로 하는 망중립성을 선택하는 쪽의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특히 EU 측은 통신사업자들의 트래픽 관리 행위가 보다 높은 수준의 접속 품질을 보장하는 순기능을 가져다 주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그럼에도 EU의 한편에서는 트래픽 관리 행위가 경쟁 사업자의 트래픽을 지연시키거나 차별하는 등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계속 제기하고 있다.

따라서 EU는 인터넷의 개방성 유지, 추가적인 입법의 필요성, 사업자의 네트워크 관리행위 및 투명성 기준 등 구체적인 망중립성 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수렴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통신정책연구실 나성현 연구위원은 "미국의 방식과 유럽의 방식 모두 우리가 적용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깊은 수준의 토론과 이해관계 조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마트가 폰 활성화로 인한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는 개방성과 인프라 고도화 둘 다 요구되고 있다"면서 "국내 통신환경에 적합한 트래픽 관리 및 망중립성 정책방향 수립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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