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권기자] 최근 美 9.11 테러의 주동자로 의심됐던 오사마 빈라덴이 미군의 비밀작전에 의해 제거되면서 악과의 전쟁을 일단락했다고 자찬하던 美외신들의 보도를 본 적이 있다.
빈라덴이 그동안 은신해왔던 아프가니스탄은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지닌 소련이 점령하려다가 뼈아픈 패배를 안고 발길을 돌려야 했던 지역이다. 미국은 그곳에서 소련과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다.
이라크 전쟁으로 많은 젊은이를 잃어야 했던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더 많은 인명을 잃고 있다. 막대한 군사력을 지닌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그곳에서 왜 전쟁을 벌이고 있을까?
그들은 그곳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있을까?
세바스찬 융거가 지은 책 "WAR, 아프간 참전 미군 병사들의 리얼 스토리'는 이런 질문에 해답을 제시할 수 있다.

이 책은 세바스찬 융거가 15개월 이상 동부 아프가니스탄의 최전방 전초기지의 한 소대를 따라다니면서 촬영한 다큐멘터리를 글로 옮긴 것이다. 그는 군인들이 전쟁 중에 겪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
이 책은 아프가니스탄 최전방 코렌갈 계곡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세바스찬 융거는 레스트레포 전초기지에서 전투 소대를 따라다니면서 전투 상황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계곡의 지형과 지질 때문에 사방에서 아프간 반군(탈레반)에게 총격을 받을 수 밖에 없고, 이 때 이를 방어할 방호벽이 제대로 구축되지 못해 매번 미군들이 죽어나간다.
레스트레포는 미군이 점령한 지역 중에서도 가장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는 취약지다. 아파치와 블랙호크, 곡사포의 공중 지원을 받고 있으나 순찰시에 계곡 아래 개활지에 노출된 채 걸여야 하는 미군은 이 때 총격으로 많은 사상자를 낸다. 아니 거의 사망한다.
미군들은 이 과정에서 자신의 생명보다 전우나 소대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다.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것이 전우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절대적인 신뢰관계를 만들어 가족과 같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미군이 아프간에서 전투를 벌이는 이유는 전우와 자신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라고 이 책은 말한다. 레스트레포 전투소대원들은 아프간에 파병되기까지 저마다의 이유로 오게 됐지만, 실제 전투 중에는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전우나 소대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다.
포격과 탄환이 빗발치는 상황 속에서도 용기있게 나서는 것, 이것은 (자신을 포함해) 소대를 살리기 위한 반사적인 (당연한) 행동이다. 일부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원하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만 변화된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좌절하기도 한다.
세바스탄 융거와 팀 헤더링턴이 함께 촬영한 다큐멘터리 '레스트레포(Restrepo)'는 선댄스영화제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기존 전쟁영화에 식상한 사람, 전쟁을 있는 그대로 체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영화 '레스트레포'를 추천한다.
(세바스찬 융거 지음/성상원 옮김, 체온365, 1만5천원)
/안희권기자 arg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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