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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SW 비친고죄'하면 손해


효과 적고 처벌자만 늘어…저작권자들도 반대

한미FTA 체결을 계기로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서 까지 '친고죄'를 '비친고죄'로 바꾸려는 시도에 대해 학계와 업계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일각에선 "범죄에 대해 당국이 법적조치(legal action)를 개시함에 있어 민간 당사자나 권리자의 공식 창구를 필요로 하지 않고 직권으로 할 수 있다"는 한미FTA 협정문(KORUS FTA 18장)을 들어, 저작권법에 '비친고죄' 도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9일 한국경영법률학회가 주최한 '한미FTA와 효과적인 소프트웨어 저작권 보호방안'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적어도 SW 분야 만큼은 '친고죄'가 유지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보다 엄격한 우리나라 형사법의 특성상 처벌받는 사람이 훨씬 많을 수 밖에 없고, 처벌보다는 정품 구매로 유도하는 게 바람직한 SW 산업의 특성상 '친고죄'를 유지하는 게 훨씬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친고죄'란 저작권자가 직접 소를 제기해야 하는 것인 반면, '비친고죄'는 저작권자 의사와는 무관하게 국가가 수사하거나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SW 불법복제율이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21%)인 일본에서도 2007년부터 '비친고죄' 도입을 검토했지만 결론내지 못하는 등 '비친고죄' 도입은 세계적인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협정문 조항, 해석의 여지 있어...친고죄 병행도 가능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이대희 교수는 "한미FTA 협정문(KORUS FTA 18장)의 'legal action'을 반드시 공소제기로만 해석할 필요는 없다"면서 "이를 수사(investigation)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해 비친고죄를 의무화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국 형사법은 상업적인 이득이나 개인적인 금융이익을 목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에 대해 1년 미만의 징역이나 벌금을 주고 대부분 형사보다는 민사로 해결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경미한 저작권 침해에 대해서도 5년 이하의 징역과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준다"면서 "비친고죄가 전면화되면 우리나라 국민들을 너무 많이 범법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대희 교수는 "만약 미국과 한국이 동일한 수준의 입법으로 한미FTA협정문을 이행한다면, 우리는 비친고죄를 입법할 독자적인 이익이 있는 지 살펴봐야 한다"면서 "최소한 SW산업에 대해서만은 친고죄가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SW 저작권자들도 '비친고죄' 반대...일본도 도입 안 해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 김은현 부회장은 SW 산업의 특성때문에 '친고죄'가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은현 부회장은 "일반저작물은 저작권 침해시 즉각적인 산업의 피해로 연결돼 처벌과 복제물의 신속한 제거가 중요하나, SW는 불법복제자 대부분이 침해자인 동시에 잠재 고객이며 대부분 100% 구매하지 않을 뿐 일부 SW는 사고 있는 기업들"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그는 "만약 SW 분야까지 비친고죄가 되면 권리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기업 고객들이 차별받을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정품 구매를 위해 협상 테이블에 앉을 유인도 사라지게 된다"면서 "범법자만 양상할 뿐 우리나라같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는 손해배상액도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저작권자들이 사법당국으로부터 누가 기소당했는 지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오히려 정품 소프트웨어 구입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은현 부회장은 "친고죄를 유지하는 게 우리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며 "한미FTA 때문이라지만, 미국도 원하지 않고 업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되며, 자칫 범법자마저 양산하는 이런 위험부담을 질 필요가 있냐"고 되물었다.

이웃나라 일본 역시 불법복제율을 낮추기 위해 저작권법에서 '비친고죄' 도입을 검토했지만, 쉽게 결정짓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컴퓨터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ACCS) 나카가와 후미노리 팀장은 먼저 "97년부터 활동해온 ACCS의 역사상 형사 사건은 한건도 없었고, 민사사건도 2건에 불과했다"면서 "계몽과 정품구매 유도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카가와 후미노리 팀장은 "일본에서도 2007년 저작권법 친고죄 재검토 민원이 들어가 '비친고죄' 도입을 검토한 바 있지만, 문화재청이 2008년 보고서에서 '입법 기술상 가능한지, 사회적 영향은 어떤 지 신중하게 검토하자'는 보고서를 낸 뒤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률적으로 '비친고죄'로 하는 건 적법하지 않다"면서 "중요한 것은 저작권 침해자와 권리자간 타협에 의해서 조정해야 한다는 점이고, 타협 이후에는 이후의 재발 방지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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