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종합 지원센터가 발간한 '게임 백서'에 따르면 2001년 세계 게임 시장 규모는 499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게임 시장도 이미 1조원의 거대 규모로 성장했다.
또한 현재 국내 게임 관련 업체는 모두 1천150개, 종사하는 게임 콘텐츠 관련자 또한 6만5천 여 명에 이른다. 아마추어 팀이나 급속히 증가한 게임제작학과 학생까지 포함한다면 실질적인 게임 관련 종사자는 더욱 많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1만 명 정도의 인력이면 충분히 그 시장은 이미 전문가 그룹이 형성되었다고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그렇다면 이미 게임 시장도 가치를 가진 전문 산업의 하나로 인정 받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국내에서 PC게임 개발 붐이 일어나던 90년대 초반과 비교한다면 지금의 게임 산업 규모와 시장 크기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양적인 시장의 팽창에 비해 과연 우리의 게임 개발 수준은 얼마나 상승을 했을까?
세계가 주목할 정도의 탄탄한 소비 시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개발 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개발 업체들이 잇달아 도태되고 있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시장은 있지만 어째서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국산 게임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일까?
물론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의 성공 신화를 지켜보고, 고무되고, 게임 시장의 주류를 차지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이땅의 개발자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 그들의 노력은 분명히 인정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국내 개발사들은 90년대 초반 마음 맞는 몇몇의 개발자가 모여서 게임을 만들던 가내 수공업의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99년과 2000년도에 불기 시작한 게임 벤처 투자 열풍 속에서 몇몇 게임 개발사들은 자금적인 풍요를 누리긴 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개발자들의 개발 수준을 높여주기 보다는 무분별한 개발사 난립을 가져왔으며, 개발자들의 연봉 상승과 이직률을 높이는 결과만을 낳았다. 결국 지금에서는 게임 산업 투자 자체를 불신케 만드는 결과만 가져오고 말았다.
그렇다면 국내 게임 개발사들이 아직도 가내수공업의 형태를 못 벗어나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경영 관리 기법 및 효율적인 개발 관리 기법에 대한 연구와 도입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순히 일반적인 산업에서의 사례와 적용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게임 산업은 분명 게임 산업만의 특화된 관리와 개발이 필요하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던 일반 기업식의 관리 기법 또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우리가 보다 효율적인 경영 및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는 R&D 투자에 소홀했고, 전적으로 미숙했다는 것이다. 핵심을 말하자면 개발인력과 자본은 늘어났지만, 인력과 제작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부분에 대한 투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개발사들이 나름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제는 살아 남느냐? 아니면 무너지느냐로 고민하고 있는 시점까지 도달한 것이다.
또한 개발자 출신의 일부 CEO들은 경영 마인드를 가지기에는 많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들은 회사를 자신만의 것으로 생각하고, 사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또 회사의 나아갈 길을 준비하기 보다는 근시안적으로 회사를 운용하면서 자신들이 준비해야 할 부분들을 많이 놓치고 말았다.
우리는 그 동안 너무도 들떠있지 않았나를 스스로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것이다. 양적인 성장에만 신경을 쓰고, 가장 빠르게 변하고, 또 준비해야 할 게임 산업이 구태의연한 예전의 기술들만 답습하고, 서로가 성공에 눈이 어두워져 개인적인 이익에 몰두하지 않았나를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게임 개발이라는 것은 신기술의 분야로 많은 가능성을 가진 산업이며, 그만큼 더 빨리 변해야만 하는 산업이라는 것이다.
결국 게임산업도 산업이다. 한국 게임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더 이상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거품을 없애야만 한다. 경영자의 경영 마인드를 중심으로 보다 효율적이고, 사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경영플랜을 수립하고 시행해 나가야 한다.
또한 대규모 인원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라면 그에 걸맞은 제작 관리 기법을 도입하고, 또 지속적으로 효율성 있게 변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런 시스템을 만들고 발전시켜나가는 데 필요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연구, 발전 시켜나가야만 제작 프로세스의 안정이 이뤄질 것이고, 결국 그것을 바탕으로 진정한 작품다운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변해야 한다. 변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우리의 보다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우리 모두가 고민을 해야 할 시기이다.
/정무식 트리거 소프트 개발팀장 trigger@trigger.co.kr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