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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e스포츠 ⑶ - 고립무원의 KeSPA


 

총체적 난맥상…조직 대수술 불가피

전략 부재 속 이사社 갈등 ‘고질병’…개방형 시스템 구축 ‘先決과제’

최근 승부조작, 지재권 논란 등 일련의 사태에서 뚜렷하게 나타난 현상은 한국e스포츠협회(회장 조기행, KeSPA)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e스포츠팬들은 대놓고 KeSPA를 성토하길 주저하지 않았고 여론도 KeSPA에 우호적이지 않다. 한국 e스포츠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던 KeSPA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KeSPA가 아닌 새로운 e스포츠 단체의 출현까지 예측할 정도로 분위기가 심상찮다. 전문가들은 일련의 사태에서 KeSPA의 책임이 큰데다가 KeSPA가 최근 몇년동안 보여줬던 실책이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현재 e스포츠계의 최대 이슈인 블리자드와 KeSPA의 지재권 다툼에 대한 주변 관계자들의 시각은 다소 온도차이가 있긴 하지만 KeSPA에게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직도 KeSPA가 상황판단을 못한다는 비난을 섞기도 했다.

더욱이 e스포츠팬들의 경우 거의 무조건적인 KeSPA 비판에 나선 상태다. 현재 KeSPA의 상황은 고립무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오직 KeSPA만이 자신들의 정당함을 주장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금까지 KeSPA에 대한 여론의 판단이 상당부분 엇갈렸던 것과 비교하면 위기라는 말로도 부족해 보인다. 이는 최근 몇년간 KeSPA의 실책에 근본적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잇단 실책에 불신의 늪

전문가들은 KeSPA가 깊은 불신의 늪에 빠지게 된 요인으로 중계권 논란 등 최근 몇년간 일으켰던 e스포츠계의 잡음을 거론했다. 이들 이슈가 결과적으로 KeSPA에 대한 회의를 불러 일으켰다는 주장이다. 내부적으로 처리할 수 있었던 사안도 무리한 결론을 이끌어내면서 이슈로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손 꼽히는 것이 중계권 도입 과정에서 도출된 극단적인 행동들이다. 2007년 당시 KeSPA는 중계권 도입을 놓고 양대 게임방송사인 온게임넷과 MBC게임과 큰 마찰을 일으켰다. 수차례에 걸쳐 협상 결렬과 재협상이 이뤄지며 양측의 갈등은 극으로 치달았다. 결국 경기 도중 선수가 퇴장하는 한국 e스포츠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최종 협상에서 방송사측과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자 이사사에 속한 각 프로게임단에서 리그 보이콧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내린 것이다. 문제는 생방송 도중에 발생한 비상식적인 행위였다는 것이다. 중계권 협상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중재로 일단락됐지만 팬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KeSPA의 존재를 각인시킨 계기가 됐고 지금까지도 KeSPA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갖게 한 근본 요인이다.

같은 해 여름경에 발생한 팬택EX(현 위메이드폭스) 매각 과정도 수많은 잡음을 일으켰다. KeSPA가 위탁 운영하고 있던 팬택EX를 하나은행과 위메이드엔터테인머트가 동시에 인수하겠다고 나섰고 그 과정에서 KeSPA가 의도적으로 하나은행 편을 들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 된 것이다.

위메이드가 먼저 인수 의사를 표명해 거의 계약 완료 단계까지 이르렀지만 뒤늦게 참여한 하나은행측이 인수할 수 있도록 위메이드를 따돌렸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이 사건의 진실은 완벽하게 해소되진 않았지만 당시 팬택EX 소속 선수들이 공개적으로 위메이드를 원한다고 발표할 정도로 이슈가 됐고 또 다른 KeSPA의 실책으로 기록됐다.

2008년 초에는 회계결산 자료와 관련 문제점을 지적하며 삼성전자가 이사사 사퇴 의사를 밝혔고 그래텍 개인리그에 대한 공인 및 공식 리그 인정을 놓고 이사사들이 양편으로 갈려 첨예한 대립을 하는 등 크고 작은 잡음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냈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논란을 통해 KeSPA의 운영상 난맥이 여실히 드러났고 팬들은 물론 e스포츠 전문가들까지 등을 돌리는 상황으로 이어졌다는 의견이다.

# 배타적 이사회가 화근

KeSPA가 최근 몇년간 잇따른 실책을 보였던 요인은 태생적 한계로 인한 구조적 문제 탓이라는 의견이 많다. 프로구단 중심의 지극히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시스템이 그동안 논란의 뒷 배경이라는 지적이다.

우선적으로 KeSPA가 한국e스포츠협회라는 명칭을 달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아마추어가 배제된 프로게임단 중심의 조직이라는 것이 문제다. KeSPA를 이끄는 이사회 자체가 사실상 프로게임단을 운영하는 구단주들의 모임이다. 이는 온게임넷과 MBC게임의 사례에서도 잘 나타난다. 온게임넷과 MBC게임은 기업구단 창단 러시가 막바지에 이르렀던 2006년 초중반에 각각 KOR과 POS를 인수해 창단했다. 시기적으로는 창단 러시 분위기에 편승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속내는 전혀 달랐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당시 많은 구단들이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고 이에 인수를 통한 안정적 환경 구축 요구가 있었지만 e스포츠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인 방송사들은 외면했었다. 이런 상황이 바뀐 것은 순전히 KeSPA 이사사로의 편입 필요성 탓이다.

프로리그가 KeSPA를 중심으로 통합 운영되기 시작하고 이사회에서 중계권 도입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기 시작하자 KeSPA에 속해 있지 않던 방송사 입장에서는 구단을 인수해서라도 이사사가 돼야 했다. 일각에서는 기득권을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인수했다고 평하기도 할 정도다.

이 뿐만이 아니다. 팬택EX와 한빛스타즈 매각 문제도 KeSPA의 폐쇄성 및 이해관계의 대립 구조를 잘 나타낸다. 각각의 사안은 실질적 주도자가 사무국이냐 이사회냐 등 다소 다른 점이 있지만 근본은 동일하다. 누가 이사사가 되느냐라는 부분이 핵심이다. 여기에서 해체 위기에 있던 각 프로게임단과 선수들의 입장은 고려 대상이긴 하지만 그 비중이 절대적이지는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2008년 초 논란을 일으켰던 그래텍의 개인리그에 대한 공인 및 공식 리그 인정 거부 사건도 같은 맥락이다. 양대 방송사의 절대적인 반대와 각 이사사들간의 역학관계 속에서 찬반이 팽팽하게 맞섰다. 기존 e스포츠의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KeSPA 이사회의 폐쇄성과 그 내부에서의 알력 다툼이 여실하게 드러난 사건이라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삼성전자가 협회 회계결산 자료 미흡하다는 이유로 이사사 탈퇴를 선언했던 일도 KeSPA의 내부 갈등을 표출한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됐고 게임업체들의 이사사 참여 요청을 거부했던 것도 폐쇄적인 이사회의 모습을 나타냈다는 의견이다.

# 시스템 재정비 기회 삼아야

전문가들은 KeSPA가 현재의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전향적인 결단을 통해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프로게임단 중심의 이사회 구조와 첨예한 이해 관계로 대립하는 형태로는 전체 e스포츠를 이끌기에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특히 최근 불거진 문제들로 인해 존립 자체의 의문이 제기 되는 것도 이런 난맥 탓이라는 분석이다.

우선적으로 기존 프로구단 중심의 이사회 구조를 개편해 지방자치단체, 게임업체 등 다양한 단체 및 기업을 이사사로 편입시켜야 한다. 프로 e스포츠가 아닌 아마추어까지 아우르는 KeSPA가 되기 위한 필수 요건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종목 다변화를 꾀하는 한편 e스포츠 전반의 저변 확대를 꾀하는 것이 맞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여기에 아마추어와 프로 간의 관계 정립도 필요하다. 프로야구를 담당하는 KBO(한국야구위원회)와 전체 야구를 담당하는 KBA(대한야구협회)가 있는 것처럼 KeSPA의 구성을 정비하는 것도 방안이다. 스포츠로서 인정받은 바둑도 한국기원외에 별도로 대한바둑협회를 설립함으로써 체육 종목이 되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와관련 한 e스포츠 관계자는 “그동안 KeSPA는 너무 독단적이고 프로 중심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이번 위기를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기회로 삼아야한다”고 주장했다.

| 인터뷰 - 김민규 아주대학교 교수 |

“KeSPA 이사회 문호부터 활짝 열어야”

김민규 아주대 교수는 KeSPA가 처한 문제에 대해 그들만의 문제로만 몰고 가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사실상 자업자득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제기됐던 숱한 의견과 우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이 요인이라는 것이다. 그는 특히 단순히 사무국의 문제가 아니라 KeSPA의 실질적 주인인 이사사들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중계권을 비롯해 그래텍의 리그 창설 거부 등 논란이 된 여러 사건을 예로 들었다. 또한 이번 블리자드와의 지재권 협상도 거론했다. 표면적으로는 각각의 이슈들이 KeSPA 사무국 중심으로 진행된 듯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사사들의 무관심이 만든 사태라는 지적이다.

그는 “협상에 있어 접점 역할을 한 사무국이 잘못을 한 것이 맞긴 하지만 KeSPA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이사사들은 무엇을 했는지 말할 수 있나”라며 “이사사들이 무관심했던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지난 2007년 말 3기 협회장 선출을 놓고 대부분의 이사사가 회장 취임을 고사했던 것이 그의 말을 뒷받침한다. KeSPA를 이끌어 가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평이다.

김 교수는 하지만 지금은 KeSPA의 실책을 논할 때가 아니라 e스포츠의 대한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현재의 KeSPA가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임단 협회라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때문의 지금의 위기는 KeSPA의 위기이지 전체 e스포츠의 위기는 아니라는 반론이다. 지금부터라도 관람자, 프로게이머 및 게임 유저, 게임업체 등 e스포츠 전체를 구성하는 당사자들을 묶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e스포츠의 경우 종목사의 존재가 중요하기에 앞으로는 KeSPA가 많은 사람들, 그 중에서도 종목사인 게임업체들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면의 문제에서 e스포츠의 위기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며 “오히려 전체 e스포츠 규모는 지자체, 게임업체 등의 관심으로 높아졌고 이제는 어떻게 더 넓은 저변을 확보할 수 있을지를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더게임스 임영택기자 ytl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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