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하 크리텔 사장은 격식이 없다. 꾸밈이 없다.
약간 촌스러운 외모 그대로다. 기자를 만나든 고객을 만나든 마찬가지다.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게 제대로 된 '장사꾼'이라고 믿는 듯 하다.

그는 떳떳하게 '장사꾼'이라고 말한다. 고귀한 척 하지 않는다. 좋은 제품을 싸게 만들고 파는 게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럴려면 사는 사람의 마음을 잘 알아야 한다. 또 그럴려면 스스로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최선이라고 믿는다.
마흔 아홉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거침이 없다.
그래서 그는 한 회사의 사장이지만 출중한 '외판원'이기도 하다.
그는 손수 노트북PC 가방을 들고 다닌다. 노트북PC는 그의 분신과도 같다. 그 PC에는 그가 팔 물건이 빼곡히 들어있다. 때론 인터넷 속에도 있고 때론 PDF 파일, 워드나 엑셀파일 형태로 저장돼 있다. 노트북을 여는 순간 그의 '수다'(영업)도 시작된다.
경상남도 진주시 택시조합이 그의 물건을 산 것도 이런 밉지 않은 수다 덕분이다.
그가 판 물건은 'GPS 위성 콜 시스템'이다.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위성을 이용해 택시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이를 승객과 연결시켜는 최첨단 시스템이다. 대개의 콜 택시는 TRS라는 다중 음성 전화를 이용하지만 위성과 인터넷을 이용한 시스템은 이게 처음이다.
다른 회사도 이 사업을 하지만 상용화시킨 것은 진주와 제주도가 처음이다. 진주는 물론 제주도도 최종하 사장의 '수다 영업'이 일궈낸 실적이다.
최 사장은 노트북PC를 들고 각 택시회사 사장부터 중역까지 일일이 찾아다니며 이 시스템에 대해 수다를 떨었다. 또 콜 센터 직원과 택시 운전기사도 일일이 만났다. 기존 TRS 콜 시스템과 GPS 위성 콜 시스템이 무엇이 다른 지 설명하기 위해서다. 설명만 한 게 아니다. 그들의 요구를 빠짐없이 기록하고 시스템에 반영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시스템은 각 회사 중역보다 콜 센터 직원과 운전기사들로부터 더 환영을 받았다. 자신들의 요구가 다 반영됐기 때문이다. 특히 운전자 노동조합은 승차 거부를 하지않기로 다짐했다. 이 시스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모든 택시가 콜 센터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요즘 해외로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얼마 전에는 베네수엘라에 600만 달러 어치의 자동차용 블랙박스를 수출했다. 이 제품은 GPS를 이용해 자동차의 위치를 파악함으로써 도난을 방지하는 기기다. 또 미국에서도 주문이 들어와 추석 연휴를 무시하고 2일 출국했다.
최 사장이 이처럼 '영원한 장사꾼'이 된 이유는 간단하다. 먹고살기 위해서다. 기업을 차린 이상 장사를 하지 않고는 먹고 살수 없기 때문이다.
사업에 대해서도 고상한 목적을 달지 않는다. 그에게 '기업가 정신'이란 딱 하나다. "좋은 물건 싸게 만들어 제값 받고 팔아 번 돈 나눠먹는 것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오히려 개념로 그 단순한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최 사장은 1953년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났다. 또 덕수상고와 경희대 법대를 나와 한때 에이텔이라는 해운회사에 다녔으나 나이 서른에 가구공장을 하다 부도를 냈다. 그 뒤 반도체 대리점을 하며 '장사꾼 기질'을 배우게 된다.
본격적인 사업을 벌이게 된 것은 86년.
재미교포 김우진씨를 만나면서부터. 최 사장은 이때부터 통신분야에 뛰어들어 지금까지 15~6년간 "통신 밥을 먹고 사는 중"이다.
당시 회사는 우진전자통신. 아이템은 교환기 부품이다. 통신 선로의 통화품질을 측정해주는 장비로 그동안 전량 미국에서 수입했으나 이 회사가 ETRI 및 한국통신과 공동으로 국산화했다. 당시 국내 통신산업의 최대 이슈는 교환기 국산화.
또 교환기의 품질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DTMS로 불리는 이 부품이 반드시 필요했다. 최 사장은 당시 우진전자통신의 전문 경영인으로 이 사업을 이끌어 왔으며 삼성전자, LG정보통신(현 LG전자), 대우통신, 한화정보통신에 이 부품을 공급했다.
그러나 교환기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데다 IMF 외환위기까지 겹치자 최 사장은 피치못할 이유로 우진전자통신을 떠나게 된다.
그러고 나서 창업한 회사가 크리텔. GPS 전문업체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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