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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정보통신기금과 IT 융합 생태계


돈에 대해 너무 집착하면 사람이 쩨쩨해 보인다. 웬만하면 돈 논쟁에는 개입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설혹 개입이 불가피하다면 원칙만을 말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사실 그 원칙이라는 게 굉장히 중요할 때가 많다. 특히 공동의 돈을 집행하는 일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 또 그 원칙에 맞게 돈이 집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곳 저 곳에서 쩨쩨한 잔소리가 끊일 날이 없게 된다.

이른바 '정보통신기금'이라는 것이 그런 쩨쩨한 상황에 빠졌다.

이 돈은 대부분 통신사업자가 주파수를 할당 받은 대가로 낸 것이다. 주파수는 공공 자산이다. 통신사는 이를 빌려 사업을 하고 이득을 취하니 그중 일부를 떼어내 관련 산업 발전에 쓰게 하자는 게 본래 정보통신기금을 구성한 취지다. 사업자도 흔쾌히 취지에 동의하고 관련 산업계도 도움을 받으니 한 마디로 '좋은 돈'이라 할 수 있었다. 실제로 'IT 강국'을 만드는데 이 돈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사업자들이 흔쾌히 동의한 것은 적어도 이 돈이 엉뚱하게 쓰이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랬다. 통신 서비스 사업을 하려면 장비, 단말, SW, 콘텐츠 등의 분야에서 많은 협력업체의 도움이 필요하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이들 분야에서 실력이 우수한 다양한 기업이 존재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업자 스스로도 이들 협력업체를 지원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주파수 할당 대가로 기금을 만들고 이들 업체에 도움이 될 만한 다양한 일을 해주니 사업자들도 마다 할 이유가 없었다.

적어도 정보통신부 시절까지는 이 돈의 용처에 큰 논란이 없었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 들어 행정부가 개편되면서부터다. 정보통신부가 없어지고 그 소관 업무가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등으로 쪼개졌다. 당연히 이 기금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해서도 혼란이 생겼다. 부처간에 쩨쩨하게 돈 다툼을 하게 된 것이다. 특히 이 돈을 모으는 부처와 관리하는 부처가 달라지게 됐다. 모으는 곳은 방통위고 관리하는 곳은 지경부다. 그러니 논란이 불가피했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로선 입을 삐죽 내미는 게 당연하고 돈을 내는 통신사업자들도 속으로 불만이 가득했다. 실컷 돈 내서 남의 식구 키워주는 일을 하게 생겼으니 왜 불만이 없겠는가. 그런 논란을 벌이다 타협을 하기로 한 모양이다. 법(방송통신발전기본법)을 만들어 정보통신진흥기금에서 일부를 방송통신발전기금에 나눠주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이 타협도 완전한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임중호 전문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 기금에 대한 예산 심의가 부실해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출처가 하나인 재원을 부처 필요에 따라 쪼개다 보니 예산심사의 효율성과 전문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는 데다, 두 부처 공동사업의 경우 책임주체가 불분명하게 되는 문제도 심각하다는 것이다. 또 국회 문방위와 지경위가 동일한 사업에 대해 서로 다른 의사 결정을 내릴 우려도 있다고 한다.

방송통신위원회 이병기 상임위원은 한 발 더 나갔다.

"기금을 조성하는 곳이 운영도 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파수 할당 대가로 모은 기금은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관할해 관련 산업 발전에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이야기다. 이 위원은 특히 그 외 IT 컨버전스로 인한 융합 분야의 경우 필요한 곳에서 재원을 확보하는 게 타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예를 들어 조선, 자동차, 의료, 건설, 국방 등의 IT 컨버전스를 위한 재원은 실질적인 수혜자이기도 한 조선 자동차 의료 건설 등의 기업들을 통해 기금을 새로 조성해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돈 가지고 시비를 하니 쩨쩨해 보이지만 허튼 소리는 아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경우 IT 융합을 최대 신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고 IT와 전통산업의 융합 업무를 주도적으로 진행해야 할 부처는 지식경제부다. 그로 인해 경쟁력이 향상됐을 때 수혜를 보는 곳은 당연히 자동차 조선 의료 건설 등 전통산업이다. 또 이들 산업 분야는 필요 재원을 마련하기에 그 규모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특히 글로벌 기업에 맞서 향후 경쟁력을 더 높이려면 관련 IT 생태계까지 책임져야 할 의무가 부여됐다고까지 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IT 진흥 업무가 지경부로 옮겨진 게 아니던가.

결국 정부 시책으로 보나 각 산업의 역량으로 보나 IT 융합 산업 진흥을 위한 새로운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즉각 논의해도 별 무리가 없는 상황인 셈이다. 또 일부에서 주장하듯이 그렇게 하는 게 우리나라 IT 융복합 사업이 더 살찔 수 있는 일이라면 비록 쩨쩨한 돈 이야기지만 적극적으로 논의해서 나쁠 일이 아니다. 그 논의는 어쩌면 우리나라 IT 융합 산업의 성패가 달릴 만큼 화급하고도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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