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노원구 하계동에 살고 있는 이모씨(33세·여)는 주말이면 고민이 많다. 멀리 움직이기 싫어하는 남편을 설득해 가족 피크닉을 떠나고 싶지만 가까운 곳에 마땅한 공원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차로 10분 거리면 도착할 수 있는 공원이 생겨 남편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당장 이번 주말 도시락을 싸서 가족들과 함께 놀러갈 생각에 그는 벌써부터 설레고 있다.
흉물스럽게 방치됐던 옛 드림랜드 터가 '북서울 꿈의숲'으로 새롭게 단장해 시민들에게 공개됐다.
267만 주민이 거주하는, 서울에서도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인 동북부(강북·성북·도봉·노원·동대문·중랑)에 위치한 '북서울 꿈의숲'은 강북구 번동 드림랜드 터를 비롯해 전체 면적이 90만㎡에 이르는 대형 공원. 월드컵공원(276만㎡), 올림픽공원(145만㎡), 서울숲(120만㎡)에 이어 서울에서 4번째로 큰 규모다.

이 공원은 지난해 10월20일 착공에 들어가 1년 만에 1단계 66만2천627㎡가 완성됐다. 총 사업비 3천439억원이 들어간 오세훈 서울시장의 야심찬 사업이다.
특히 주거지역에 인접해 있고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으로 연결돼 있어서 지역 주민들 뿐 아니라 다른 지역 사람들도 쉽게 찾아 와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공원 주변도로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연결해 다른 지역에서도 도보 또는 자전거로 공원까지 들어갈 수 있도록 배려한 것도 눈에 띈다.
또 시야를 가리는 구조물이 없는 탁 트인 전경과 산 중턱에 자리한 전망대, 자연과 어우러진 호수, 폭포, 분수대 등은 주거지역에서는 느끼지 못할 특별한 휴식공간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로 들어가 보면 우선 아담한 한옥집이 보인다. 이 집은 등록문화재 제 40호 '창녕위궁재사'로 원형을 최대한 살려 연못과 정자 등 전통 모습 그대로를 재현해 놓았다.
이어 길을 따라 넓은 지역으로 들어서면 1만1천800㎡ 크기의 큰 연못과 높이 7m에 달하는 월광(인공)폭포, 점핑분수 등이 자리하고 있다. 또 그 뒤에는 시청광장의 2배에 달하는 대형 잔디광장이 펼쳐진다.
또 야외 문화공연 등이 가능한 큰 광장과 마당놀이 등을 할 수 있는 원형 야외무대인 볼플라자, 콘서트 같은 실내 공연이 가능한 문화센터 등도 들어서 있다.
이 외에 각종 공개방송이 이뤄질 수 있는 오픈 스튜디오, 대규모 레스토랑, 미술관 등 각종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시설들이 배치됐다.

공원 가장 안쪽으로 들어서면 지상 49.7㎡ 높이의 독특하게 생긴 전망대가 보인다. 총 3층으로 구성된 전망대 내부로 들어가면 2층에는 간단한 식사도 곁들일 수 있는 커피숍, 3층에는 공원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홀이 자리했다.
전망홀에서 바라보면 남산타워에서 서울시 전경을 바라보듯 공원 뿐 아니라 강북지역 일대의 경치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어 신기함을 더해준다.
'북서울 꿈의숲'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담이 없는 열린 공간이어서 공원을 둘러싼 기존 등산로와도 연결돼 있다는 것. 보통 공원에 가까운 이 공간에 '숲'이라는 명칭을 붙일 수 있는 이유는 언제든지 주위를 둘러싼 산에서 숲의 향취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대부분의 이동로가 계단이 아닌 평지로 돼 있어 휠체어나 유모차 등이 이동하기에 불편함이 없고 곳곳에 쉼터가 마련돼 있어 어디서든 자리를 잡고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해 준다는 것도 장점이다.

'북서울 꿈의숲'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장위동에서 30년 이상을 살았다는 60대의 한 시민은 "지금까지 차단막에 가로막혀 흉물스러운 모습이었던 옛 드림랜드 공간이 가족들이 모두 모여 쉴 수 있는 곳으로 바뀌어 보기 좋다"면서 "다소 답답했던 주거 밀집 지역에서 탁 트인 공원을 접하니까 편안해지고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공원 조성 때문에 늘어날 교통 혼잡과, 평소 즐겨 찾던 산책로를 공원 측에서 막지 않을까 하는 등의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공원 자체에 대해서는 "잘 만들어졌다"고 좋은 평가를 내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4일 개장에 앞서 "북서울 꿈의숲 개장은 향후 강북지역 주민들의 생활에 변화를 줄 만큼 획기적 계기가 될 것"이라며 "서울을 대표하는 세계적 공원으로 만들어가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1년이라는 다소 짧은 공사기간 때문인지 일부 미흡한 점도 눈에 띈다.
우선 공원 한편에 자리한 대형 골프 연습장은 자연을 보기 위해 온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주변 인구밀도에 비해 부족한 400대 남짓의 적은 주차공간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 군데군데 마무리가 덜 된 구간들이 있어 미완성이라는 점은 일단 감안하고 봐야 할 듯하다.
이와 관련, 서울시 측 관계자는 "골프연습장 부지는 이미 매입준비가 완료됐고 오는 2012년 완공 예정인 2단계 사업에서 공원으로 편입될 예정"이라며 "시민들의 휴식터로 부족함이 없도록 만들 것"이라고 해명했다.
강남·북 균형발전의 일환으로 마련된 '북서울 꿈의숲'. 앞으로 강북 주민들의 소중한 쉼터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일기자 comj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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