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서버의 10년 공든 탑이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최악의 부진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올해 국내 서버시장에서도 홀로 고공행진이다.
불경기가 오히려 성장의 자양분이 됐다. 블레이드 서버의 강점인 관리 효율성과 확장성 등이 '비용절감' 압박에 시달리는 기업들에게 꼭 맞는 제품으로 받아들여졌다는 평가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블레이드 서버는 지난 해에 비해 20% 가까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는 것으로 집계됐다.
가트너 역시 올 상반기 국내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 블레이드 서버가 전년 대비 15% 이상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성장세는 올해 국내 서버 업계가 사상 최악의 불경기를 겪은 가운데 예년보다 높은 것이어서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데이터센터 인프라 개선이 한 몫
그간 블레이드 서버는 분기별, 연도별로 꾸준히 두 자릿 수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해 왔다. 그래도 전체 서버 시장에서 블레이드의 입지는 크지 않았다.
오히려 당초 예상보다도 더딘 성장세였다. 블레이드 서버를 받아들이기 위한 국내 데이터센터 시설 설비가 상대적으로 열악했다는 점이 주 요인이었다.
전력 공급량은 부족했고, 육중한 블레이드 서버의 무게를 지탱할 '바닥'도 부실했다. 블레이드 서버가 내뿜는 열기를 식혀줄 지능적인 냉각 시설도 없는 상태.
이같은 국내 데이터센터의 열악한 설비가 최근 2~3년 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부족했던 전력 공급량은 전용선 매설 등으로 해결했다. 오래된 냉각장비와 항온항습시설 교체도 잇따라 시행되는 중이다.
실제 국내 주요 데이터센터인 KT IDC는 목동에 새로운 데이터센터를 개관하면서 이같은 설비 약점을 해결하고 블레이드 서버를 중심으로 한 '유틸리티 컴퓨팅'을 본격 선보였다.
LG데이콤의 KIDC도 전용선을 매설해 전력 공급량을 늘렸으며 호스트웨이IDC는 덕트 형식의 냉각방식을 채택, 블레이드 서버를 들여오는데 무게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했다.
가트너코리아 서버조사담당 김현승 연구원은 "아직 국내 데이터센터 환경이 블레이드 서버를 도입을 할 만한 충분한 여건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최근 이 환경이 상당수 개선되면서 도입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불경기, 블레이드 성장엔 '자양분'
여기에 전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와 불경기는 기업들이 블레이드 서버를 '다시 보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비용절감이 화두가 되다보니 IT 시스템을 전산실에 쌓아두던 전통적인 방식에서 탈피해 '빌려쓰는' 개념의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이 주목을 받았고, 이를 구현할 서버 플랫폼으로 블레이드 서버가 적격이라는 재평가가 내려지고 있는 것.
실제 지난 7일 개관한 삼성SDS의 클라우드컴퓨팅센터는 한국HP의 'BLc 9000' 시리즈로 꾸려졌다.
삼성SDS 관계자는 "기존 서버에 가상화 기술을 적용, 대단위 서버팜을 만들기로 했지만, 그와 별도로 클라우드 전용장비로 블레이드 서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객사별 업무에 따른 서버 자원 분할이나 공동 장비 활용을 위해 폭넓게 도입할 '가상화 기술'을 구현하는데 블레이드 서버가 최적화 돼 있다는 판단도 내렸다.
가트너코리아 김현승 연구원 역시 "불경기를 보내면서 기업들은 어떻게 하든 비용을 줄이는 것이 가장 큰 이슈가 됐다"면서 "이같은 TCO 절감 측면에서 보면 블레이드가 유리한 면이 많다"고 설명했다.
서버 통합 프로젝트의 주인공으로도 블레이드 서버는 심심찮게 등장한다.
정부통합전산센터는 올 들어 대량의 블레이드 서버를 도입했다. 대전에 위치한 중앙정부 시스템을 통합하기 위한 용도다.
정부통합전산센터 자원관리과 관계자는 "블레이드 서버는 시스템 설치 공간을 대폭 줄이면서 서버 증설이 필요할 때 손쉽게 시스템을 확장할 수 있어 편리하고, 아울러 기존 서버보다 전력 효율성이나 관리 용이성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웹서버나 메일서버 등은 연일 데이터량이 폭증하면서 서버 증설 요구가 끊이지 않는 부문. 이는 그렇지 않아도 공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부통합전산센터의 환경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때문에 센터 측은 설치와 구성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반형 x86 서버보다 블레이드 노드를 섀시에 밀어넣기만 하면 간단하게 증설이 완료되는 블레이드 서버가 적격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국HP 블레이드서버 마케팅 담당 최원규 과장은 "마치 레고 장난감과 같은 블럭모듈 형식인 블레이드 서버는 급할 때 서버 모듈을 빈 공간에 꽂아 넣기만 해도 자동으로 운영체제 설치나 애플리케이션 구동을 위한 '프로비저닝'이 신속하게 구현된다"면서 "트래픽이 갑자기 몰려 시스템이 부하를 일으킬때 서버를 빠르게 증설할 수 있는 것"이라고 장점을 설명했다.
현 블레이드 서버의 성장세가 실적 위기에 처한 서버 업체들의 강력한 영업정책에 힘입은 면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가트너코리아 김현승 연구원은 "한국HP의 경우 아예 블레이드 전담부서를 따로 둘 정도로 적극적이며 한국IBM도 공격적인 블레이드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올해 대규모 블레이드 도입 프로젝트도 없는 상황에서 이같은 성장세는 업체의 전략적인 영업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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