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 서비스 산업이 보다 공정한 경쟁 환경을 갖출 수 있도록 그룹사 내부사업과 대외사업 매출을 분리하는 '회계분리'를 업계가 도입했으면 한다."
신재철 한국정보산업연합회장(LG CNS 대표)이 지난 11일 취임 100일을 맞아 향후 연합회의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제안한 정책이 업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의 '회계분리' 제안을 두고 같은 IT서비스 업체들 사이에 찬반 양론이 분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업체의 저가입찰 등 폐단을 줄일 수 있어 찬성한다는 입장도 있지만, 특정 규제산업에나 적용되야 할 회계분리를 무분별하게 적용해 기업 고유의 활동을 저해한다는 반발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비빌 언덕' 크지 않은 업체들 "환영"
현재 국내 대부분의 IT서비스 업체들은 그룹사 계열업체다. 모기업 및 관계사 시스템 구축과 개발, 운영 아웃소싱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가 이들의 '내부(Captive) 사업.' 다른 한편으로는 그룹 계열이 아닌 외부 시장에서 경쟁 입찰 등을 통해 사업을 수주하는 것이 '대외(non-Captive)사업'이다.
신재철 회장의 회계분리 제안은 이같은 사업 구조의 특성을 감안, 내부 사업과 대외사업의 회계시스템을 분리해 매출과 이익을 투명하게 대내외에 알리자는 취지다.
이에 대해 그룹사 매출 비중이 현저히 낮은 일부 중견 업체들은 적극적인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한 중견 IT서비스 업체 임원은 "대기업 계열 IT업체들이 모기업의 정보화 사업에 '무혈입성'해 높은 수익을 올리고, 대신 경쟁이 치열한 공공-금융 등의 외부 사업은 저가 덤핑 수주를 통해 몸집불리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대기업에 비해 인지도와 자금력이 밀리는 중견업체 입장에서 대형업체가 내부 수익률을 기반으로 대외 사업에서 저가 덤핑 입찰을 하면 이길 도리가 없다"면서 "회계분리가 실현된다면 그룹 내부 물량은 차치하고 적어도 대외사업에서는 공정한 경쟁환경이 조성되지 않겠냐"고 기대를 나타냈다.
◆분리 절차-내용 '복잡'…실효성도 의문
하지만 회계분리라는 제안 자체가 이상만 추구한, 현실성 없는 제안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현재 회계분리제를 시행하고 있는 가까운 예는 통신시장. 통신사업자가 소유한 기간망과 서비스가 국민의 생활에 밀접한 통신요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규제시장이다.
독과점 폐해를 막기 위해 정부가 공기업 형태로 운영하면서 평균수준 이상의 이윤을 확보해주는 대신, 기간망을 이용한 부가서비스 사업을 할 경우에는 회계를 분리해 한쪽의 사업 악화나 호재가 다른 쪽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직접 규제하는 것.
그런데 이같은 회계분리를 '지식산업'인 IT서비스 시장에 적용하기에는 현실성이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쪽 사업의 악화나 호재가 다른쪽 사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회계를 분리하는 것이 완전경쟁 체제인 IT서비스 산업에서는 의미가 없다는 것. 오히려 기업 고유의 활동을 저해하고, 원가공개로 인한 시장 혼탁이 심해지리라는 주장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통신시장의 경우 전기통신사업법과 같은 특별법을 통해 회계분리 및 기준을 법으로 명기해 놓고 있다. IT서비스 사업자들에게 회계분리를 종용하려면 이같은 준거가 마련돼야 하는데, 특별법까지 제정해 회계를 분리해야 하는 목적이 '투명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 함은 말이 안된다"고 꼬집었다.
더구나 정부가 'IT서비스'라는 별도 사업분류도 하지 않고 '소프트웨어사업자'로 통칭하고 있는 현재, IT서비스 사업자에 대한 구분조차 모호해 기준을 만들기도, 적용도 쉽지 않다는 것이 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이익 비중이 높은 아웃소싱 사업은 그룹사 내부로 공개경쟁 입찰로 수익성이 낮을 수 밖에 없는 단기 개발 프로젝트 수주는 대외사업으로 집중되고 있는데, 이익기준을 같은 잣대로 나누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한국IDC의 시장조사분석가 김경민 연구원도 "취지는 이해하나 제도화 하는 과정에서 너무나 큰 업계 고통이 예상되며, 정작 그로 인한 실효성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김 연구원은 "설령 회계분리를 통해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완전 공정경쟁'의 선상에 섰다 하더라도 이는 '기회'의 균등일 뿐 실제 시장이 중견업체 중심으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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