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이 언론관계법을 오는 13일 처리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여야가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김형오 국회의장이 고민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전날(7일) 교착상태에 빠진 언론관계법 처리를 위해 오는 13일 해당 상임위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한 김형오 국회의장에 대한 직권상정을 요구키로 하는 등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오는 13일 상임위 처리와 이후 직권상정을 통해 언론관계법 등을 일거에 처리하겠다는 것.
문제는 김형오 국회의장이 과연 직권상정 카드를 꺼내들지, 꺼낸다면 그 시기는 언제가 될지다. 일단 언론관계법 직권상정에는 무게가 쏠려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나라당이 13일 상임위 처리 방침을 밝힌 만큼 일단 직권상정 환경이 자연스레 만들어진 상황이 됐다. 한나라당인 언론관계법을 상임위에서 단독으로 처리할 경우 국회 파행으로 이어지면서 여야간 대화의 채널이 단절되면서 결국 김 의장이 직권상정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의장으로선 직권상정이란 칼날을 언제 꺼내들지 고민이다. 당장 오는 17일 제헌절을 맞아 국회내 다양한 행사가 예정돼 있고 한나라당이 상임위 처리를 못박은 13일부터 국내외 귀빈들이 국회를 예방한다. 김 의장이 제헌절에 앞서 직권상정에 나설 경우 결사항전 태세를 취하고 있는 민주당과 일전은 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국회는 파국을 맞게 된다.
이로인해 민주당 등 야당이 강력 반발하면서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질 경우 김 의장은 자칫 최악의 61주년 제헌절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김 의장이 전날 민주당에 즉각적인 국회 로텐더홀 점거농성 해제를 요구하면서 "지난번 유렵순방 때 한국보다 훨씬 민주주의 역사가 짧은 나라에서 우리의 폭력 국회를 웃음거리로 삼는 것을 보고 낯이 뜨거웠다"며 "당장 제헌절 행사준비가 필요하고 이곳을 방문할 어린이, 외국인들을 생각해서라도 농성을 중단해 달라"고 한 언급에는 이러한 강한 우려가 담겨 있다.
올해로 국회의장 임기가 끝나는 김 의장으로선 그것도 대한민국 헌법 공포를 기념하는 제헌절까지 국회 충돌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때문에 정가에서는 김 의장이 제헌절까지는 직권상정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치권 한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만나 "임기를 얼마남겨 놓지 않은 상황에서 누구보다도 여야 협상을 통한 처리를 희망하고 있는 것은 바로 김 의장"이라며 "현재로선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지만 일단 제헌절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따라서 제헌절 이후 6월 임시국회가 폐회되는 한 주가 여야간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회의장측에서도 김 의장이 행동에 나설 시점을 오는 17일 이후로 보고 있다. 현재 민주당은 김 의장의 '점거농성 해제' 공식요구에 대해 '직권상정 거부' 천명을 요구하며 김 의장을 압박하고 있다.
국회의장실 한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고 명시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17일까지 휴전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며 17일까지 직권상정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귀뜸했다. 이는 17일 이후에는 직권상정에 나설 수도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민주당은 김 의장의 직권상정 거부 천명을 거듭 요구하며, 농성을 해제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직간접적으로 김 의장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민주당의 로텐더홀 점거농성 해제를 위한 김 의장의 질서유지권 발동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어, 의장과 민주당간 한차례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허용범 국회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김 의장이 모종의 결단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여야가 더 이상의 진전을 보지 못할 경우 김 의장이 직권상정이든, 질서유지권 발동 이든 어떤 식으로든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민철기자 mc07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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