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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인터넷과 야누스


참 싱거운 뉴스도 다 있다. 행정안전부가 조사해 발표한 자료를 바탕으로 19일에 작성된 기사들이다. 요지는 “국내 인터넷 이용자는 겉과 속이 다른 야누스”란 것이다. 어떤 기사는 제목도 이와 비슷하다. 잠깐 주어를 바꾸어 보자. “사람은 겉과 속이 다른 야누스다.” 어디서 많이 본 내용 아닌가. 그렇다. 인간은 양인가, 늑대인가라는 그 유명한 물음과 같다. 뉴스라기보다 오랜 철학적 주제다.

그런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사람은 겉과 속이 다른 야누스다”고 쓰면 그게 뉴스가 되는가. 이 물음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오랜 화두여서 인문학은 물론이고 각종 문화예술에서도 끝없이 차용되는 주제다. 그런데 이 순간 왜 그 오랜 철학적 주제가 갑자기 뉴스로 둔갑해야 하는 것일까. 그게 궁금하지 않나.

반론을 펴는 이는 여기서 한 발 양보해 다시 다음과 같은 문제 제기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터넷 이용자’와 ‘사람’은 현실 세계에서 겹치는 존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은 환경에 따라 달라지고 이번에 인터넷을 할 때 더 야누스적이 된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그 점이 뉴스다.” 진짜 그러한가. 또 한 번 묻자. 사람이 본래 야누스적이 아니라면 이 문제가 왜 그리 오래 철학적 화두였겠나. 이 반론이 성립되려면 인터넷이 없었다면 사람은 원래 야누스가 아님을 증명하여야만 한다.

그럴 수 있는가. 만약 증명할 수 없다면, 이런 뉴스는 어떤 의도를 사실로 위장해 전파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의심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뉴스는 사실 싱거운 게 아니라 무서운 것이다. 우리는 이런 뉴스를 접하는 순간 사실과 어떤 누군가의 의도를 혼돈하여 생각하고 기억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뉴스로 인해 사람이 원래 그런 것을 네티즌만 나쁜 자로 바꾸어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뉴스를 간추려 보자. 요지는 이렇다. 인터넷 이용자 80% 이상이 예의 예절 규칙 법률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면서, 사실은 적지 않은 이용자가 일탈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그 일탈 행위란, 다른 사람을 욕한다거나(15.5%) 부정확한 정보를 유포한다거나(8.8%) 저작권이 있는 것을 불법 다운로드 한다(32%)는 것이다. 그런데 그건 인터넷을 떠난 현실에서도 이미 그런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욕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불법복제만 해도 오프라인이라고 다를 게 없다.

결국 인터넷이나 현실이나 특별히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그런 이유로 인터넷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원래 사람이란 게 야누스와 같은 존재이고 그런 존재들이 더불어 살자니 법이나 규칙이란 것도 필요하게 됐을 것이다. 결국 인터넷도 사람 사는 세상인 한 특별히 여기서 비켜갈 방법은 없을 것이다. 규칙도 법도 필요하다.

다만 근자에 유독 인터넷만 더 사악한 공간인 것처럼 몰아가는 듯한 분위기를 문제 삼고자 한다. 그건 공평하지 않을뿐더러, 그런 바람몰이는 어떤 의도에 의해 나타난 결과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뉴스 또한 결국 무언가를 의도한 자가 만들어낸 가상일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드는 게다. 특히 이런 가상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현실을 지배한다는 점에서 무서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에게 이런 의심이 필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가상과 현실 사이의 혼돈은 인터넷 속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우리의 통찰력이 떨어질 때, 우리는 철저히 통제돼야 할 야누스로 둔갑되며, 그만큼 자유는 멀어만 간다.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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