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AOL과 함께 유망한 닷컴기업의 상징으로 손꼽히던 인터넷 슈퍼마켓
웹밴(Webvan)이 문을 닫으면서 그 여파가 미국 온라인 비즈니스계를 뒤흔
들고 있다.
웹밴은 지난 9일(현지 시각) 심각한 자금난으로 더 이상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며 파산신청을 내고 영업정지를 선언했다. 웹밴 사이트 역시 이 날
사과문을 게재한 후 즉시 패쇄됐다.
웹밴은 인터넷으로 식료품과 음식 재료를 주문 받아 24시간 내에 각 가정
에 직접 배달해 주는 유통 서비스로 지금까지 '성공한 인터넷 비즈니스 모
델'로 각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 웹밴, 무엇이 문제였나?
웹밴의 파산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무리한 투자와 그에 따른 자금난.
웹밴은 미국의 주요 26개 지역에 걸쳐 대형 물류센터 건설을 동시에 추진
하는 등 너무 급속도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자금 압박에 시달
려 왔다.
둘째, 경기 침체에 따른 주문 감소.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주문량은 급속히 줄어들었다. 게다가 한번 줄어
든 주문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특히 출범 초기와 달리 비슷한 업체들
간의 출혈 경쟁이 심화되면서 마진폭 또한 높지 않았다.
세째, 오프라인 경쟁업체의 높은 장벽.
웹밴 같은 온라인 식료품 업체가 늘어나면서 동네 슈퍼마켓들은 심각한 위
기를 느꼈다. 당연히 웹밴을 겨냥한 역공세를 펼칠 수 밖에 없었다. 이들
슈퍼마켓은 지역적 특성을 내세워 다양한 할인 행사와 배달 서비스, 소비
자와의 친밀감을 유도하는 다양한 마케팅 전략으로 대응했다.
◆ 살기 위해선 오프라인과 손을 잡아라
로버트 스완(Robert Swan) 웹밴 CEO는 "무리한 확장과 이로 인한 자금난
을 견디기 힘들어 부득이 파산신청을 했다"면서도 "비즈니스 모델의 실패
라기 보다 경기 침체가 주요 원인"이라며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웹밴의 실패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가트너(Gartner)의 책임 연구원인 위트 앤드류(Whit Andrew)는 이커머
스 타임스(E-commerce Times)와의 인터뷰를 통해 "웹밴이 지나치게 온라
인에 초점을 맞춘 것이 실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통적인 오프라인 슈퍼마켓들과 손을 잡았더라면 비용 절감과 유통
망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 말했다.
'온라인'만으로 성공하던 시대는 지났으며, 특히 유통사업의 경우 전국 각
지에 견고한 유통망을 갖춘 오프라인 업체들과 손을 잡지 않는 한 살아 남
기 힘들다는 것이다.
주문서와 돈은 전화선을 타고 배달될 수 있지만, 빵과 우유는 그렇지 않
기 때문이다.
◆ 웹벤의 퇴장과 또 다른 흐름
하지만 웹밴의 실패가 곧 온라인 식료품 유통시장 전체의 실패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기존 온라인 식료품 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대신 해외 식료품 유통 업
체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며 온라인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
고 있기 때문이다.
웹밴이 빠진 지금 온라인 식료품 유통업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피팟
(Peapod.com)은 최근 네덜란드의 거대 슈퍼마켓 체인 업체인 로열 아홀드
(Royal Ahold)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유치해 내실을 다지고 있다.
영국의 대형 식료품 유통업체인 테스코(Tesco) 역시 온라인 식료품 업체
인 그로서리웍스(GroceryWorks.com)와 미 서부지역의 대형 식료품 유통
업체인 세이프웨이(SafeWay)를 한꺼번에 인수해 미국 시장 공략을 준비하
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주피터 미디어 메트릭스(Jupiter Media Metrix)는 자
체 보고서를 인용, “온라인 식료품 시장은 다소 위축되겠지만 장기적으로
는 여전히 큰 잠재력을 지닌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시장 규모 역시 당초 예상보다는 약 20퍼센트 줄었지만, 올해는 8억 달러
규모. 2002년에는 13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한 5년 내
에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망이 결합된 안정적인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
고 있다.
/추현우기자 fineappl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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