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KTF 합병과 더불어 국내 방송통신 업계의 구도를 뒤 바꿀 '재판매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2월 중 국회에 제출될 전망이다.
8일 관련 업계와 기관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는 갈등을 벌였던 '사전 도매대가 규제를 하지 않는 대신, 별도의 금지 행위 규정을 명시한 부분'에 대해 합의했다. 부당하게 높은 요금이나 대가로 계약을 체결했을 경우 사후규제키로 합의한 것이다.
실무진 간의 합의지만, 별 무리 없이 차관 회의·장관 회의,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당하게 높을 때만 규제...방통위-공정위, 합의
이 법안에는 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 도입 근거가 마련돼 있으며, 그동안 방통위와 공정위는 기존 통신사업자의 금지규정을 두고 이견을 보여왔다.
방통위는 KT나 SK텔레콤 같은 기존 통신사업자와 재판매 사업자간 계약시 정부가 사전에 도매대가를 규제하지 않는 대신, 사후적으로 별도의 금지조항을 만드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었다.
기존 통신사업자들이 재판매 협상을 의도적으로 회피하지 않으려면 금지행위에 '부당하게 요금이나 대가를 높거나 낮게 산정하는 행위'를 넣어 분쟁시 원가에 기반해 규제해야 한다고 봤던 것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기업간 불공정 거래는 기존 공정거래법 규정을 적용하면 된다면서, 재판매법에 별도의 사후 규제를 둘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양측은 '부당하게 요금이나 대가를 높게 산정하는 행위'를 금지행위로 넣는 데 합의했다.
약탈적 요금, 즉 부당하게 요금이나 대가를 '낮게' 산정하는 경우는 금지 행위에서 뺐지만, 방통위의 협정체결의 거부에 관한 금지행위 사후 규제권은 인정받은 셈이다.
이에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양측이 절반씩 양보한 것으로 보면 된다"며 "얼마전 방통위와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23조에 있는 '거래거절' 등 불공정행위와 전기통신사업법 36조의 3에 있는 '협정체결의 거부' 등 금지행위에 대해 이중규제 위험을 피하기 위해 협의체를 가동키로 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통신업계 전문가는 "새 정부가 통신요금 인하에 큰 관심을 두고 있어, 금지 행위에서 '약탈적 요금' 부분을 뺀 것은 가격 파괴는 규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케이블 업계 "계열사 부당지원 우려"...도매대가 사전규제해야
그러나 이번에 정부가 만든 재판매법안의 금지행위 조항이 바뀐 것에 대해 케이블TV 업계는 기존 통신사업자(MVO)들이 계열사에 부당지원하기 수월해 졌다고 우려했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법안에 보면 SK텔레콤이 계열사 SK텔링크에 재판매를 맡길 수 있게 돼 있는데 다른 비 계열사에도 동등한 조건으로 줘야 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계열사와 부당하게 낮은 가격으로 계약을 체결한 뒤 주파수 총량이나 영업점 문제 등을 들어 다른 회사와의 계약을 회피할 경우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부당하게 낮은 가격으로 계열사와 계약해 계열사를 밀어준 뒤, 계열사가 시장 선점에 성공한 뒤에 비 계열사와 계약을 맺을 경우 방통위에 중재 신청을 낸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효과가 있겠냐"면서 "도매대가 사전규제 만이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해 일자리를 늘리고 요금을 인하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에따라 정부의 재판매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도매대가 사전·사후 규제 논란이 국회에서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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