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맞이하는 민족 최대 명절인 설 연휴 동안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야 될 것 같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24일부터 시작되는 나흘간의 설 연휴는 민심의 향배, 정국의 풍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설 연휴를 맞아 민심잡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이에 따라 난마처럼 얽히고 꼬인 정국을 풀어 갈 해법을 모색하는 등 '정국구상'에 상당 시간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에서 "설 민심은 전국적으로 매우 급하게 확산되고 정착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24일 귀성객 라디오 연설에서 "이번 설은 우리에게도 가족간에, 친지간에 희망을 얘기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투고 갈등하기보다 서로 처진 어깨를 두드려주고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 힘과 용기를 주고받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도 각종 악재로 이반된 민심수습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무엇보다 용산 철거민 참사로 인해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하는 방안부터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또 설 연휴가 끝나는 대로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거취 문제를 정리해야 하고, 2월 입법전쟁, 당청 관계 개선, 경제위기 극복 방안,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달라진 한미 관계 등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설 연휴에 가족들과 함께 지내면서 베스트셀러 등 책도 읽고 할 것"이라며 "별 다른 일정은 없고, 설 당일에는 친지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또 "청계천에도 한 번 가게 될지 모르겠다"며 "서울 근교 가운데 그간 바빠서 가보지 못한 곳도 다녀 볼 생각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원활한 집권 2년차 국정운영을 위해선, 우선 설 연휴 동안 국민들의 '설 밥상'에 오를 용산 철거민 참사, 전대미문 경제위기, 1.19 개각 후유 등 현안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당장 경찰관 1명을 포함해 6명의 희생자를 낸 용산 참사와 관련, 진퇴논란에 휩싸인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거취 문제를 분명히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23일 국회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와 현인택 통일부 장관 내정자,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내정자에 대한 청문요청안을 보냈지만 김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청문요청안은 보내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김 내정자에 대한 내정 철회 여부를 설 연휴 이후로 유보키로 한 것은 민심의 향배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설 민심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내정 철회가 반드시 원만한 사태 해결을 담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상황 인식에서다.
◆"설 민심, 전국적 매우 급하게 확산·정착 가능성 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서는 사태 수습의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김 내정자의 거취문제가 '미정'인 채로 설 연휴가 시작되면 용산 참사는 설 밥상의 주제로 오르게 되고 정부의 강경진압을 탓하는 민심 악화는 더욱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인명이 희생된 것인 만큼 정책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면서 "국민의 정서를 다독일 문책을 먼저 하고, 재발방지대책은 차분하게 마련하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했다.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도 "김 청장 내정자 스스로 '진압이 불가피했으며 모든 것이 나의 책임'이라며 자진사퇴하는 것이 사태를 조기 수습하는 방안"이라며 "임명권자를 위해서라도, 사태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용산 참사는 경찰의 무리한 강제진압과 'MB식 블도저식 밀어붙이기 국정운영'이 빚어낸 '예견된 사태'라는 지적도 해결해야 한다.
또 이 대통령은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올 한 해 한국경제 위기 해법을 찾아야 한다. 세계적 경제위기라는 '외인(外因)'이 크지만, 747 공약 등 성장 집착증에 빠진 정부의 정책실패도 위기를 가속시킨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경제위기로 물가는 하락 중임에도 한국만 물가가 상승하는 기현상도 나오고 있고, 재정의 조기집행을 비롯해 정부가 위기극복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위기가 심화될 경우 각종 개혁과제 추진에 제동이 걸리고 안정적 국정운영 기반이 훼손되면서 또 다른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는 만큼 이 대통령은 위기를 조금이라도 빨리 극복할 수 있는 묘수를 찾는데 골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이 대통령은 금산분리 완화를 비롯한 경제살리기 법안의 조속 처리, 예산 조기집행, 통합의 리더십 등이 뒷받침된다면 올 하반기부터는 위기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 등도 고민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통령은 방송법과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등 미처리 민생법안의 2월국회 처리 대책, 당청관계 개선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심각한 고민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법안처리에서 개각 문제에 이르기까지 당청이 적잖이 충돌하고 불협화음을 내왔다는 점에서 당청관계 재정립 방안을 포함한 개선책을 모색할 것으로 분석된다.
한 정치학자는 "이 대통령의 설 연휴 정국 구상을 통해 집권 2년차가 시작되기 무섭게 혹독한 시련을 가져다 준 대형악재를 놓고 민심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다른 학자는 "민심을 조기수습하지 못할 경우 무엇보다 2월 대학졸업 시즌에서 청년실업자의 양산이나 실물경기 침체에 따른 대량 실직사태 등으로 사회불안이 야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영욱기자 ky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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