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곳곳에서 각개전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지난 17일 비밀회동을 갖은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주목을 모으고 있다.
여야가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는 예산안 뿐 아니라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 종합부동산세 개편안,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의 검찰 수사 등을 놓고 첨예하게 맞붙고 있는 상황에서 성사된 비밀회동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한 여권관계자는 2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대표가 지난주 초 정 대표와 회동을 갖고 정기국회 예산 처리와 관련한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자리에서 김민석 최고위원 문제와 관련해 (박 대표에게)우려를 전달했고, 박 대표가 청와대 등에 불구속 수사를 요청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여야 대표간 비공개 회동에 대해 한나라당이나 민주당내에서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최근 현안에 대한 조율이 이뤄졌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당내 한 관계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경제 위기 대책과 예산안, 또 한미FTA 문제와 함께 민주당을 곤혹스럽게 하는 김민석 최고위원 문제가 언급되지 않았겠느냐"고 추측했다.
이에 따라 이번 비공개 회동을 통해 여야 대표가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쟁점법안과 현안들에 대해 나름대로 서로 적정선에서 '딜'이 이뤄졌을 경우, 꼬여있는 정국의 돌파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희태·정세균' 비밀회동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의구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특히 자유선진당은 민주당 김 최고위원의 검찰수사 문제를 놓고 조율한 것 아니냐며 비밀 회동 내용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선진당 이명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 대표가 김 최고위원 문제에 대해 박 대표에게 우려를 전달했고, 박 대표가 청와대에 불구속 수사를 요청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이게 사실이라면 여당 대표와 제1야당 대표가 만나 막중한 국정현안을 놓고 법과 원칙을 벗어난 밀실흥정을 했다는 비난에서 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실정법의 위반혐의로 검찰조사를 요구받고도 불응하고 있는 특정 정치인의 신상문제와 중차대한 국정현안을 서로 흥정하려 했다면, 그것은 지나친 극권남용이자, 국민에 대한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비밀 만찬회동을 한 진의가 무엇이고, 또 구체적인 논의내용이 무엇이 있었는지 국민에게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한 뒤 "그렇지 않으면 국민적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마침내 거대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정치자금수수 관련 검찰의 수사에 '표정사정'이라며 항의 농성을 벌여온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25일만에 농성을 전격 해제하고 수사에 응하기로 했다.
/민철기자 mc07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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