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버스 D램의 수요가 부진해 차세대 메모리의 선두주자라는 위상이 흔들리
고 있다. 펜티엄4 PC에 장착되면서 큰폭의 성장을 기대했지만 예상보다 실
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시장의 평가도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올 초 20
달러(128메가 기준)하던 것이 최근 절반이나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관계자는 “연초에 비해 램버스 D램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졌지
만 수요는 크게 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DDR의 대 공세도 예고돼 있다. ‘펜티엄4에 무조건 램버스 D램을 장착한
다’는 인텔의 보호막이 사라지며 업계에서 DDR 생산을 늘리고 있다. 내년
초면 차세대 메모리 자리를 놓고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도 예상된다.
실속파 마이크론은 램버스 D램 생산을 ‘유보’한다는 입장이다. 당초 램버
스 D램 생산에도 나설 계획이었지만 마이크론은 256메가 SD램 생산에 주력
하고 DDR로 승부를 펼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승
자는 DDR’이라며 양산에 돌입했다.
-생산량은 늘지만
올해 예상되는 램버스 D램의 수요는 대략 3억개(128메가 기준). 전체 SD램
시장의 4.8~10.9%를 차지할 것으로 데이터퀘스트(DQ)는 예상했다. 이에 따
라 삼성전자와 NEC, 도시바 등 주요 업체들은 인텔의 지원아래 램버스 D램
시장이 크게 열릴 것으로 내다보고 양산에 돌입했다.
지금까지 펜티엄4 PC에는 램버스 D램만을 장착할 수 있었기 때문에 경쟁없
는 시장을 누릴 수 있었다. 램버스 D램의 최대 생산업체는 삼성전자다. 올
해 1억5천만개~2억개 생산이 목표다. 램버스 D램의 50% 이상은 삼성전자의
마크가 붙어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말까지 램버스 D램의 비중을 전체 D램 중에서 30% 이상으
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 회사의 김일웅 상무는 “현 17%대인 램버스 D램
비중을 연말까지 30%로 높이겠다”고 말했다.
일본의 도시바도 월 230만개를 생산하던 램버스 D램을 월 800만개를 목표
로 늘려나가고 있다. SD램 해외 생산을 중단하고 있는 NEC도 오는 9월께 램
버스 D램 월 500만개 생산을 시도하고 있다. 도시바와 NEC는 전체 생산의
절반 이상을 램버스 D램으로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 경쟁력은 줄어가고
램버스 D램의 경쟁력은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펜티엄4 PC
에 독점적으로 쓰인다는 것과 성능이 SD램에 비해 ‘월등’하다는 것이 그
동안 알려진 램버스 D램의 장점이다.
하지만 펜티엄4 PC에 SD램을 장착할 수 있게 됐다. 인텔이 SD램을 지원하
는 ‘브룩데일(i845)’ 칩셋을 하반기부터 본격 출시한다.
내년 초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그동안 인텔로부터 ‘따돌림’을 당했
던 DDR도 펜티엄4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램버스 D램만으로 벌이던 펜티엄
4 마케팅은 실패했다고 인텔이 판단했다는 의미다.
반도체 업계가 램버스 D램을 꺼리는 이유는 또 있다. 기존 SD램 라인을 그
대로 이용할 수 없어 신규투자비를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적게는 5억달러
정도를 투자해야 램버스 D램 생산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투자를 하더라도 생산량은 SD램에 비해 줄어든다. 마이크론은 램버스 D램
을 생산할 경우 기존 SD램보다 생산량(비트 기준)이 45% 줄어드는 것으로
자체 조사했다.
마이크론의 관계자는 “칩 크기가 SD램에 비해 35% 이상 크기 때문에 생산
량이 적게된다”며 “테스트와 패키지 과정에도 SD램에 비해 추가비용이 들
어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DDR은 기존 SD램 라인을 크게 바꾸지 않고도 생산이 가능하다. 최
근 DDR과 램버스 D램의 벤치마킹에서는 성능 또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는 분석도 여러 차례 나오고 있다. 주요 PC메이커들이 DDR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다.
-램버스 D램이 믿는 구석은 삼성전자
메리츠증권의 최석포 연구원은 “길게보면 램버스 D램의 시장이 차세대 메
모리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램버스 D램에 대한 투자를 하지 못
한 D램 업체들과 삼성전자 간의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램버
스 D램이 고성능의 차세대 반도체가 분명하다는 말이다.
교보증권의 김영준 연구원은 "고성능 PC제품에는 램버스 D램이, 중저가 일
반 PC에는 SD램이나 DDR이 장착될 것"으로 전망했다.
램버스 D램은 지난 1분기 삼성전자가 10억달러 이상 순이익을 올릴 수 있
게 만든 ‘효자’였다. 삼성전자는 경쟁 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
는 동안 램버스 D램으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램버스 D램 시장형성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
이닉스, 마이크론 등 최대의 경쟁 기업들은 램버스 D램 생산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의 경쟁력이 램버스 D램인 셈이다.
하지만 램버스 D램의 부진이 계속된다면 삼성전자로서도 마음을 고쳐 먹을
수 있다. DDR이 급부상할 경우 제조원가가 싸고 경쟁력이 있는 DDR 중심의
마케팅전략으로 돌아설 수 있다.
램버스의 강력한 경쟁제품인 DDR분야에서도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업체이
다. 삼성의 마음먹기에 따라 램버스 D램은 추억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
업계의 관계자는 “제품의 성능이 뛰어나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는 예는 쉽게 찾을 수 있다”며 “베타 테이프가 비디오 대여점에서 사라
진 이유는 성능이 아니라 시장 선점을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온실속에서 곱게 자라 온 램버스 D램은 지금, 차세대 메모리 자리를 놓고
타이틀에 대한 거센 도전을 맞고 있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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