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저장장치로 꼽히는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시장에서 '지각변동'을 일으킬만한 독특하고 강한 제품이 국내에서 선을 보일 예정이다.
7일 국내 유빅스테크놀러지는 낸드플래시메모리와 PCI-익스프레스(E) X4 인터페이스를 결합한 미국 퓨전아이오사의 SSD를 내보였다. 이 제품은 그 동안 SSD의 취약점으로 꼽혔던 임의읽기(Random Read) 및 쓰기(Random Write) 속도가 각각 초당 700메가바이트(MB/s), 600MB/s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임의읽기·쓰기를 기준으로 선두권 SSD 기업들의 낸드플래시 기반 제품보다 5~10배나 빠른 성능이자, D램 기반 SSD의 속도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업계 선도기업들의 낸드플래시 탑재 SSD 제품들은 연속읽기(Sequential Read)·쓰기(Sequential Write) 속도가 200MB/s, 150MB/s 안팎에 그치고 있는 상태.
임의읽기·쓰기 성능은 이보다 더 떨어진다.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보다 월등히 뛰어난 성능이긴 하지만, 퓨전아이오의 제품과 비교하면 턱없이 느린 상태인 것.
현재 상황에선 낸드플래시 기반 고성능 SSD 또는 HDD를 여러 개 결합해도 퓨전아이오 제품이 내는 임의읽기·쓰기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일반 SSD·HDD 대거 대체 가능
현재 삼성전자, 인텔 등 주요 SSD 기업들은 낸드플래시와 함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에 주로 쓰이는 SATA 인터페이스를 채용해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PCI 인터페이스는 미국 텍사스메모리시스템즈(TMS)나 국내 태진인포텍 등이 D램 기반 SSD를 제작하면서 채택하고 있는 인터페이스다.
퓨전아이오가 PCI-익스프레스를 채용한 것은 이 인터페이스의 최대 대역폭이 1천MB/s에 이르기 때문. 현재 주로 쓰이는 SATA2 인터페이스의 최대 대역폭은 300MB/s로 퓨전아이오 제품의 성능을 감당할 수 없다.
낸드플래시와 PCI-익스프레스를 결합한 모델은 중국의 1개사와 퓨전아이오가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퓨전아이오 SSD의 성능이 크게 뛰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이 회사 제품의 한국 내 유통을 추진하고 있는 유빅스는 현재 국내 서버기업들과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테스트 과정에서 퓨전아이오의 SSD는 1~4킬로바이트(KB)의 데이터로 입·출력(IO) 성능을 살펴봤을 때, 초당 임의읽기 횟수는 10만~12만회, 임의쓰기 횟수는 2만5천~3만5천회까지 나왔다. 일반 낸드플래시 기반 SSD의 경우 플래시메모리를 대거 캐시메모리로 활용하고, 고성능 콘트롤러를 결합했을 때 임의쓰기의 초당 입·출력 횟수가 5천~1만회에 그치고 있다.
아직까지 퓨전아이오가 어떠한 독특한 기술을 활용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일부 선도업체들처럼 낸드플래시의 상당량을 캐시메모리로 활용하는 한편, 방열판 아래 임의읽기·쓰기에 최적화된 콘트롤러가 적용돼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

◆용량 640GB로 확대…하드웨어 레이드 콘트롤러도 적용
퓨전아이오의 SSD는 제품 용량이 80기가바이트(GB), 160GB, 320GB로 출시되며, 소프트웨어 기반의 레이드 콘트롤러와 에러정정기술(ECC)로 안정성을 보완해준다.
퓨전아이오는 연말 무렵 640GB 용량의 제품을 내놓고, 하드웨어 기반 레이드 콘트롤러도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IBM이 내년 SSD 기반 대용량 스토리지를 내놓기로 한 가운데, 퓨전아이오의 제품을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나 신뢰성이 더해지고 있다.
강래훈 유빅스 대표는 "현재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국내 서버 기업들도 퓨전아이오가 밝힌 대로 놀라운 성능이 나오고 있다는 반응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퓨전아이오 제품은 가격이 일반 낸드플래시 기반 SSD보다 3~4배 비싸지만, D램 기반 SSD보다 저렴하다"며 "데이터를 임의로 읽고 쓰는 업무가 잦은 인터넷 포털, 금융권, 공공기관 등을 타깃으로 퓨전아이오의 SSD를 탑재한 서버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SSD 업계 관계자는 "퓨전아이오 측에서 밝히는 우수한 성능이 연속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 정도의 안정성을 확보한다면 SSD 기술의 놀라운 진보라고 할 수 있다"며 "고성능 SSD 탑재 서버 시장에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퓨전아이오는 SSD가 군수·항공 등 특수영역에서 일반 산업 분야로 확산되기 시작할 무렵인 지난 2006년 설립됐다. 낸드플래시와 PCI-익스플레스 기반 SSD 제품에 대한 기술 개발을 지속해 지난해 말 처음 시제품을 공개한 뒤, 최근 미국 내 주요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제품 테스트 및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에서 분사한 유빅스는 일부 기업 시스템 유지보수 사업과 함께 SSD 유통을 주력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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