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공사 중인 건물과 각종 IT 벤처 기업들이 모여 있어 다소 삭막한 느낌의 가산 디지털단지. 그곳에 입주한 코리아센터닷컴 사무실 한 편에는 국내 화가들의 미술품 여러 점이 걸려 있는 작은 갤러리가 있다.
작가 이름들을 들어본 적은 없으나 그림이 인상적이다. 김기록 대표(41·사진)는 "유명 화가의 작품은 아니고 비싸지도 않다. 그림 보는 것이 취미이고 분위기도 좋아 걸어 놓았다"며 기자를 맞았다.
코리아센터닷컴은 그 법인명보다 '메이크샵'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메이크샵은 제목 그대로 인터넷 쇼핑몰 구축 기술을 제공하는 임대형 쇼핑몰 서비스(ASP). 컬투, 이기찬, 이혜영 등 연예인들이 여기서 쇼핑몰을 만든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지금까지 전체 쇼핑몰 구축 누적 건수가 무려 12만5천여개에 달한다.

전자상거래라는 개념조차 희미하던 지난 2000년, 이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시작해 개척한 메이크샵은 현재 연간 100억여원이 훌쩍 넘는 매출을 올리는 중견 IT 벤처기업으로 성장했다.
'코리아센터닷컴'이라는 다소 투박한 회사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 김기록 대표가 원래 하고 싶었던 것은 쇼핑몰 관련 사업이 아니었다. 무역업이었다. 삼성카드 기업금융팀에서 근무하던 시절 기업에 필요한 시설, 자금 등을 조달하는 일을 하다가 자연스레 수출입에 관심을 가졌다.
1999년 퇴사해 임직원 3명에 자본금 5천만원으로 무역업을 해보려 했으나 관련 인프라가 미비해 보류했다. 이어 향수 쇼핑몰 '코리아센터'를 창업했고 이것이 현재의 길로 접어든 계기가 됐다.
쇼핑몰 구축 사업 시장이 이만큼 성장한 것은 오픈마켓 등 전자상거래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힘입은 바 크다. 김 대표는 "(시장이)발전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솔직히 이 정도 규모로 클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오기 마련. 김 대표는 개인 사업자가 쇼핑몰 구축을 위한 간단한 솔루션에도 몇천만원씩이나 들여야 하는 점에서 착안해 메이크샵을 내 놓았다. 초기 자본금을 까먹으며 아슬아슬한 위기도 있었지만 정부 벤처 지원금을 적절히 활용해 2000년 10월부터는 흑자로 전환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전자상거래가 더 전문화되면서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해 쇼핑몰 구축 서비스의 수요가 더 커지리라 내다봤다. "대용량 트래픽 처리, 데이터 백업, 보안 등 상거래에서 요구되는 조건들은 중소규모 사업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화하고 있어 앞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메이크샵은 2003년 전자상거래 교육 사이트 '샵인사이드', 2007년 동영상 쇼핑 플랫폼 '몰티비'를 개시했고, 2004년에는 일본에 '메이크샵JP'를 2007년에는 중국에 오픈마켓 '오망고'를 열며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1억엔의 외자유치를 성공하기도 했던 일본 사업은 현재 순항 중이다. 메이크샵JP는 지난 해 쇼핑몰 구축 실적 1만개를 돌파하면서 40억원의 매출을 올려 일본 시장 2위를 차지했다.
공교롭게도 메이크샵이 차기 성장동력으로 삼은 것은 애초 김 대표가 꿈꿨던 '무역'이다. 그는 "지금은 메이크샵이 솔루션 회사로 보이지만 그간 축적된 데이터로 무역 관련 2차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이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패션 상품들을 가까운 일본과 중국에 역구매 방식으로 모아 판매한다는 것이다.
일종의 오퍼상 개념으로 메이크샵은 수출 대행, 현지 법인은 수입 대행 역할을 해 국내 판매자들이 해외로 진출하는 데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상품을 배송회사에 보내면 배송회사가 중국에서 다 처리하는 시스템으로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아 현재 사업자들에게도 권장하고 있다"며 "중국에 있는 경쟁력 있는 상품을 도매 개념으로 소개하는 비즈니스 모델 준비를 거의 마쳤으며 일본에서도 같은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전자상거래 시장 전망에 대해 그는 오픈마켓과 독립몰의 병행체제로 내다봤다. "오픈마켓이 커지면서 독립몰은 다 없어질 거라고 봤는데, 서로 보완관계로 갈 것이다. 개인판매자들은 고객이 자기 고객이라기보다 G마켓이나 옥션의 고객을 임대받고 있단 느낌을 받는 것이 사실이었지만 거기서 자리잡고 파워셀러가 되면 독립몰을 병행하게 돼 있다."
이어 그는 샐러리맨 출신 창업자로서 벤처 사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당장 취업을 준비하고 있더라도 창업을 계획했으면 좋겠다. 이뤄지든 안 이뤄지든, 절실하게 그 꿈을 이루기 원한다면 기회는 어떻게든 온다"며 "쇼핑몰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틈새시장을 찾는 등 IT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메이크샵은 2002년부터 일본, 중국 등 현지법인으로 전 직원 해외 워크샵을 정례화했다. 처음부터 많은 사람을 가지고 커 온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성장의 결과물을 같이 나눠야 한다는 신념에서다. "한국에서 열심히 한 결과물인 해외 법인을 직원들에게 보여주면 동기부여 측면에서도 좋다"고 김 대표는 전한다.
공간도 널찍하건만 메이크샵에는 사장실이 없다. 앞으로도 없을 예정이다. '직원들과의 스킨십' 때문이다. 기자가 "의도는 좋아도 직원들이 싫어한다"고 던지자, 그는 "잘 안다(웃음). 그래도 (직원들과) 멀어지기 싫다"고 받았다.
/정병묵기자 honnez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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