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MBC PD수첩 '광우병'편에 대해 '시청자에 대한 사과' 제재 조치를 내기 전까지는 거의 3시간에 가까운 의견진술 절차가 있었다.
방통심의위는 16일 전체회의에서 엄주웅·백미숙·이윤덕 위원이 도중에 퇴장하면서 6명의 위원만이 참석한 가운데, PD수첩 제작진 대표로 출석한 정호식 시사교양국장과 조능희 CP의 의견진술을 들은 뒤 '시청자에 대한 사과' 조치를 의결했다.
심의위원들은 PD수첩 방송에 대해 국민들의 먹거리 환경을 감시하고 정부의 졸속 협상을 비판하고자 하는 선의의 목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했지만 결국 프로그램에 의도나 특정 방향성이 실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했다. 방송 이후 사회적인 파장이 컸다는 점에 주목해 제작인의 책임을 물었다.
시청률(7.6%) 자체는 낮았지만, 대중들이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수용하도록 하는 효과를 끌어냄으로써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일반화의 오류를 낳았다는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심의위원들은 구체적으로 ▲반론없이 한 쪽의 의견만을 과잉 공급함으로써 양적 균형과 공정성을 잃었으며 국민들에게 광우병과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안감을 심어주고 ▲충격적 영상을 이용해 감정에 호소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논란의 여지가 있는 과학적 사안을 검증하는 데 소홀히 하고 ▲여러 차례 오역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천일 위원은 "'목숨걸고 광우병 쇠고기를 먹어야겠습니까'라는 표현은 객관성을 잃었고, 안전성 검증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안전하지 않다는 대전제를 깔고 한 것같다"며 "일방적 정보의 과잉 공급으로 국민들을 혼돈케 했다"고 말했다.
정종섭 위원은 "오보 여부는 그 의도나 목적도 따지지만 결과도 따진다"며 "(제작진이)억울할 수는 있겠지만 과학점 검증 부분에서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지 않았나"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정호 위원은 "아레사 빈슨의 사인에 대해 말하는 부분은 해당 프로그램 전개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여러 차례 오역한 것 때문에 시청자들이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PD수첩 제작진은 번역에 있어서의 오류를 인정하고 반성하면서도 방송 제작에 있어 의도나 방향성이 있지 않았음을 적극적으로 강조했다.
제작진은 ▲문제가 된 영상은 여러 차례 공개된 것이라 새로울 것이 없고 ▲편집에는 당연히 의도가 있지만 객관적이고 충분한 이유가 있는 선택과 배제 작업이라는 점, ▲'시청자를 혼돈케 했다'든가 '불순하다', '과장됐다'는 평가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심의기준으로 지적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상대적인 가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호식 국장은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통념 외에 다른 쪽을 보려는 노력도 해야 한다"며 "감시와 비판과 견제 기능을 해야 하는 언론이라면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는 한 위험하다는 입장이 있을 때 그 위험성을 해소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지연기자 hiim2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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