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내 규제만 풀라?"…혼란스러운 뉴라이트토론회


이념 충돌 가능성 마저 제기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개최돼 큰 기대를 모았던 '방송 통신 정책에 관한 대토론회'가 각 주체마다 혼란스러운 이기주의적 읍소로만 가득 차 향후 방통 융합 정책 수립에 난관을 예고하고 있다.

14일 오후 열린 '이명박정부의 방통정책 대토론회'는 이 대통령의 30년 지기인 김진홍 목사가 중심이 된 '뉴라이트방송통신정책센터'가 주최한 만큼 방송통신위원회 형태근 상임위원, 문화체육관광부 신재민 제1차관, 고흥길 국회의원 등 정·관계 인사와 통신 방송을 대표하는 임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또 청와대 고위급 관계자들은 눈에 띄지 않았지만, 주최측에 따르면 4명의 청와대 실무자들이 참석키로 해 그야말로 성황을 이뤘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는 기대 만큼 알찬 느낌을 갖기 어려웠다.

지상파 방송사, 통신, 유료방송사를 막론하고 모두 새로운 규제기관(방송통신위원회)에 서로 자신의 규제만 없애거나 줄여달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토론회라기 보다는 해당 업계의 '건의문' 낭독회처럼 보였다.

이에 따라 새 정부의 철학인 '규제완화를 통한 경제살리기'를 방송과 통신, 방송통신융합 산업에 어떻게 조응시켜야 할 지는 논의되지 못했다.

특히 주최 측마저 이념충돌로 비춰질 만큼 아슬아슬한 발언을 삼가지 않아 차분하고 진지한 정책 대안을 마련하기에는 한계가 엿보였다.

예를들어 미래 통신분야에서 진용옥 경희대 전파공학과 교수가 "통신시장이 자연독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주파수때문이며, 자연독점을 깨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면서 '번호체계 통합'과 '통합고지서 발간' 등을 제안하고 나니 ▲KT는 신규융합서비스에 대한 '규제 홀리데이(규제 유예)'를 ▲ LG데이콤은 시내망과 주파수 독점 해소를 ▲SK텔레콤은 정부의 해외 사업 지원과 국민정서법으로 좌우되는 요금인하 압력 자제를 호소하는 식이다.

통신산업의 재부흥과 이용자 후생을 높이려면 방통위가 경쟁사업자 수를 늘리는 서비스기반 경쟁 활성화에 집중해야 하는 지, 융합에 대비한 막대한 설비투자를 고려해 설비기반 경쟁 위주로 나가야 하는 지에 대한 토론은 전무했다.

방송분야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김진홍 목사와 강동순 전 방송위 상임위원은 1공영 다민영으로 가기 위한 'MBC 민영화'를 강조했지만 ▲MBC 성경섭 논설위원은 "공익성이냐 경쟁의 원리로서의 시장성이냐 2가지의 스텐스를 배려해야 한다"고 논점을 회피해 공영방송 구조개혁을 둘러싼 토론은 불가능했다.

뿐만아니라 규제완화·규제개혁을 둘러싼 혼돈이 이념 총돌로 나갈 우려마저 제기됐다.

이날 김진홍 목사(뉴라이트전국연합대표)는 "대통령과 국회가 바뀌었다고 해서 정권교체의 사명이 완수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방통분야를 위시한 문화, 언론 모든 분야에 아직 좌파의 색채가 남아있어 국민여론을 잘 못 이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말하면서 MBC 민영화와 KBS 정연주 사장 퇴진, 신방겸영 허용 등을 언급했다.

하지만 변동현 방송비평회 회장은 "뉴라이트는 우익이 아니다. 옳은 것, 옳은 길이 그야말로 뉴라이트"라면서 "방통위가 보수쪽의 입장을 많이 반영해서는 안되고 독립성이 중요하다"고 다른 의견을 피력했다.

참석자들이 서로다른 개념으로 뉴라이트 운동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이같은 색깔론에 대한 관심이 보수든 진보든 지금 현재 절실히 요구되는 합리적인 토론의 가능성을 죽일 수도 있다.

정윤식 강원대 신방과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융합으로 인해 통신이 방송으로 들어오고 지상파방송과 유료방송간 경계가 허물어졌지만, 돈줄이 (광고로) 같아서 배타적으로 투쟁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같은 구조가 정치노선으로 전열이 재정비돼 정치적인 대립구도로 가는 측면이 있다"며 "방송통신위원회는 돈 문제를 (사업자들이) 잘 갈라먹기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 시장의 퇴화 속에서 완전경쟁이 이뤄졌을 때 '공멸'의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요즘, 자신의 규제만 풀어달라는 기업들의 외침은 생존의 몸부림일 수 있다.

뉴라이트방송정책센터 토론회를 계기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어깨가 더 무겁게 느껴졌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주요뉴스



alert

댓글 쓰기 제목 "내 규제만 풀라?"…혼란스러운 뉴라이트토론회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