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지난해 하반기 전략적으로 내놓은 81㎝(32인치)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모듈 판매에서 비지오란 '우군'을 확보하게 됐다.
25일 LG전자 및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미국 비지오는 LG전자의 81㎝ PDP 모듈을 공급받아 오는 2분기 중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비지오는 독특한 제품 생산 및 유통, 마케팅 전략으로 2007년 북미 액정표시장치(LCD) TV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적이 있는 업체다. LG전자의 PDP 모듈 전략제품 판매에 적잖은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비지오, 81㎝ 고화질 PDP TV 2분기 687달러에 출시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는 24일 서울에서 열린 '평판디스플레이(FPD) 컨퍼런스 2008'에서 비지오가 조만간 고화질(HD) 81㎝ PDP TV를 689달러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현재 세계 PDP 3대 업체 중 81㎝ 모듈을 유일하게 공급하고 있는 LG전자는 중국 등의 TV 세트업체에 이어 비지오를 고객군으로 확보하게 됐다.
LG전자는 지난 2007년 8월부터 81㎝ PDP 모듈을 중국 하이얼, 하이센스, 창홍, 콘카, 스카이워쓰 등에 공급한데 이어 자체적으로 81㎝ PDP TV를 제작해 중국, 브라질, 인도 등 신흥시장에 내놨다.
하이얼 등이 852×480픽셀(ED)로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가운데, 북미가 주요 활동무대인 비지오는 81㎝ PDP TV의 성능을 HD급으로 높여 더 공격적으로 영업을 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 생산·유통혁신 '비지오 찬사' 이어져

비지오는 제품 디자인 및 판매에 중점을 두면서 TV세트 전량을 아웃소싱하는 전략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세트 생산 부문에서 암트란과 폭스콘,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LG전자 및 LG필립스LCD(LPL), 주요 부품 면에선 미디어텍 등과 협력체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삼성전자, 소니 등 톱 브랜드 기업들이 제품 개발과 생산, 마케팅까지 자체적으로 감당하고 있는 반면 비지오는 최대한 업무를 분산시키면서 비용을 줄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 지난해 2분기 북미 액정표시장치(LCD) TV 부문에서 판매량 기준 1위를 달성한 비지오는 전체 인력이 100명에 이르지 않을 정도로 생산비용 효율에 신경을 쓰고 있다.
디스플레이서치저팬의 히사카조 토리 이사는 "비지오는 월마트 등 대규모 유통점을 확보해 매일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에 나서면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의 대형 TV세트 업체들도 비지오의 새로운 영업유형이 어느 정도 점유율을 유지할지, 고객의 구매성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경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영수 LPL 대표는 "비지오의 성공은 '기적같은 일'"이라면서 "재고회전율이 높고, 제조원가가 낮다는 비지오의 강점은 경쟁사가 따라하기 어려운 것으로, 시장에서 성공이 오래갈 것"이라고 전했다.
◆LG전자 2008년 81㎝ PDP 모듈 판매량 주목
LG전자는 지난 2007년 70만대의 81㎝ PDP 모듈을 공급한데 이어, 올해 200만대 안팎의 판매량을 계획하고 있다. 2분기부터 81㎝ PDP TV 부문에서 비지오가 새로운 고객으로 합류하면서, 모듈 판매량이 어느 정도 증가할지 주목된다.
2008년 평판 TV 시장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등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 베이징올림픽과 유로컵 등 스포츠 이벤트, 신흥시장의 평판 TV 시장 성장 등에 힘입어 판매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TV용 LCD 가격도 올해 2분기 말 이후 호황을 암시하듯 1월 중 안정적인 가격 흐름을 유지했다.
지난 2007년 3분기와 4분기 하이얼 등 중국업체들이 출하한 81㎝ PDP TV 물량은 11만4천대, 27만3천대를 각각 기록했다. 여기에 LG전자가 자체적으로 신흥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모델을 출시하는 한편, 비지오도 81㎝ PDP TV 판매에 가세해 전체 LG전자 PDP 모듈 출하량은 적잖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LG전자는 또 오는 2009년부터 LCD 제조사들의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LCD TV에 이어 PDP TV 수요도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무렵 실적 부진을 방어할 '안전판' 역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LG전자는 2007년 디스플레이 사업 부진의 원인이었던 PDP 모듈 적자를 81㎝ 제품 판매로 타개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2007년 말 기준 PDP 모듈 수익성은 이미 손익분기점(BEP) 수준에 이르러 2008년 초반 비수기를 거치면서 전체 디스플레이사업본부의 수익성이 적잖이 개선될 전망이다.
삼성SDI가 이르면 상반기 81㎝ PDP 모듈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세계 1위 PDP 업체 마쓰시타전기(파나소닉)도 같은 모델 양산을 타진하고 있다. PDP 업체 간, 또 LCD 진영과 81㎝ 제품 판매에서 경쟁도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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