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에 가까운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던 x86 서버 시장이 올해는 잠시 숨고르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x86 서버 시장은 2007년 3분기까지는 판매 대수 기준으로 전년 보다 26~28% 가량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호황을 누렸다. 대형 포털 업체들이 한꺼번에 서버를 수천대씩 사들이거나 대기업 계열사들이 연간 서버 구매 물량을 대량 발주하면서 시장 규모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이같은 대형 구매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성장세가 다소 주춤할 전망이다.
한국HP나 삼성전자 등 그동안 x86 서버 시장 확대에 큰 역할을 했던 업체들도 올해 사업 방향을 '수익경영'으로 전환한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서버 대량 구매 수요 잡기, 올해는 쉽지 않을 듯
지난해는 낡은 x86 서버의 본격적인 교체기였다. 싱글코어 기반 서버들이 사용 연한인 2~3년을 넘기면서 교체주기를 맞이함에 따라 최신 듀얼코어나 쿼드코어 서버로 교체하는 사례가 잇달았다.
2007년 한 해 동안에만 7천여 대의 서버를 구매한 NHN 역시 낡은 싱글코어 서버들을 처분하고 한국HP의 듀얼코어 1소켓 서버 DL360 제품을 도입해 시스템을 확충했다. KT, 현대자동차 등의 대기업들도 연간 2천대 이상의 x86 서버를 노후 시스템 교체를 위해 사들였다.
때문에 올해는 이같은 교체 작업이 일단락되면서 대형 구매 프로젝트가 지난해만큼 빈번하게 일어나지는 않으리란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한국IDC 서버 담당 최진용 책임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부터 대형 서버 구매 프로젝트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면서 "올해는 지난해보다 성장률이 높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HP-삼성전자, 내실 다지기 나서
특히 회사 방침 자체를 '살찌우기'로 내세우고 몸집불리기에 총력을 다했던 시장 1, 2위 업체들이 올해는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면서 x86 서버 시장의 판세도 뒤바뀔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점유율 1위인 한국HP의 경우 지난해 2분기 x86 서버 판매량이 처음으로 1만대를 돌파할 정도로 양적 성장에 주력했다. 하지만 올해 상황은 다르다. 이 회사는 최근 더 이상 외형 경쟁에 치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선봉에는 역시 블레이드 서버를 내세웠다. 한국HP는 24일 '모든 것은 블레이드로(Blade is Everything)'라는 세미나를 개최하고 x86 서버를 중심으로 유닉스 서버, PC, 스토리지까지 블레이드 형태로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HP가 태도를 전환한 것은 일단 경쟁사와의 몸 싸움에서 어느정도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난해 대형 서버 구매 프로젝트를 무리하게 수주하면서 상대적으로 열악해진 수익구조와 매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도 내포돼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서버 사업부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덩치 키우기만으로 목표로 달려왔다.
그 결과 시장 2위라는 자리를 따 내는데는 성공했지만 한국HP 뿐만 아니라 델코리아, 한국IBM 등과의 싸움까지 치러내느라 '수익'은 잠시 외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도 내부적으로 올해 목표를 '내실 다지기'로 잡아논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회사는 지난해 계열사를 대상으로 저가형 x86 서버를 대거 공급해 재미를 봤던 것과 달리 올해는 이같은 공급량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계열사가 아닌 외부 시장에서의 판로를 확보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지적된다.
시장의 양적 성장을 주도했던 두 업체가 양보다 질에 우선순위를 둠에 따라 올해 x86 서버 시장의 판세가 어떻게 뒤바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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