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간 만화를 그려왔고 지금도 책상 앞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고 좋습니다. 학생들 앞에 있을 때는 아직은 좀 불편하고...허허"
3일 저녁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개최된 '2007 대한민국 만화·애니메이션·캐릭터' 대상 시상식에서 만화 '버디'로 대통령상을 수상한 만화가 이현세씨(52)가 함박 웃음을 터뜨리며 만화인생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공포의 외인구단', '아마게돈' 등 80년대를 풍미했던 그의 이름 석자는 이미 국내 만화계의 신화 처럼 각인되어 있지만 이날 상을 받은 이현세씨는 "꼭 받고 싶은 상이었는데 이렇게 받고 나니 정말 기쁘다"며 마치 처음 상장을 받아 든 어린 아이처럼 해맑은 표정이었다.
최근 학력고백으로 마음 고생을 했던 그였지만 이날 그는 대한민국이 인정하는 진정한 '만화인'으로 거듭 태어난 셈이다.
"26살때 부터 만화를 그렸으니깐 올해로 28년 쯤 된 것 같네요...지금도 책상 앞에서 스케치를 하고 있으니 오래하기도 했죠. 그래도 이때가 가장 기분 좋고 즐거운 것 같아요."
이현세씨가 이번에 대통령상을 받은 작품인 '버디'는 애초부터 기획·마케팅에 주안점을 두고 제작한 만화다. 국내 처음으로 PPL(상표간접노출) 기법을 도입해 국내 만화계의 새로운 실험작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줄거리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두 여성 골퍼가 필드에서 숙명적인 대결을 통해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고있다. 스포츠서울에 연재 중이며 중앙북스에서 단행본으로는 6권까지 출간됐다.

"'버디' 2부부터는 PPL이 조금 더 많아질 것 같다"는 이현세씨는 "여전히 책상 앞에서 스케치를 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만 했지만 이번에 기획마케팅 쪽에 주안점을 두고 작품을 해보니 할 일이 무궁무진하더라"며 국내 만화 산업이 한류드라마, 영화의 뒤를 이어 지금보다 더 많은 시도와 도전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만화의 PPL 효과에 대해 그는 "동영상은 한번 스쳐지나 가면 그만이지만 만화는 핵심의 한컷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말로 파급력이 더 클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정부가 지난 10년동안 인터넷 등 기술에 대한 투자를 집중해서 IT기술을 많이 발전시켜 왔지만 이로 인해 반대 진영에 서 있는 만화같은 콘텐츠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온라인 저작권 문제는 만화 산업 발전을 위해 꼭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언급했다.
불법복제로 몸살을 앓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음악, 영화에 이어 만화산업에도 온라인 저작권 문제가 대두될 것이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만화계, 소비자가 노력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허영만 작가와 함께 한국 만화계의 양대산맥으로 산업발전에도 힘을 쏟고 있는 이현세씨는 "회화과를 나오면 교수가 되지만 만화 그리면 시간강사가 고작"이라며 "만화인들이 행복하고 만화가 콘텐츠 산업으로 인정받기를 바란다"며 미소를 지었다.
/정진호기자 jhj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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