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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 뒤]하나로텔레콤 매각 방정식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시한 마감 임박…업계 '설왕설래'

하나로텔레콤의 매각에 대한 통신업계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지난 8월 말 박병무 사장이 "한두 달 내로 우선협상 대상자가 선정될 것"이라고 밝힌 마감시한이 바로 이달 말이기 때문입니다. 발표가 얼마 남지 않은 셈입니다.

그래서인지 하나로텔레콤 주요 임원들의 일상적인 업무출장조차 업계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맥쿼리네, 칼라일이네...뒤에는 SK텔레콤과 LG그룹이 있네..." 하는 얘기가 끊이지 않습니다. 증권가에 부는 각종 소문에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치솟기를 반복합니다. 하나로텔레콤 직원들도 '오늘내일' 하며 술렁입니다.

업계에선 맥쿼리, 칼라일 등 외국계 투자회사들이 유력한 인수 후보 군으로 회자됩니다. SK텔레콤과 LG그룹의 인수가능성도 심심찮게 나옵니다. 초고속인터넷(370만), 전화(200만), IPTV(60만) 등 미디어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하나로텔레콤은 방송통신 융합시대의 주도권을 노리는 기업들에는 매력적인 '먹잇감'일 수밖에 없겠지요.

우선 외국계 투자회사들은 몇 년 내에 적어도 수천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 때문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03년 5억달러(당시 환율기준 약 5천800억원)에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한 AIG·뉴브릿지캐피탈은 주가상승과 경영권 프리미엄을 합쳐 대략 5천억원 이상의 차익을 남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각종 결합서비스를 판매중인 하나로텔레콤의 성장 가능성을 감안하면 향후 인수에 따른 수익성이 막대할 것이라는 시각입니다.

또 다른 인수 후보군에 국내 통신강자들인 SK텔레콤과 LG그룹이 포함돼 있습니다. 국내 무선통신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유선시장에서만큼은 '약자'입니다. 최근 SK텔레콤은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결합판매 시대를 맞아 유선에 대한 매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며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일단 딱 잡아뗐습니다.

그러나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서비스 역시 기지국과 소비자간에만 무선일 뿐 나머지 네트워크는 모두 유선입니다. 뿐만 아니라 초고속인터넷, IPTV 같은 방송서비스, 이동통신서비스 등 결합상품의 시너지효과를 내기 위해선 '유선 네트워크' 확보가 필수적입니다. SK텔레콤과 달리 강력한 경쟁기업인 KT는 IPTV, 초고속인터넷, 전화 등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고 자회사인 KTF를 통해 이동통신시장에까지 발을 뻗은 상태입니다.

SK텔레콤이 케이블TV사업자들과 제휴를 맺고 각종 결합상품 출시에 나선 것 역시 오히려 유선 네트워크의 필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나 다름 없습니다. 그래서 업계에선 SK텔레콤이 '관심없다'는 얘기를 곧이곧대로 듣지 않습니다.

LG그룹 역시 겉으로는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합니다. 그룹사 내 광가입자망을 보유한 LG파워콤이 전국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는데 비싼 값을 치르고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할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할 경우 LG데이콤의 인터넷전화, LG파워콤과 하나로텔레콤의 초고속인터넷, LG텔레콤의 이동통신 서비스를 묶어 통신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나 LG그룹이 직접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하더라도 외국계 투자사를 앞세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SK텔레콤과 LG그룹이 지금처럼 하나로텔레콤 인수전에 소극적인 것은 '몸값 낮추기' 전략 이라는 시각입니다.

물론 하나로텔레콤이 협상을 진행중인 기업들을 공개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던 기업이 깜짝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기업이 되건 융합시대의 방송통신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변수로 작용하는 것이 이른바 외국자본의 국내기업 인수 후 단물만 먹고 빠지는 이른바 '먹튀' 논란에 대한 여론과 정부의 시각입니다.

지난 10월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의 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국민중심당 류근찬 의원은 "하나로텔레콤 인수 당시 AIG·뉴브릿지 측이 10년 이상 장기투자를 약속했고, 와이브로 사업 등 미래사업 진출 의사를 밝혔다"며 "그래놓고 손을 떼려 한다면 엄정한 평가를 해야 한다"고 '대못'을 박으려는 듯한 발언을 했지요.

류근찬 의원은 "하나로텔레콤의 예상 매각차익은 5천억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으며, 결국 단기차익에 치중하는 행보라면 '5천억원을 먹튀하는 결과'라며 "새로 인수할 컨소시엄 역시 똑같은 행보를 따라갈 가능성이 커 국내 시장이 외국 먹튀 자본간 '폭탄 돌리기' 경연장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유영환 정통부 장관은 "단순히 수익을 얻었다고 해서 M&A에 반대할 수만은 없으며, 개방경제를 지향하는 차원에서 내외국 자본을 차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곤 "인가 신청이 들어오면 통신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 자원관리의 적정성 등을 감안해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기간통신사업자를 인수하려면 정통부로부터 통신업계 상황, 공익성 등을 거쳐 인가를 받아야 합니다. 다시 말해 외국자본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려면 정통부의 심사를 통과해야 하고, 이는 국민적 여론과 정부의 의지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과거 투자펀드 회사 론스타가 외환은행 등 국내 기업을 인수한 뒤 수 조원의 수익을 올리면서도 세법의 허점을 이용해 세금을 내지 않아 논란이 됐습니다. 외국자본의 국내기업 인수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있습니다. 류근찬 의원의 주장 역시 이 같은 국민적 시각이 반영된 지적입니다.

현 대주주인 AIG·뉴브릿지 측은 기존 '먹튀' 자본과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먹튀'의 단골메뉴로 지적돼온 투자회피, 고배당, 자산매각, 복지저하, 조세문제 등에 해당사항이 없다는 겁니다. 하나로텔레콤의 사례를 살펴보면, 창사 이후 배당한 적이 없으며, 경영권이 바뀐 뒤 광통신망 등 총 1조2천억원이 넘는 투자를 집행해 매출액 대비 20.8%의 투자를 집행했고, 두루넷, 온세통신(현 온세텔레콤)가입자 인수 등 오히려 적극적인 자산을 매입했다는 점에서 '먹튀'라는 얘기는 억울하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정권이 바뀌기 전 대선을 앞둔 시점에 은근슬쩍 국내 기간통신사업자를 매각해 차익을 실현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얼마 뒤면 하나로텔레콤의 인수주체가 드러날 것입니다. 국내기업이 이니라면, 한바탕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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